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K COLUMN]
“티샷이 러프에 떨어졌다”
“아이언샷이 워터 해저드에 들어갔다”
“어프로치샷이 벙커에 빠졌다”
“칩샷이 그대로 홀에 빨려 들어갔다”
“버디 퍼트가 들어갔다”
“보기를 범했다”
“무려 8타나 잃었다”
“‘...’라고 덧붙였다”
...
골프대회 TV 중계 방송이나 기사에서 심심찮게 듣거나 볼 수 있는 표현이다.
알고 보면 다 올바르지 못한 표현이다. 옳지 못한 말을 하고, 옳지 못한 표현을 그대로 쓴다.
구체적으로 보자.
‘티샷’이 러프에 떨어졌다는 표현이다.
‘티샷(Tee Shot)’은 공을 티(Tee)에 올려놓고 골프채로 치는 행위나 동작을 일컫는다. 흔히 각 홀의 티잉구역(Teeing Area)에서 치는 제1타를 말한다.
‘티(Tee)’는 티잉구역에서 볼을 플레이하기 위해 그 볼을 지면보다 위에 올려놓는 데 사용하는 작은 막대기 모양 물체를 말한다. 티는 반드시 그 길이가 4인치(101.6㎜) 이하이고, ‘장비규칙’에 적합한 것이어야 한다.
티는 나무티도 있고, 플라스틱티도 있다. 각자 취향에 맞게 쓰면 된다.
티샷을 하면 날아가는 것은 골프공(Golf Ball)이다. 따라서 러프에 떨어진 것도 결국 티샷이 아니라 공이다. 티샷이 러프에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골퍼가 티샷을 했는 데 공이 러프에 떨어졌다는 얘기다.
그런데 “티샷이 러프에 떨어졌다”니, 이건 말도 안되는 얘기다.
“티샷을 잘 했다” “티샷을 잘 못했다”는 표현은 맞다. 따라서 “티샷한 공이 러프에 떨어졌다”가 맞는 표현이다.
마찬가지 이유로 “아이언샷’이 워터 해저드에 들어갔다”는 표현도 틀린 말이다.
‘아이언샷’은 아이언 클럽(Iron Club)으로 샷(Shot)을 하는 것을 말한다. 샷을 할 때는 우드 클럽으로 할 수도 있고, 아이언 클럽으로 할 수도 있다.
대개 파3(Par3)가 아닌 홀에선 티샷을 드라이버(1번 우드)로 한다. 파3 홀에선 거리나 개인 기량에 따라 아이언이나 우드로 한다. 어떻든 아이언샷은 아이언으로 샷을 한다는 얘기다. 혹은 그 샷 자체를 말한다.
그런데 아이언샷이 워터 해저드(Water Hazard)에 들어갔다는 말은 어떤 경우에도 맞지 않다. 워터 해저드에 들어간 것은 아이언샷이 아니라 골프공이다. 골프공을 아이언으로 쳤는데 그만 잘못 쳐서 그 공이 워터 해저드에 들어간 것이다.
같은 이유로 “어프로치샷이 벙커에 빠졌다”거나 “칩샷이 그대로 홀에 빨려 들어갔다”는 표현도 엉터리다.
어프로치샷(Approach Shot)이나 칩샷(Chip Shot)은 모두 그린 주변에서 대개 웨지(Wedge) 클럽으로 공을 홀에 가깝게 붙이기 위해 하는 샷을 말한다. 따라서 벙커에 들어간 것도 공이고, 홀에 빨려 들어간 것도 공이다.
따라서 이를 바르게 고치면 “아이언샷을 한 공이 워터 해저드에 들어갔다” “어프로치샷을 한 공이 벙커에 빠졌다” “칩샷한 공이 그대로 홀에 빨려 들어갔다”가 된다.
“버디 퍼트가 들어갔다”는 표현도 마찬가지다. 퍼트한 공이 홀에 들어갔고, 그 결과 그 퍼트는 버티 퍼트였다. 따라서 “버디 퍼트가 성공했다” “버디 퍼트한 공이 홀에 들어갔다”가 맞는 표현이다.
“보기를 범했다”는 표현도 기사에 자주 등장한다. ‘보기(Bogey)’는 규정 타수보다 1타를 더 치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문제는 “범했다”는 표현이다. 이 말은 국어사전에 “(법률, 도덕, 규칙 따위를) 어기다. 잘못을 저지르다. 들어가서는 안 되는 경계나 지역 따위를 넘어 들어가다”라고 나와 있다.
이건 말뜻에서도 알 수 있듯이 부정적인 의미다. ‘범하다(犯하다)’란 말 자체가 한자말이다. 또 그 이면엔 주체의 의지가 작용했다는 뜻이 담겨 있다. 굳이 쓸 이유가 없다. 어느 골퍼가 보기를 하고 싶어 했나. 일부러 보기를 한 골퍼는 없다. 실력이 모자라거나 혹은 실수로 했거나, 운이 없어서 그렇게 된 것이다. 이를 마치 죄라도 지은 양 “보기를 범했다” 표현한 것은 어색하다. 그냥 “보기를 했다”라고 하면 충분하다. 그것으로 족하다.
“무려 8타나 잃었다”는 표현에선 ‘무려’가 문제다. 무려(無慮)는 한자말로 국어사전엔 “그 수가 예상보다 상당히 많음을 나타내는 말”이라고 나와 있다. 여기서 ‘무려’를 붙일 때는 일정한 기준이 없다. 말 그대로 기준이 모호하다는 말이다. 골프는 의외성이 있다. 한 홀에 8타를 잃을 수도 있고 그 이상을 잃을 수도 있다. 그런데 8타를 잃었다고 그 앞에 ‘무려’란 표현을 꼭 써야 할 이유는 없다. 이 구절도 역시 “8타나 잃었다”면 된다.
“‘...’라고 덧붙였다”는 표현에선 “덧붙였다”가 문제다. 골프대회 우승자의 인터뷰 기사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우승자가 인터뷰를 할 때 앞에 말은 그냥 하고, 뒤에 말은 덧붙이는 경우는 없다. 앞에 말이든 뒤에 말이든 그냥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내용을 쓰는 기자는 앞에 말은 그냥 “‘...’라고 말했다”고 하고, 뒤에 하는 말은 “‘...’라고 덧붙였다”고 쓴다. 그건 덧붙이는 게 아니라 그냥 말한 것이다. 앞에도 뒤에도 그냥 말한 것일 뿐이다.
기자가 아무 생각 없이 “덧붙였다”고 써버리면 그 의미가 왜곡될 수도 있다. 앞에 말과 뒤에 말의 경중이 달라질 수 있다. 그러니 특별히 말하는 사람이 “덧붙이겠습니다”라고 하지 않는 한 “덧붙였다”는 표현은 쓰면 안된다.
우리 말도 잘 알고 써야 한다. 그래야 뜻이 왜곡되지 않는다. 명심하자.
김대진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