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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 시선] 고흥 어깨동무봉사단, 복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 하루

 

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농번기를 앞둔 고흥 도덕면 신양마을. 마을회관 앞마당에는 경운기와 예초기, 방제기가 줄지어 섰다. 수리 순서를 기다리는 주민들 옆에선 이발이 한창이고, 실내에선 물리치료를 받는 어르신들의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복지란 단어가, 잠시 ‘살아 움직이는 말’처럼 느껴진 하루였다.

 

고흥군 어깨동무봉사단의 259번째 활동. 행정은 이 봉사단을 “맞춤형 자원봉사 서비스”라 부른다. 하지만 현장에서 마주한 모습은 단순한 서비스 그 이상이었다. 얼굴 마사지와 돋보기 지원이 어르신의 일상에 여백을 만들고, 낡은 가전제품이 고쳐지며 삶의 품이 달라졌다. LED등 하나 교체하는 데 동네 주민들이 함께 웃는 풍경이 낯설면서도 인상 깊었다.

 

중요한 건 ‘찾아갔다’는 사실이다. 어떤 복지 정책도 주민이 직접 다가가지 않으면 실효성을 얻기 어렵다. 그런데 이 봉사단은 매달 1~2회, 군의원도 공무원도, 수리공도 미용사도 모두 함께 짐을 싣고 마을로 향한다. 그 마음이 일회성이 아니라는 건, 259번이라는 숫자가 대신 말해준다.

 

우리는 종종 복지를 말할 때 수혜의 규모나 예산의 크기를 먼저 따진다. 하지만 어깨동무봉사단의 모습은 그 논리를 비껴간다. 삶이란, 손이 닿는 거리에서 비로소 바뀐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다.

 

고흥은 넓고 마을은 많다. 그렇기에 이 작은 봉사의 파동은 크다. 한 마을이 바뀌면, 또 다른 마을이 기대를 갖게 된다. 행정이 손에 닿을 때, 사람들은 그 지역을 신뢰한다.

 

어깨동무봉사단이 다시 어디론가 향할 때, 그 길의 의미는 숫자보다 훨씬 크다. 행정이 서류에서 내려와 삶 가까이 걸어 들어갈 때, 비로소 복지는 '정책'이 아니라 '관계'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