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페리 투어에서 뛰고 있는 불곰 이승택의 힘찬 드라이버 샷 장면 사진: PGA 투어
지이코노미 김대진 기자 | 이승택(30). 그의 별명은 ‘불곰’이다. 그가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빨간 셔츠를 즐겨 입으며 얻은 애칭이다. 누가 지었는지 모르지만 참 잘 지은 별명이다. 그에게 딱 어울리는 표현이다. 키 176㎝에 몸무게 80㎏인 그는 불곰처럼 체격도 단단하다.
무엇보다 플레이 스타일도 ‘닥공(닥치고 공격)’이다. 주저하는 법이 없다. 시원시원하다. 그래서 그의 경기를 보고 있으면 속이 다 후련하다. 그는 쉽게 포기하지 않는 선수다. 서른 나이에 기어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출전권을 따낸 것도 그의 남다른 끈기와 열정 덕분이다. 남자 골프 선수라면 누구나 세계 최고의 무대인 PGA 투어에서 뛰고 싶어한다. 야구 선수가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싶어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만큼 미국은 꿈의 무대다.
내년 PGA 투어에서 뛰게 될 불곰 이승택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가슴이 뛴다”면서 “PGA 투어에서 좋은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했다.
이승택은 콘페리 투어 포인트 13위로 상위 20명에게 주는 PGA 투어 카드를 획득했다
이승택은 13일(한국 시간) 미국 인디애나주 프렌치 릭의 프렌치 릭 리조트 피트 다이 코스(파72. 7,791야드)에서 열린 콘페리 투어 파이널스 최종전 ‘콘페리 투어 챔피언십’ 마지막 날 버디 8개와 보기 2개로 6타를 줄여 최종합계 2언더파 286타를 기록해 공동 24위에 자리했다.
대회 종료 후 콘페리 투어 포인트 13위에 자리한 이승택은 콘페리 투어 포인트 상위 20명에게 주는 PGA 투어 카드를 획득했다.
올해 1월 콘페리 투어 무대로 뛰어든지 10개월 만에 거둔 성과였다.
이승택은 PGA투어 진출 확정 후 “오랜 꿈이었던 PGA 투어에 입성을 하게 돼 정말 기쁘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가슴이 뛴다. 어린 시절부터 꼭 PGA 투어에서 뛰겠다는 목표로 그간 힘든 여정들을 이겨냈다”며 “하지만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벅차지만 기쁜 마음은 딱 오늘까지다. 다음 시즌 PGA투어에서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승택의 PGA 투어 진출은 KPGA 투어 내 제네시스 포인트 특전 제도를 통해 입성한 첫 사례인 만큼 의미가 깊다
이승택의 이번 PGA 투어 진출은 KPGA 투어 내 제네시스 포인트 특전 제도를 통해 PGA 투어에 입성한 첫 사례인 만큼 의미가 깊다.
이승택은 2024년 9월 15일 KPGA 투어 ‘골프존-도레이 오픈’ 종료 후 제네시스 포인트 5위에 자리했다. 지난 시즌의 경우 ‘골프존-도레이 오픈’이 끝난 뒤 제네시스 포인트 상위 2~5위 선수에게 PGA투어 큐스쿨 2차전 직행 자격을 부여했다.
이승택은 PGA투어 큐스쿨 2차전에 응시했고 당시 공동 14위의 성적을 적어내 TOP15까지 주어지는 PGA투어 큐스쿨 최종전 진출 자격을 따냈다.
이후 이승택은 PGA투어 큐스쿨 최종전에서 공동 14위에 올랐고 상위 40명에게 지급되는 2025 시즌 콘페리 투어 출전권을 확보했다.
이승택은 올 시즌 콘페리 투어에서 준우승 1회 및 TOP10, 6회 진입 포함 21개 대회서 컷 통과하는 꾸준한 활약을 펼쳤다
이승택은 올 시즌 콘페리 투어에서 준우승 1회 및 TOP10 6회 진입 포함 21개 대회서 컷 통과하는 꾸준한 활약을 펼쳤고 결국 본인의 꿈이었던 PGA투어 진출을 이뤄냈다.
이승택은 “KPGA 투어 내에서 제네시스 포인트 특전 제도를 통해 콘페리 투어에서 1년간 활동하고 PGA 투어에 진출하게 된 것은 내가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다. 제네시스 포인트 제도는 KPGA 투어 선수들이 더 큰 무대를 향한 꿈을 키울 수 있게 해준다”며 “PGA투어 진출을 바라보고 있는 KPGA 투어 선수들에게도 KPGA 투어를 통해 꿈의 무대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게 돼 기쁘다. 이 자리를 통해 KPGA와 제네시스 관계자 분들께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로써 올 시즌 콘페리 투어에서는 2명의 한국 선수가 PGA 투어 카드를 따냈다. 콘페리 투어 포인트 랭킹 8위로 시즌을 마친 김성현(27)이 2년만에 PGA 투어로 복귀한다.
