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정길종 기자 |지난 4월 11일, 김포공항에서 김포발 여수행 항공기에 탑승 예정이던 세 명의 승객이 비행기에 오르지 못했다.

그들은 테러나 결항 때문이 아닌, 갑작스러운 보조배터리 반입 규제 강화조치로 인해 발생한 보안 검색의 혼선속에서 항공편을 놓쳤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공항 시스템 오류가 아니다. 이는 준비 없는 일방적인 정책 시행이 얼마나 큰 사회적 불편과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정책 실패의 단면이다.
문제의 중심은 국토교통부 내 항공운항과와 항공보안과 간의 엇갈린 의견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정책을 밀어붙인 항공운항과의 결정이었다.
당초 정책은 리튬이온 배터리의 위험성을 관리하겠다는 명분으로 출발했지만, 정작 현장 실무와의 사전 조율, 시스템 준비, 인력 보강, 그리고 무엇보다도 국민 대상의 충분한 안내가 전무한 상태에서 시행되었다.
정책은 결국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되어야 의미가 있다. 하지만 국토부는 보안검색요원의 임무를 기존보다 확대하면서도, 이에 대한 지원 없이 단지 ‘강화된 검사’를 요구했다.
그 결과, 보안검색대는 기존 인력과 장비로는 감당할 수 없는 업무를 떠안았고, 항공사와의 실시간 정보 공유조차 없는 상태에서 혼선만 가중됐다.
더 충격적인 것은 국토부의 보안배터리와 관련된 지침이다. 보안검색장에서 배터리를 꺼내라는 안내를 진행하고 비닐봉투를 제공하라면서 승객에 대한 일대일 안내가 필수는 아니며 혼잡시간대에는 방송으로 대체해도 된다는 것이다.
이는 본인들이 주도한 정책의 문제점을 자인하면서도, 정작 그에 따른 정책적 책임과 국민 피해에 대하여 회피하겠다는 무책임한 행태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한국노총 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 이상훈(전국보안방재노동조합) 상임부위원장은 “보조배터리는 국제적으로도 위험물로 분류되기에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금처럼 단순 필터링 수준의 시스템에 모든 책임을 맡기고, 현장에 충분한 여건도 마련하지 않은 채 제도만 앞세운 정책은 오히려 국민 불편만 키우게 되고 주된 업무인 위해 물품에 소흘하게 될 수 밖에 없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책이 아무리 선의로 출발했다 해도, 결과적으로 국민에게 혼란과 불편을 초래했다면 그 책임은 명확히 져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즉각적인 사과와 책임 있는 자세, 그리고 다시는 같은 실수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제도 개선이다.
정치는 국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도구여야 한다. 단순히 보여주기식으로, 또는 성과를 만들기 위해 밀어붙이는 식의 정책 추진은 결국 국민의 신뢰를 잃게 만든다.
이번 보조배터리 사태는 정책이 현장을 외면하고 상식에서 벗어날 때 어떤 결과가 초래되는지를 보여주는 경고다.
국민은 안전도 원하지만, 그보다 먼저 상식적이고 실효적인 정책 집행을 원한다. 더 이상의 졸속 추진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