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이코노미 음석창 기자 | 전남 여수의 석유화학산단에서 들려오는 소식이 심상치 않다. 공장 가동률은 떨어지고, 플랜트 신·증설 발주도 예년 수준에 한참 못 미친다. 현장 분위기를 가장 먼저 감지한 건 다름 아닌 일용직 근로자들이었다. 하루 벌어 하루를 살아가던 이들의 일감이 끊기기 시작하면서, 지역 전체가 고용 위기의 그림자에 휩싸이고 있다.
이런 상황을 더는 지켜볼 수 없다는 판단에 전라남도와 여수시가 공동 대응에 나섰다. 지난 28일 여수시 노사민정협의회에서 고용위기지역 지정 신청이 의결됐고, 전남도는 오는 30일 고용노동부에 공식 신청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여수의 고용 위기는 석유화학이라는 단일 산업에 지나치게 의존한 지역경제 구조와 맞닿아 있다. 특히 대형 플랜트 건설 사업이 일시 정지되면서 일용직 노동자들이 가장 먼저 일터를 잃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전남도는 이를 단순한 경기침체가 아닌 ‘구조적 고용위기’로 진단하고 있다.
전남도와 여수시는 ‘여수 석유화학 고용위기대응 협의체’를 구성해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 협의체에는 노조, 기업, 시민단체, 행정기관이 모두 참여해 해법을 찾고 있다.
30일 제출될 고용위기지역 지정 신청서에는 특히 일용근로자를 위한 안전망 강화 방안이 중점적으로 담겼다. 사회보험료와 임시 생계비 지원, 공공일자리 확대 등 직접적인 지원책이 포함돼 있다.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될 경우, 근로자들은 훈련연장 급여, 직업훈련비 확대, 생활안정자금 융자 등 생계 유지를 위한 실질적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기업 역시 고용유지지원금과 고용·산재보험료 납부기한 연장, 지역고용촉진 지원금 등 제도적 혜택을 기대할 수 있다.
전남도는 제도 개선 건의도 함께 추진 중이다. 여수와 같은 산업단지 중심 도시의 노동시장 특성을 반영해, 일용근로자 고용 감소도 고용위기지역 지정 요건에 포함될 수 있도록 기준을 손질해달라는 제안이다. 특히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과 고용위기지역 지정이 별개로 운영되는 점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서은수 전남도 일자리투자유치국장은 “지난해 말부터 이미 공장 가동 일부 중단과 투자 축소 조짐이 보였고, 그 여파가 지금 일용근로자들에게 가시화되고 있다”며 “지역 고용 붕괴를 막기 위해 여수를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하는 건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말했다.
여수의 위기는 곧 지방산업 구조의 취약성을 보여주는 축소판이다. 전남도의 이 ‘승부수’가 정부와의 협의 속에서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