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동두천 26.0℃
  • 구름많음강릉 28.0℃
  • 구름많음서울 24.5℃
  • 맑음대전 25.8℃
  • 맑음대구 26.1℃
  • 맑음울산 22.5℃
  • 맑음광주 25.0℃
  • 구름조금부산 21.0℃
  • 맑음고창 25.3℃
  • 구름조금제주 18.9℃
  • 구름조금강화 22.5℃
  • 맑음보은 25.4℃
  • 맑음금산 26.8℃
  • 맑음강진군 22.8℃
  • 맑음경주시 28.3℃
  • 맑음거제 21.0℃
기상청 제공

[뉴스룸 시선] 쿠팡의 아이러니, 韓·美 경제 협력의 상징과 법적 위기

지이코노미 문채형 기자 | 김범석 쿠팡 의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에 초청받아 참석한다는 소식은 한국 기업계에 적지않은 화제다. 오는 20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리는 이 행사는 한미 경제 협력의 새로운 방향을 논의하는 중요한 자리다. 쿠팡은 미국 시장에서의 성공적인 상장 이후 물류 투자와 기업 확장을 통해 양국 간의 경제적 교류를 촉진해온 주역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긍정적인 뉴스 이면에는 쿠팡이 직면한 심각한 법적 위기가 도사리고 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쿠팡이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마무리하고 제재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쿠팡에 송부했다. 쿠팡은 직매입 형태로 납품된 상품의 대금을 법률이 정한 정산 기한인 60일을 넘겨 지급하면서, 이자조차 지급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로 인해 수억 원에 달하는 지연이자가 발생했으며, 이는 기업의 신뢰성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쿠팡이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장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동안, 법적 책임을 소홀히 한다면 그 결과는 기업의 지속 가능성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쿠팡의 노동 환경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쿠팡 CLS 대리점 배송기사인 이른바 '퀵플렉서' 가운데 77%가 '3회전 배송'을 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3회전 배송은 배송기사가 물품을 인수하는 배송캠프와 본인의 배송 구역을 밤사이 세 번 왕복하는 방식으로, 과로의 핵심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조사에 응답한 1,160명의 쿠팡 CLS 배송기사 중 66.1%가 특수고용형태종사자로서 위탁계약을 맺고 일하고 있으며, 이들의 하루 평균 근로시간은 9시간 26분에 달한다. 이는 대법원이 인정하는 일용근로자의 평균 근무 일수인 20일을 훌쩍 넘어서는 수치다.

 

쿠팡의 성공 이면에 숨겨진 노동자의 고통은 과연 얼마나 더 외면당해야 할까?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76.8%의 응답자는 야간 근무 시 3회전 배송을 한다고 답했으며, 하루에 250개 이상의 물품을 배송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은 폭우나 폭설 등 악천후 속에서도 "기후와 관계없이 무조건 배송한다"는 응답이 전체의 77%를 차지했다. 이러한 노동 환경은 심각한 과로사 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며, 실제로 지난해 쿠팡 CLS 대리점 배송기사였던 정슬기 씨가 과로사 판정을 받은 사건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비극이 아니라, 기업이 노동자에게 부여한 책임과 의무가 얼마나 잘 이행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경고 신호다.

 

쿠팡 측은 이번 설문조사 결과에 대한 입장을 내지 않고 있으며, 이 점은 더욱 우려를 자아낸다. 김주영 의원은 "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라도 무리가 올 수밖에 없는 노동 환경"이라고 지적하며, 새벽 배송과 심야 노동이 과로사의 핵심 요인임을 강조했다. 그는 이에 대한 더 세심한 근로 시간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노동자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촉구하고 있다. 강민욱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 역시 쿠팡의 야간 노동자들이 주 60시간을 넘는 근로를 하고 있음을 강조하며, 실효적인 대책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이처럼 쿠팡은 경제 협력의 상징으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동시에, 법적 제재와 노동자들의 과로 문제에 직면한 상황은 그 자체로 심각한 모순을 내포하고 있다. 김 의장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한미 경제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더라도, 쿠팡이 현재 직면한 법적 문제와 노동 환경은 그 메시지를 무색하게 만들 수 있다. 기업이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는 법적 책임을 다하고,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점은 명백하다.

 

쿠팡이 과연 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할지, 그리고 한미 경제 협력의 진정한 의미를 어떻게 실현할지는 앞으로의 행보에 달려 있다. 쿠팡은 경제적 성공과 노동자의 건강, 그리고 법적 책임을 모두 충족시키는 길을 찾아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기업의 지속 가능성과 사회적 책임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쿠팡이 진정한 경제 협력의 상징으로 남기 위해서는, 그 이면에 숨겨진 노동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