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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팬츠의 귀환’ 김세영, 5년 만에 해남서 폭발했다

- 와이어 투 와이어 압승… 26개의 버디로 해남 바람 지배
- LPGA 시즌 27번째 서로 다른 우승자… 김세영이 열어젖힌 대혼전의 결말
- K-골프 심장지로 떠오른 전남… BMW 챔피언십 글로벌 브랜드 위상 증명

 

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5년. 김세영의 이름이 우승 세리머니와 함께 불리지 않은 시간이다.

 

수차례 우승 기회를 잡았지만 끝을 매듭짓지 못한 시간이 이어졌고, LPGA 판도는 세대가 바뀌며 ‘김세영의 시대는 끝났나’라는 질문까지 따라붙었다. 그러나 자신에 대한 확신만큼은 내려놓지 않았다. 그 믿음에 대한 대답은 고향 대한민국, 그것도 전남 해남에서 드러났다.

 

김세영은 2025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대회 내내 단 한 번도 선두를 내주지 않는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으로 LPGA 통산 13승째를 기록했다.

 

3번홀 보기에 잠시 1타 차로 쫓겼던 순간이 있었지만, 곧바로 5·6·7번홀 3연속 버디를 꽂아 넣으며 “흔들림이 아니라 시동”임을 선언했다. 백9에서는 14번과 15번홀 버디로 다시 승부를 닫았고, 최종 합계 24언더파(264타) 대회 최저타 기록과 함께 해남을 환호로 뒤흔들었다.

 

팬들이 기다린 것도 ‘우승’만이 아니었다. 김세영다운 우승이었다. 매 라운드마다 새로 그리는 그림처럼 즉흥적이고, 흐름이 오면 질주를 시작하는 본능적 골프. 김세영은 “해법을 하나로 고집하던 과거를 버리고, 이번 시즌부터 다시 즉흥성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이 말은 이번 우승에 대한 기술적 설명이라기보다, 스스로를 어떻게 되찾았는가에 대한 고백에 가깝다.

 

빨간 바지도 그대로였다. “타이거 우즈의 빨간 셔츠처럼, 누군가 나를 기억하게 하고 싶었다”고 말하며 데뷔 때부터 일요일마다 지켜온 ‘레드 팬츠 룰’도 변함이 없었다. 팬들에게는 그것이 ‘우승 예고 신호’였고, 해남 갤러리의 기대는 실제로 맞았다.

이번 우승은 LPGA 투어의 기록에도 선명한 흔적을 남겼다. 2025 시즌 27번째 서로 다른 우승자라는 이례적 대혼전 속에서, 단 한 번의 추격도 허용하지 않는 절대적 리드로 경기를 끝냈다. 동시에 ‘5년 만의 완전한 귀환’이라는 드라마는 한국 선수의 2025년 시즌 7번째 우승이라는 숫자 이상의 울림을 남겼다.

 

무대 역시 완벽했다. 대한민국 최초 LPGA 정규 투어 대회가 열린 전남 해남 파인비치 골프링크스는 올해도 바다 바람과 코스 전략성이 공존하는 가장 계산 불가능한 어프로치의 현장이 됐다. 그리고 그 예측 불가능함 위에서 가장 폭발적인 감각을 보여준 선수가 바로 김세영이었다.

 

해남에는 올해도 전 세계 중계가 이어졌고, 2026여수세계섬박람회, 남도국제미식산업박람회로 이어지는 전남의 글로벌 무대 전략은 다시 한 번 명확한 증거를 얻었다. 그러나 그 모든 앞에 선 장면은 단 하나 ‘레드 팬츠를 입고 돌아온 김세영, 가장 김세영다운 방식으로 끝냈다’는 사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