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지이코노미 김영식 기자 | ‘KB금융 스타챔피언십’이 열린 경기도 이천 블랙스톤 골프&리조트에는 오랜만에 국내 무대에 나선 전인지를 보기 위한 많은 갤러리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카트 도로를 점령했다.
전인지의 팬들은 그의 플레이는 물론 경기 외적인 모든 모습에 열광한다. 인품에서 묻어나는 겸손함과 배려심이 그 대표적인 예다.
그는 경기중에도 모든 갤러리, 팬과 호흡한다. 때로는 그들의 행동이 자신의 플레이에 방해가 되더라도 경기 일부로 여기고 그들을 이해하려는 모습에 팬들은 따스함과 유대감을 느낀다.
전인지가 2019년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자신의 모습을 핸드폰에 담으려다 소음을 낸 갤러리를 저지하는 마샬에게 ‘괜찮다’며 갤러리가 충분히 사진을 찍을 시간을 주고, 다시 경기를 진행한 일화는 이미 유명하다. 갤러리가 뭘 하든 괜찮다는 건 아니지만, 전인지의 여유와 공감, 포용을 보여 준 대목이다.
대회 3라운드가 열리는 경기장, 제14호 태풍 ‘난마돌’이 몰고 온 뜨거운 공기와 높은 습도는 사실 ‘갤러리’로서 경기를 ‘감상’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서 있는 자체가 고역으로 느껴지는 날씨에도 전인지의 경기를, 아니 전인지를 보기 위해 땀을 흘리는 일도 감수한다. 오히려 조금이라도 더 보기 위해 부지런히 따라다닌다.
전인지가 9번 홀에서 파 퍼트를 마쳤다. 캐디에게 두 손으로 공손히 퍼터를 건네는 또 한 번 찬사가 이어진다. 사실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고, 모든 골프 선수가 캐디에게 퍼터를 건네는 모습이 다 그랬기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던 행동마저 전인지는 배려와 겸손, 존중 담긴 모습으로 만든다.
우리가 감동하는 건 경기중 유일하게 소통할 수 있고 의지할 수 있는 캐디를 최고의 동료로 생각하기에 나오는 그런 태도다.
10번 홀에서는 재밌는 장면도 연출됐다. 음료를 마시며 진입한 전인지를 맞이하며 환호를 보내는 갤러리를 보자, 이에 답하기 위해 입에 머금고 있던 물을 얼른 삼키며 손을 흔드는 전인지는 미국이라는 먼 곳에 진출한, 닿기 어려워져 버린 스타가 아니었다.
우리가 그리워하던 전인지 그대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