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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선 칼럼] 위고비 맞고 커졌다고? 남자들이 열광하는 진짜 이유

요즘 온라인 커뮤니티엔 이런 말이 돌고 있다. “위고비 맞고 살도 빠지고, 거기도 커졌어요!” 한마디로 '체중감량 주사'가 '자존감 부스터샷'으로 탈바꿈한 셈이다. “이게 진짜 부스터지, 진작 맞을 걸 그랬네”라며 기대 섞인 농담과 찐 반응들이 줄줄이 쏟아진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정말로 커진 걸까, 아니면 그렇게 느껴지는 걸까? 정답은, 둘 다 맞고 또 둘 다 아니다.

남자들은 왜 ‘그곳’에 이토록 민감할까?

크기. 평생 따라다니는 이 키워드는 단순한 신체 부위의 문제가 아니다. 자존감, 정체성, 자신감이라는 복잡하고도 미묘한 정서적 구조와 얽혀 있다. 그 시작은 의외로 빠르다. 태어나자마자 할아버지부터 확인한다. “허허, 이놈 봐라. 고추가 튼실하구만~” 이때부터 크기는 ‘가문의 자부심’이 되고, 학창시절 체육 시간 단체 샤워, 군대 샤워실, 목욕탕의 눈치 싸움에 이르기까지 남자는 은연중에 크기로 줄 세워진다. 그래서 어떤 변화든 ‘커졌다’는 말 한마디에 남자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위고비는 실제로 커지게 하나요?

과학적으로 따지자면, 위고비(Wegovy)는 GLP-1 수용체 작용제로 당뇨 치료와 체중 감량을 돕는 약이다. 음경 해면체에 직접 작용하는 성분은 아니다. 그런데 왜 ‘커졌다’고 느끼는 걸까? 이유는 간단하다. 그동안 살에 파묻혀 있던 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마치 솜이불에 파묻혀 있던 볼펜이 이불이 얇아지며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듯, 복부 지방에 파묻혀 있던 음경이 다이어트로 인해 ‘잠복’ 상태에서 '출현'한 것이다.

 

비뇨기과에서는 이를 ‘자라고추의 해소’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건 단순히 보이는 길이의 변화만은 아니다. 살이 빠지면 혈액 순환이 좋아지고,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올라가며 발기도 단단해진다. 사정의 양과 질도 좋아지고, 파트너와의 관계에서도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이어진다. 몸이 가벼워지니 자세도 펴지고, 눈빛도 살아난다. 즉, 커진 건 단순하게 길이가 아니라 ‘존재감’이다.

 

심리적인 착시가 주는 마법

남자는 ‘크다’는 말에 약하다. 큰 차, 큰 집, 큰 손목시계, 그리고 큰 자신감. 사실 성기 크기에 대한 고민은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작아 보이진 않을까?’라는 불안에서 비롯된다. 그 불안은 은근히 삶 전체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그러니 위고비를 맞고 “커졌다”는 느낌을 받는 순간, 그건 단순한 시각적 변화가 아니라 삶의 중심축이 한 칸 위로 올라간 듯한 감정이다. 비만은 몸만 무겁게 하는 게 아니다. 관계도, 마음도 눌러놓는다. 그러니 살을 빼면 '보이던 것'보다 '느껴지는 것'이 커진다.

 

크기의 진짜 의미는 ‘보이는 것보다 느껴지는 것’

실제로 비만한 남성에게 7kg씩 감량될 때마다 평균 1cm씩 음경이 ‘드러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이건 자기 자신에 대한 해방이다. 많은 남성들이 정상 크기임에도 불구하고 왜소 콤플렉스를 겪는다. 거울을 피하고, 사우나를 꺼리고, 성생활을 회피하기도 한다. 위고비의 효과는 어쩌면 단순한 지방 연소가 아니라, 그들이 숨기고 있던 자존감의 발화 장치일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요약하자면, 위고비가 커지게 한 건 성기가 아니라 남자의 마음이다. 그리고 남자의 자존감이 커졌을 때, 관계도 함께 확장된다. 살을 빼면서 드러난 건, ‘그곳’이 아니라, ‘나’였다. 그래서 우리는 말한다.

 

“위고비야, 너 진짜 남자 살렸다.”

 

사실 음경의 크기에 대한 남자의 집착은 골퍼가 드라이버 비거리에 집착하는 것과 매우 닮았다. 거리만 멀리 날리면 다 되는 줄 알지만, 정작 스코어를 결정짓는 건 퍼팅이다. 1cm가 중요한 순간은 언제나 마지막이다. 그런데도 남자들은 드라이버로 300야드를 넘겼다고 자랑하면서, 그린 위에서 세 번이나 퍼트를 놓치는 건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이것은 마치 ‘크기는 큰데 감각은 없는 것’과 같다.

 

몸은 크고 힘은 넘치는데, 섬세함과 집중력이 없으면 그건 ‘쎈 남자’가 아니라 ‘헛스윙’이다. 골프가 힘이 아닌 감각의 스포츠이듯, 관계도 마찬가지다. 잠복음경이 해소됐든, 테스토스테론이 증가했든, 결국 중요한 건 ‘어떻게 다루느냐’이다. 또한 위고비의 효과는 골프에서 클럽 헤드를 교체했을 때의 감흥과도 비슷하다. 같은 스윙인데도 공이 더 멀리, 더 곧게 날아간다면 자신감은 물론 전체적인 플레이가 달라진다. 비만 치료가 단지 ‘살을 빼는 것’이 아니라, ‘자세를 펴고 시선을 바로 세우는 것’이라면, 골프도 같은 원리다. 허리 회전이 자유로워지고, 하체의 균형이 잡히면 스윙의 탄력이 달라진다.

 

몸이 가벼워지고 중심이 안정되면, 골프도, 성생활도, 인생도 더 멀리, 더 정확하게 날아간다. 위고비는 단순한 주사가 아니다. 몸과 마음의 그립을 다시 쥐게 해주는, 남자의 리셋 버튼이다. 이 주사가 해준 일은 단순한 다이어트가 아니라, 남성성의 중심축을 되찾게 해준 것이다. ‘굿샷!’이란 말처럼, 위고비 이후 달라진 남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한마디.

 

“당신, 지금 제대로 맞췄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