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이코노미 음석창 기자 | 순천만 갯벌에 이른 아침 안개가 깔린 지난주, 진흙 위를 유유히 미끄러지는 뻘배 위에 주민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이들이 손에 들고 있던 건 씨앗도, 삽도 아닌 ‘기부자의 뜻’이었다. 멸종위기종 큰고니가 다시 순천만을 찾게 하자는 마음이 새섬매자기 12만 주가 되어 갯벌 위에 뿌려졌다.
순천시가 지난 11일부터 17일까지 일주일간 진행한 이 사업은 생태 보전이라는 단어에 ‘참여’와 ‘순환’을 덧붙였다. 기성의 복원 방식처럼 식물을 외부에서 들여오는 대신, 순천만이 키운 새섬매자기를 다시 그곳으로 되돌려주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그 일은 마을 주민들이 해냈다. 뻘배 위에서 허리를 굽히고 손으로 흙을 덮으며 이식한 이들은, 이 지역을 살아가는 어민이자 이번 사업의 실질적인 주인공이다.
이번 복원작업은 국가유산청 지원과 함께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해 모인 1억 원의 특별기금으로 추진됐다. 단순한 복원 그 이상이었다.
큰고니와 개리 등 겨울철새의 주요 먹이원인 새섬매자기는 탄소 흡수, 수질 정화, 갯벌 침식 방지 등 다층적인 생태적 기능을 갖고 있다. 생명을 위한 식물이며, 동시에 땅을 붙드는 식물이다.
실제로 지난해 겨울 순천만을 찾은 큰고니는 최대 108마리. 그 수가 적지 않음에도 순천시는 여기서 멈추지 않기로 했다. 올해는 식생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추가 이식도 검토 중이다. 더 나아가, 자연 속에서 휴식과 회복을 얻는 ‘웰니스 생태관광’ 기반도 확충해갈 계획이다.
순천시는 이번 사업이 생태복원뿐 아니라 지역 공동체와 기부자가 함께 만든 “상생의 모델”이라 강조한다. 도시가 생태를 품고, 생태가 도시를 살리는 방식.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건 수억 원의 개발비가 아니라, 한 송이의 풀을 심는 손, 한 마리의 새를 기다리는 마음이다.
시 관계자는 “이번 복원사업은 기부자의 마음이 살아 있는 생태회복 모델이자, 지역 주민의 자부심이 담긴 참여형 프로젝트”라며 “순천만이 다시 큰고니의 보금자리가 되는 그날까지 생태도시 순천의 가치를 더해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