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 전국적으로 파크골프장 신설과 증설 붐이 일면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노년층의 체력 증진과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하천점용허가 미이행과 불법 확장, 안전관리 부실 등의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일부 지자체가 관리에 나서고는 있으나, 여전히 무허가 운영이 관행처럼 굳어지며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단속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장기적으로는 무허가 시설을 제도권으로 편입해 안전과 환경 기준을 준수하게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사전조건부허용 제도와 이를 뒷받침할 행정 지원조직의 역할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9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정현 의원(더불어민주당, 대전 대덕구)은 전국 파크골프 운영 실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그는 “전국 파크골프장 중 절반 이상이 하천점용허가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운영되고 있다”라며 “무분별한 난립을 막기 위한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하다”라고 말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표면적으로 일부 개선변화가 있었다. 몇몇 지자체에서는 불법 시설 단속을 시작했고 환경청에서도 허가 기준을 다시 점검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체감되는 변화는 제한적이다. 상당수 파크골프장이 여전히 무허가 상태에서 운영 중이며, 안전관리와 환경 기준 준수는 시설마다 큰 차이를 보인다. 국정감사에서 논의된 제도적 개선은 아직도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무허가 운영 여전…환경·안전 사각지대 지속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국 파크골프장은 405개가 운영 중이며, 조성 예정인 곳만 120곳에 이른다. 그러나 국가하천 점용허가를 받은 시설은 134곳, 지방하천 허가는 83곳에 그쳤다. 전체 525개 중 약 41.3%만 합법 절차를 거쳤다는 의미다. 서울은 특히 심각하다. 12곳 중 11곳이 무허가였고, 일부는 허가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 경상남도, 경상북도, 전라남도 등 파크골프장이 많은 지역에서도 허가 절차를 거치지 않은 시설이 적지 않다.
무허가 운영은 단순히 법적 절차 미이행 차원을 넘어 환경과 안전 문제를 일으킨다. 무허가 시설은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농약과 비료 사용량이 통제되지 않고, 하천이 범람하면 시설물 유실로 인한 안전사고 위험이 크다. 합법적으로 허가를 받은 시설과 무허가 시설 간 형평성 문제도 심각하다. 허가 시설은 비용과 절차를 충실히 이행하는 반면, 무허가 시설은 유료 운영을 통해 수익까지 올리는 불공정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철거만으로는 한계…양성화 제도화 필요
단속과 철거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지자체가 원상복구 명령을 내려도 실제 이행률은 낮다. 주민 민원과 정치적 상황으로 철거 대신 현 상태 유지를 택하거나 방관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 지자체는 불법 시설을 공식 행사에 활용하는 사례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단순한 철거보다 양성화를 통한 제도권 편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양성화의 핵심은 환경과 안전 기준을 충족하면서 기존 불법 시설이 합법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길을 여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가 차원의 표준 가이드라인 제정이 우선되어야 한다. 설치 가능 지역, 허가 절차, 운영 기준이 명확해져야 지자체가 혼선 없이 대응할 수 있다.
무허가 시설 문제를 단순히 철거로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 지자체 현장에서는 특히 동호인들의 강한 반발이 걸림돌로 작용한다. 경상남도의 기초단체 관계자는 “하천 점용 허가 없이 운영되는 파크골프장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주민들의 생활체육 공간으로 자리 잡은 시설을 일괄적으로 철거하면 지역 반발이 상당하다”라며 “하천을 관리하는 지역 환경유역청과 긴밀히 협조하면서 양성화 방안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다른 지자체에서도 비슷한 기류가 감지된다. 충청남도의 관련 업무 담당 공무원은 “단속 공문만 내려보내면 곧바로 지역 동호회에서 민원이 빗발치고 시군구 단체장과 도지사 사무실을 두드린다”라며 “철거 대신 기준을 충족시키도록 유도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전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무리한 철거를 밀어붙이기 어려운 정치적 상황도 변수다. 전라남도의 기초단체 공무원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주민 민심이 민감한 시기라, 철거나 원상복구를 강행하는 것은 부담이 크다”라며 “주민 수요를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제도권 내에서 관리할 수 있는 양성화 대책을 찾는 게 현재로서는 최선”이라고 토로했다.
이처럼 현장의 목소리는 ‘강제 철거’보다 ‘제도적 양성화’에 무게가 실린다. 그러나 단순한 유예나 묵인은 결국 또 다른 불법을 낳을 수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사전조건부허용 제도와 행정지원센터를 통한 체계적 관리가 절충안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사전조건부허용으로 갈등 완화, 관리 강화
사전조건부허용 제도는 불법 시설이라도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임시적으로 허가를 부여하고, 조건 이행 완료 후 본허가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이 제도는 무분별한 철거로 인한 주민 불만을 줄이고, 관리 기준을 강화하는 현실적인 해법으로 주목받는다.
파크골프장은 지난해 6월 체육시설법령상 생활체육시설로 추가됐다. 지자체마다 파크골프 수요가 크게 늘면서 파크골프장 설치 문턱을 낮춰달라는 지역 동호인들의 요구가 빗발쳤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개발제한구역 내 파크골프장 설치를 허용하며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는데, 사전조건부허용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이 제도를 활용해 승인받은 대표적인 사례로 창원시와 의정부가 꼽힌다. 창원 대산파크골프장은 무허가 확장과 위탁 운영 문제로 시정명령을 받았으나, 낙동강유역환경청의 홀 수 조정, 시설 개선 조건을 충족하여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의정부 부용터널 상부파크골프장도 7차례 국토부 사전협의를 거쳐 올해 3월 국토부의 조건부 승인을 받아 조성 사업을 본격화했다.
사전조건부허용은 현재 일부 지역에서만 적용되어 적극적인 전국적 확산과 제도 정착이 필요하다. 특히 사전조건부허용이 성공적으로 작동하려면 이를 뒷받침할 행정지원 인프라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지자체와 협회, 동호인들이 복잡하고 전문적인 행정 절차와 관련법에 따라 이해를 조율하면서 진행하기엔 역부족이다. 민간단체 구성과 활용이 방안으로 떠오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행정지원센터 통해 허가와 사후관리까지 ‘OK’
사전조건부허용 제도를 실효성 있게 운영하기 위해서는 민간 행정지원센터 설립이 필수적이다. 많은 파크골프장 운영 주체는 동호회나 주민자치회, 민간사업자 등으로 구성되어 복잡한 행정 절차를 수행할 역량이 부족하다.
행정지원센터는 하천점용허가와 사전조건부허용 신청 대행, 환경영향평가와 설계 조정, 안전 대책 마련 등 사전 단계를 지원할 수 있다. 허가 이후에는 조건 이행 여부를 점검하고 보고서를 제출하는 사후관리 역할도 맡는다.
이러한 지원센터는 지자체의 행정 부담을 줄이고, 시설 운영자에게는 명확한 절차와 가이드라인을 제공하여 무허가 시설의 제도권 편입을 촉진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불법 시설 문제 해결과 파크골프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
파크골프는 노년층 건강 증진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스포츠다. 그러나 허가 미이행과 무분별한 난립은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한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바와 같이, 무조건적인 철거보다는 조건부 승인과 체계적 관리라는 합리적 제도가 필요하다. 사전조건부허용 제도와 이를 뒷받침할 행정지원센터가 본격적으로 가동될 때, 파크골프는 비로소 합법의 그린 위에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