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삼촌인 구본준 LG그룹 고문이 LG상사와 판토스, LG하우시스 등을 중심으로 LG그룹에서 계열 분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구 고문은 고(故) 구자경 전 LG그룹 명예회장의 셋째 아들로, 고(故) 구본무 회장의 동생이다. 2년 전 조카인 구광모 현 LG그룹 회장이 취임하면서 대표이사 부회장 등을 역임하며 LG그룹 경영 전면에 있던 구 고문은 곧바로 경영 일선에서 은퇴했다. 재계에서는 구 고문의 계열 분리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LG는 이달 말 이사회를 열어 구 고문에게 넘겨줄 계열사를 결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구 고문은 LG그룹 지주사인 ㈜LG 지분 7.72%(약 1조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구 고문은 이 지분을 활용해 LG상사와 LG하우시스 등의 지분을 인수하는 형태로 독립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LG상사는 지난해 LG그룹 본사 건물인 여의도 LG트윈타워 지분을 ㈜LG에 팔고 LG광화문 빌딩으로 이전했다. 구광모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는 LG상사의 물류 자회사인 판토스 지분 19.9%도 매각하는 등 계열 분리 사전작업을 해왔다.
LG상사는 구 고문이 2007년부터 3년간 대표이사를 지낸 바 있다. LG상사의 자회사인 물류회사 판토스도 구 고문 측이 경영권을 넘겨받을 예정이다. 이 밖에도 인테리어와 건축자재 등의 사업을 하는 LG하우시스가 구 고문의 몫이 될 가능성이 크다. 계열분리에 나서는 것은 LG전자와 LG화학 등 LG의 주력 사업과는 거리가 있는 계열사이다. 지배 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지주회사인 ㈜LG는 LG상사 지분 25%, LG하우시스 지분 34%를 보유한 최대 주주이며 LG상사는 그룹의 해외 물류를 맡는 판토스 지분 51%를 보유하고 있다.
LG상사의 시가총액은 7151억원, LG하우시스는 5856억원으로 규모가 크지 않아 구 고문의 현재 지분 가치로 충분히 충당이 가능한 수준이라는 게 재계의 평가다. 현재 구 고문이 보유한 ㈜LG 지분을 ㈜LG가 보유하고 있는 LG상사·LG하우시스 지분과 교환하는 스와프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LG그룹이 이번에 계열분리를 결심한 데는 구광모 회장이 취임 3년을 맞아 안정기에 접어드는 등 시기적으로도 적당한 때가 됐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구 고문은 2010년부터 6년간 LG전자 대표이사, 2016년부터 지난해 3월까지 ㈜LG 부회장을 지냈다. ㈜LG 부회장 시절에는 형인 고 구본무 회장을 대신해 사실상 LG그룹을 총괄했다.
LG그룹은 경영권 갈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그룹 회장은 장자가 맡고, 다른 가족 일원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거나 계열 분리로 독립하는 고(故) 구인회 창업주의 원칙을 고수했다.
LG그룹은 이번에 계열 분리가 된다면 3세대에서의 계열 분리가 정리된다.
한편 LG그룹은 계열분리에도 불구하고 재계 4위 자리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분석사이트인 CEO스코어에 따르면 LG그룹의 회사수는 총 70개로 자산총액은 약 136조 9066억원 규모이다. LG상사와 LG하우시스, 판토스 등 자회사를 계열분리한다고 가정할 경우 60개 회사, 자산 131조 1993억원 정도로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