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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남구청, 저장 강박증으로 골목을 메운 쓰레기, 주민의 손으로

쓰레기 집도 치우고, 이웃도 살리는 대명2동 마을공동체

 

지이코노미 홍종오 기자 | 지난 겨울, 대명2동의 자율라면 배분함“함께라면 고맙대2”에서 자주 라면 꾸러미를 들고 가시는 모습이 포착된 A씨.


조용히 사는 곳을 수소문해 이웃주민들을 통해 알게 된 A씨의 집은 그야말로 쓰레기집이었다. 저장강박증으로 쓰레기가 집을 채우고 마당을 채우고 담을 넘어 골목을 점령하기 이르렀고, 이로 인해 주민들은 쓰레기에 악취, 온갖 해충으로 인한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닌 상황.


쓰레기 문제 뿐 아니라 A씨의 돌발적인 이상행동과 과격한 언행으로 이웃주민들은 오래전부터 A씨를 멀리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코로나로 더 이상 집콕생활이 어려운 이웃이 직접 나서]


최근 코로나 상황으로 집콕생활이 길어지자 더 이상 악취와 해충문제를 두고 볼 수 없는 이웃들이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자 팔을 걷어붙이고 행정복지센터를 찾았다.


A씨의 집 인근에 사는 장성숙 복지통장은 골목을 살려보고자 매일 A씨에게 식사와 옷가지를 제공하며 A씨를 달랬고, 이웃들을 설득하여 함께 집을 치울 수 있도록 힘을 모았다. 행정복지센터도 A씨를 상담하여 집 청소 동의를 받아 오랫동안 기능을 상실한 골목을 살리기 위해 힘을 보탰다.


[작은 성공이 불러온 또 다른 희망] (8.13 작업예정)


1차로 청소가 된 골목은 주민들에게 작은 성공의 경험을 안겨 주었다.


골목은 통행이 가능해졌고, 빛이 들었다. 냄새가 사려졌고, 웃음소리가 들렸다.


작은 성공을 경험한 주민들은 다시 한번 A씨에게 손을 내밀어 집안을 가득 덮은 나무를 베고, 쓰레기를 치우고, 담장을 도색하기로 했다. 스스로 돈을 모으고, 이웃을 부르고, 어설픈 붓도 들었다.


오래전부터 A씨를 알고, 동네를 알던 어르신 분들이 얘기한다. 동네에 기적이 일어났다고. 혼자서는 아무리 얘기해도 안되는 일이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한 사람을 살리는 이웃 공동체]


오랜 습관과 실패의 경험이 이제는 만성이 되어 누구하나 선뜻 손대지 못하는 버려진 집과 떠돌이가 된 이웃, 어두워진 골목.


한 사람의 선한 도전이 골목을 살리고, 이웃을 살리고, 마을을 살렸다. 골목으로 나온 이웃들은 함께 고민을 나누고, 공동의 문제에 대처하며 힘을 모아서 떠나가는 마을이 아닌, 살고싶은 동네로 만들었다.


A씨는 도움을 받았고, 마을 주민들의 충고를 들었고, 부족하지만 동네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연습하게 되었다. 재개발, 재건축으로 사려져가는 도심 속 마을공동체의 힘을 발견하는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