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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건설 갑질 추적④] 현대건설 기존 설명과 배치되는 ‘미지급 잔액’ 공문 나왔다

‘미지급 기성잔액’ 명시된 2023년 공문 확인
지급 곤란 주장과 정면 배치된 문서 내용
각하된 소송·스폰서 동의 논리 설득력 약화
남은 쟁점은 하나, 왜 지금도 안 주는가

지이코노미 문채형 기자 | 현대건설이 하도급대금 미지급 사실을 스스로 인정한 공식 문서가 확인됐다. 지이코노미가 입수한 2023년 5월 22일자 공문 「QAFCO-5 PROJECT 미지급 기성잔액 송부」에는, 카타르 비료공장 QAFCO-5 프로젝트와 관련해 총 미지급 기성잔액 USD 1,429,096.63이 명확히 기재돼 있다. 이 공문은 하도급사인 일양이엔씨카타르 앞으로 발송됐으며, 2009년 9월부터 2011년 9월까지 1차부터 16차 기성까지의 미지급 내역을 일괄 확인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공문은 현대건설이 그동안 카타르 현지 스폰서 문제, 소송 및 중재 절차 진행, 지급 조건 미충족 등을 이유로 하도급대금 지급이 곤란하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논리를 근본부터 재검토하게 만든다. 미지급 금액과 내역을 공식 문서로 확인한 이상, 논쟁의 초점은 더 이상 ‘지급이 가능한 상태인가’가 아니라 ‘지급 의무를 인정하고도 왜 이행하지 않는가’로 옮겨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미지급 없음’도 ‘분쟁 중’도 아니었다

 

지금까지 현대건설의 태도는 일관됐다. 카타르 현지 스폰서 문제, 소송 진행 여부, 중재 조항 등을 이유로 지급이 곤란하다는 설명이 반복돼 왔다. 그러나 2023년 공문은 이러한 설명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공문 어디에도 지급 채무가 부존재한다는 문구는 없고 분쟁으로 인해 지급이 불가하다는 판단도 없으며 지급 금액이 불확정하다는 설명도 없다.

 

대신 공문은 ‘미지급 기성잔액’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지급 의무가 존재하고, 금액이 확정돼 있으며, 그 내역이 이미 정리돼 있다는 점을 현대건설 스스로 확인하고 있다. 즉, 이 공문은 “줄 돈이 없어서 못 주는 상황이 아니라, 줄 돈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 상태” 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 스폰서 동의서 요구, 공문 앞에서 설득력 잃어

 

그럼에도 현대건설은 실제 지급 단계에서 ‘카타르 현지 스폰서 동의서’를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하지만 지급 잔액을 공식 확인한 공문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제3자인 스폰서의 동의 여부를 지급 조건으로 삼는 논리는 급격히 설득력을 잃는다.

 

하도급 계약의 지급 주체는 현대건설, 수령 주체는 일양이엔씨카타르이며, 공문 역시 일양이엔씨카타르를 수신자로 명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지급 단계에서만 스폰서를 끌어들이는 것은, 지급을 미루기 위한 사후적 조건 설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 각하된 소송, 이제는 핑계가 될 수 없다

 

현대건설은 그간 “스폰서가 제기한 소송이 있어 지급이 곤란했다”는 설명도 내놔 왔다. 그러나 해당 소송은 본안 판단 없이 각하로 종료됐다.

 

즉, 법원이 지급을 막은 적도 없고, 지급을 보류하라는 판단도 없었다. 그럼에도 각하된 소송이 지급 지연의 명분처럼 활용돼 왔다면, 이는 법적 판단의 문제가 아니라 회사 내부의 선택 문제로 귀결된다. 그리고 2023년 공문은 이 선택이 더 이상 ‘분쟁 중’이라는 말로 포장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 과거의 분쟁이 아니라, 현재의 미이행

 

이번 사안의 성격을 규정하는 결정적 지점은 여기에 있다. 이 문제는 2009~2011년의 과거 공사 분쟁이 아니라, 2023년에도,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이행되지 않고 있는 지급 책임의 문제라는 점이다. 현대건설은 2023년 공문으로 미지급 금액을 재확인했고, 그 이후에도 실제 지급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는 더 이상 ‘과거의 복잡한 분쟁’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의 미이행이다.

 

공문이 던지는 질문은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논리의 문제다.「QAFCO-5 PROJECT 미지급 기성잔액 송부」 공문은 현대건설이 하도급대금 지급 의무의 존재와 금액의 확정성을 공식 문서로 확인했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그럼에도 실제 지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 쟁점은 더 이상 분쟁의 존재 여부나 조건 충족 문제가 아니라 확인된 지급 의무가 왜 이행되지 않고 있는지에 놓이게 된다.

 

법원이 지급을 제한하거나 보류하라고 판단한 사실은 없고, 하도급대금 지급 의무의 존부에 대해 사법적 판단이 내려진 적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건설이 스스로 미지급 금액과 내역을 공문으로 정리·확인해 놓고도 실제 지급은 하지 않고 있다면, 그 이유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미지급 사실을 문서로 확인한 이후에도 ‘분쟁 중’이라는 설명을 유지하는 것은, 지급 의무를 인정한 정황과 동시에 성립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크게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 책임의 방향은 더 분명해진다

 

 

지급 여부를 둘러싼 논쟁의 종착지는 이제 분명하다. 지급 책임 자체는 확인됐고, 남은 쟁점은 이행 여부뿐이다. 그럼에도 이행이 장기간 이뤄지지 않는다면, 책임의 무게는 더 이상 실무진이나 과거 분쟁에 머물 수 없고 회사와 그룹의 현재 의사결정 구조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

 

특히 현대건설 내부에서 의사결정권자들이 서로 책임을 미루며 결단을 내리지 않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이 사안은 개별 임원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그룹 차원의 책임경영 문제로 성격이 전환된다. 미지급 사실을 스스로 확인한 공문이 존재하는 상황에서까지 책임 공백이 지속된다면, 문제의 초점은 자연스럽게 그룹의 최종 책임자인 정의선 회장에게로 수렴될 수밖에 없고, 업계에서는 이를 현대차그룹 전체의 책임경영과 총수 리더십을 가늠하는 시험대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지이코노미는 이 공문이 의미하는 바, 그리고 이 공문 이후에도 지급이 이뤄지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현대건설과 현대차그룹의 책임 구조를 계속해서 추적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