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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주원의 ESG 칼럼] 맹추 가고 중추 오면, 그래도 가을인 삼천리금수강산

올해 음력 7월 7일 ‘칠석’은 걸음이 늦었다. 유월 윤달이 들어서란다. 처서가 지나고 양력 8월의 끝자락에 든 칠석 무렵, 서울 종로 서촌의 어느 집 텃밭의 고추나무 아래엔 아직 익지 않는 풋고추도, 벌써 익은 빨간 고추도 떨어져 있었다.

 

그 텃밭 한 편엔 사람 키 두어 배 높이의 감나무 한 그루가 서 있는데, 작두콩은 그 감나무 꼭대기까지 타고 올라가 있고, 작두콩 넝쿨과 손바닥보다 큰 감나무 잎들 사이엔 아이들 팔뚝만한 오이 서너 개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서서히 늙으면 빛이 누런 노각이 될 오이 두 개는 마치 바나나 같고, 나머지 한 개는 작은 방망이 같다.

 

텃밭 담 너머로 인왕산이 보였다. 전날엔 인왕산이 먹구름 아래 쏟아지는 가랑비를 맞던데, 그날은 하얀 뭉게구름을 머리에 얹었다. 떠도는 우리네 인생처럼 흘러가는 구름이라 뭉게구름이 자리를 뜨자 인왕산 위 하늘은 한없이 높았다. 싱싱한 것인지, 눈부신 것인지, 콕 집어 규정하기 힘들 정도로 파랬다.

 

그래 초가을이었다. 삼복의 끝 날인 말복 이틀 전 입추가 지났고, 모기의 입이 비뚤어진다는 절기인 처서도 지났으니 분명 가을이 왔던가 보다.

 

어찌 나만 그러겠나. 아마도 21세기를 사는 지구촌 사람 수십억 명이 그럴 것이다. 이른 아침, 밤잠이 덜 가신 비몽사몽간에도 저마다 핸드폰을 챙겨 밤새 날아온 SNS 메시지를 확인하는 건 비단 한국인만은 아니리라.

 

그날 아침 내게 날아온 SNS 메시지 중엔 이런 글도 있었다.

 

“자연에서 완벽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나무는 이상한 방식으로 구부러질 수 있지만 여전히 아름답습니다. 막 시작된 올가을에도 지난봄과 여름처럼 아름다운 삶 꾸려 가소서”

 

올여름에도 우리는 극한의 폭염을 견뎠다. 사상 최악이라는 더위를 경험했다. 그뿐 아니다. 200년 만의 폭우도 쏟아졌다. 이런 괴물·국지성 폭우에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도 상당했다.

 

초가을까지 여전한 장마와 폭염에 지치지 않을 사람은 드물 것이다. 다행히 삼천리금수강산의 4계절은 큰 틀을 유지하고 있어 맹추(孟秋)가 가고, 중추(仲秋)가 오면 지루하고 지겹던 여름 장마와 폭염은 사라진다.

 

매년 9월 7일은 ‘푸른 하늘의 날’이다. 우리나라가 제안해서 지정된 유엔 기념일이다. 대기오염을 줄여 푸른 하늘을 만들기 위해 국제사회의 협력을 촉구하는 날이다.

 

올해 ‘푸른 하늘의 날’엔 백로 절기가 들었다. ‘흰 이슬’이라는 뜻인 백로 절기가 되면 밤에 기온이 이슬점 이하로 내려가 풀잎이나 물체에 이슬이 맺힌다고 알려져 있다.

 

물론 백로 절기에도 모기의 입은 비뚤어지지 않는다. 음력 9월을 일컫는 계추(季秋), 즉 늦가을에도 모기는 멀쩡한 입으로 사람에게 달려든다.

 

여하튼 맹추가 가고 중추가 오면 분명 가을이다. 높고 구름 없이 공활한 이 터의 푸른 하늘을 어떻게 지켜낼 것인지, 고민도 해보면서 올가을에도 아름다운 삶들 꾸리소서.

 

 

서주원

G.ECONOMY ESG전문기자

前 KBS 방송작가

소설가

ESG생활연구소 상임고문

월간 ‘할랄코리아’ 발행인

독도문화연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