이승택은 서른 나이에 전 세계에서 가장 힘든 투어로 꼽히는 콘페리 투어를 거쳐 PGA 투어에 진입하게 됐다
이승택의 PGA 투어 입성은 ‘기적’에 까깝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현재 PGA 투어에서 뛰고 있는 임성재(27)와 김시우(30), 김주형(23) 등 대부분의 한국 선수들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에 미국으로 건너왔다.
반면 이승택은 서른 나이에 전 세계에서 가장 힘든 투어로 꼽히는 콘페리 투어를 거쳐 PGA 투어에 진입하게 됐다.
지금까지 한국 선수로는 양용은(53)이 35세에 Q스쿨을 거쳐 PGA 투어에 발을 디뎠다. 이승택은 나이로 따져 두 번째다. 그만큼 늦게 진출한 셈이다. 올해 콘페리 투어를 거쳐 PGA 투어에 진출한 선수 중에서도 가장 나이가 많다.
콘페리 투어는 미국과 중남미를 돌며 열리는 힘든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비용도 많이 들지만 체력 소모도 크다. 그 어려운 과정을 이승택은 이겨냈다.
PGA 투어는 페덱스컵 순위 100위 이내 선수에게 다음 시즌 시드를 준다. 콘페리 투어는 포인트 순위 20위까지 다음 시즌 PGA 투어 시드를 준다.
이 규정에 따라 10월 14일 현재 기준 임성재(페덱스컵 공동 27위), 김시우(페덱스컵 37위), 안병훈(페덱스컵 74위), 김주형(페덱스컵 94위)과 김성현(콘페리 투어 포인트 8위), 이승택(콘페리 투어 포인트 13위)이 2026 시즌 PGA 투어에서 뛰게 될 예정이다.
이승택은 탄탄한 하체를 바탕으로 300야드를 넘나드는 드라이브 샷이 장기다. KPGA 투어에선 지난해 ‘2024 렉서스 마스터즈’에서 생애 첫 승을 신고했다
이승택은 초등학교 4학년 때 골프를 시작했다. 함께 국가대표를 지냈던 동갑내기 김시우가 2012년 역대 최연소로 PGA 투어 Q스쿨에 합격할 당시 이승택은 프로 입문도 못 하고 있었다. 이승택은 아마추어 시절인 2010년 국가대표 상비군, 2012년 국가대표로 활동했다. 2013년 KPGA 프로(준회원), 2014년 KPGA 투어프로(정회원)에 입회했다.
‘KPGA 투어 QT’를 통해 2015년 KPGA 투어에 데뷔했다. 2017년 KPGA 투어 ‘티업·지스윙 메가오픈 presented by 드림파크CC’ 최종라운드에서는 이글 1개와 11개의 버디, 보기 1개를 묶어 60타(12언더파)를 기록하며 KPGA 투어 18홀 최저타수 기록을 수립한 바 있다.
2017년 말 아시안투어 Q스쿨에도 수석 합격해 2018년부터는 KPGA 투어와 아시안 투어를 병행했다. 2019년 KPGA 투어에서 버디 수 1위(136개), 파브레이크율 1위(22.3%)에 오르기도 했다.
이승택은 2020년 군에 입대해 강원도 홍천의 육군 보병 사단 소총수로 18개월 복무한 뒤 2022년 6월에 전역했다. 2023년 KPGA 투어에 복귀했고 2024년 ‘2024 렉서스 마스터즈’에서 생애 첫 승을 신고했다.
이승택은 탄탄한 하체를 바탕으로 300야드를 넘나드는 드라이브 샷이 장기다.
2026년 PGA 투어 카드 획득 선수 명단(콘페리 투어 포인트 상위 20명)
1. 조니 키퍼 (미국) 2. 챈들러 블란쳇 (미국) 3. 오스틴 스머더맨 (미국) 4. 닐 쉬플리 (미국) 5. 에밀리오 곤잘레스 (멕시코) 6. 행크 레비오다 (미국) 7. 아드리앵 뒤몽 드 차사르트 (벨기에) 8. 김성현 (대한민국) 9. 크리스토 램프레히트 (남아프리카 공화국) 10. 데이비스 챗필드 (미국)
11. 잭 바우초 (미국) 12. 피어슨 쿠디 (미국) 13. 이승택 (대한민국) 14. 제프리 강 (미국) 15. 히라타 켄세이 (일본) 16. 트레이스 크로우 (미국) 17. 존 밴더란 (미국) 18. 즈청 도우 (중국) 19. 수다르샨 옐라마라주 (캐나다) 20. 폰투스 니홀름 (스웨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