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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선 칼럼] 작은데 정력만 세면 더 곤란하다, 아끼는 여동생이 알려준 남자의 착각 3가지

비뇨기과 전문의로 살다 보면 반복되는 남성 고민 3종 세트가 있다. 첫째, 크기. 둘째, 지속 시간. 셋째,

정력. 단출한 이 고민들을 세상 중대사처럼 들고 오는 남성들을 보고 있노라면, 가끔은 진료실보다 고해성사실에 더 가까운 기분이 들기도 한다. 한쪽은 고민이라며 진지하고, 한쪽은 이미 수천 건을 들어본 듯한 초탈의 경지.

그러나 이 단순한 주제들도 여성의 시선에서 보면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얼마 전, 주변을 늘 유쾌하게

만들어주는 여동생 ○○경과의 대화가 있었다. 그녀는 건축설계를 하는 스마트한 여성인데, 그날따라

비뇨기학보다 훨씬 정교한 ‘남자 해석학’을 펼쳐 보였다. 여느 때처럼 커피 한 잔을 사이에 두고 나눈 대화였지만, 그날 그녀의 통찰은 놀라우리만치 명료하고 유쾌했다.

 

“오빠, 남자들이 자신 있다고 믿는 세 가지, 사실 여자들이 보기엔 착각이더라고요. 한번 들어보실래요?” 그러면서 그녀는 세 가지 ‘남자 착각의 미학’을 소개했다. 말하자 면, 이건 남자들의 '자신감 트라이앵글'에 대한 유쾌한 반박이자 현실 점검표였다.

 

1. 키 크면 다 클 줄 아는 인지와 비율의 부조화

“키 큰 남자는 클 거라고들 하잖아요? 근데 그거, 대단한 오해예요.” 그녀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문제는 기대감보다 ‘비율’이에요. 키 185에 어깨 넓고 다리 길면, 몸의 중심에 있는 거대한 구조물도 기대하게 되거든요. 근데 그 중심이 상대적으로 너무 작으면 조화가 깨져요. 마치 고층빌딩에 외장용 에어컨 하나 매달아놓은 느낌?” 그녀의 말을 듣고 나는 실소를 터뜨렸다. 하지만 곧 납득이 갔다. ‘비율의 미학’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었다. 그녀는 덧붙였다. “여자는 그게 실망스럽다기 보다 당황스러운 거예요. 시각적 흐름이 어긋나면 집중도 깨지고, 분위기도 깨지고… 뭔가 ‘설계 오류’처럼 느껴지는 거죠.”

 

비유하자면, 대형 캔버스 중앙에 조그마한 점 하나. 그 자체로 문제는 아니지만, 조화롭지 못한 시각은 몰입

을 방해한다. 여자 입장에서 보면 이것은 크기의 문제가 아니라, 비율과 조화가 핵심이라는 얘기다. 이쯤 되면 남자의 ‘자신감’도 시각적 레이아웃 안에서 다시 설계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시각적 기대감은 단순한 편견이 아니라 몸 전체의 밸런스를 기준으로 작동한다는 점을 남성들도 이제는 이해할 필요가 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지만, 기대가 안 맞으면 당황이 먼저다.

 

2. 작은데 정력만 세면 더 피곤해

“작다고 덜 섹시하진 않아요. 근데 작으면서 정력만 세면…진짜 피곤해요.” 이 대목에서 나는 그녀의 눈빛에서 약간의 진심(?)을 읽을 수 있었다.

 

“본인은 정력 하나는 자신 있다고 생각하니까, 파트너를 배려하지 않아. 시작부터 폭주 기관차처럼 달려요. 여자는 워밍업도 안 됐는데 혼자 휘파람 불며 결승선 도착.” 말하자면, 이건 섹스가 아니라 독주다. 정력은 단순히 오래 하는 게 아니라, 상대방의 리듬에 맞추어 함께 호흡할 수 있는 능력이다. 그녀는 비유를 더했다.

 

“작은 데 정력만 센 남자랑 있으면… 오히려 내가 피로를 느껴요. 자극은 약한데 리듬은 거칠고, 감정 교류는 없고, 마치 작은 믹서기를 최고 속도로 돌리는 느낌?”

 

진짜 정력은 ‘몰아붙이는 힘’이 아니라, ‘조절할 줄 아는 여유’다. 과속을 잘 한다고 운전을 잘하는 사람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 여성 입장에서 정력은 ‘지치게 하는 에너지’가 아니라, ‘함께 나누는 리듬’이다. 혼자 신난 남자는 공연히 피곤하고, 파트너는 외롭게 남는다. 게다가 중요한 건, 여성은 자극보다 감정에서 흥분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강력함’보다는 ‘몰입감’, ‘지속력’보다는 ‘공감력’이 더 큰 만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남성들이 이 점을 간과하고 ‘정력=파워’로만 생각한다면, 그 열정은 자칫 공허하게 흩어질지도 모른다.

 

 

3. 테크닉은 손끝이 아니라 공감력

남자들이 말하는 ‘테크닉’은 대체로 허리 회전력, 손가락의 예술성, 혹은 체위 레퍼토리의 풍성함이다. 그런데 그녀의 정의는 전혀 달랐다. “테크닉이 좋은 남자? 그건 감정의 센서를 장착한 남자야.”

 

그녀는 말했다. “오늘 여자가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 지금 어떤 감정인지, 터치가 필요한 타이밍인지, 말 한마디가 먼저인 타이밍인지… 그런 걸 눈치채는 게 진짜 테크닉이에요.”

 

섹스는 몸의 기술이 아니라, 마음의 문장이라는 말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그녀는 ‘맞춤형 섹스’라는 표현을 썼다. “남자가 기분 좋으라고 하는 게 아니라, 나를 중심에 놓고 맞춰주는 관계.” 결국, 진짜 테크닉은 ‘몸을 어떻게 쓰는가’가 아니라, ‘상대방의 마음을 얼마나 읽고 있느냐’에서 결정된다. 즉, 좋은 섹스는 성기술의 무한 콤보가 아니라, 감정의 정교한 캘리브레이션이라는 뜻이다. 몸이 아닌 마음으로 리듬을 맞추는 관계는 오래간다.

 

 

그런 관계는 성기를 통해 교감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통해 하나가 되는 것이다. 그런 남자는 기억에 남는다. 관계의 기술이 아니라, 관계의 감도를 아는 사람. 그게 진짜 ‘센 남자’ 아닐까? 진료실에 찾아와 “제가 정력이 약한 것 같아서요”라고고민을 털어놓는 환자에게, 나는 이제 이렇게 답하고 싶다. “정력은 숫자나 시간으로 측정하는 게 아닙니다. 정력은 결국, 공감입니다.” 끝으로 내 귀에는 여전히 그녀의 마지막 말이 잊히지 않고 맴돈다.

 

“작은 건 그래도 참을 만해. 근데 작고 눈치까지 없으면… 그건 정말 문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