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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정의 지식의 맛] 알뜰신잡(11) 다시 피어나는 인생 2막, 노인복지관의 풍경

요즘 노인복지관에 강의를 자주 가는데, 분위기가 예전과는 사뭇 다르다. 조용히 장기나 바둑을 두거나, 신문을 읽던 풍경은 이제 일부에 불과하다. 강의실마다 활기가 넘치고, 복도에는 웃음소리가 가득하다. 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유튜브 편집을 배우는 분, 그림을 그리며 전시회를 준비하는 분, 그리고 카페 운영이나 공공시설 안내 등 노인일자리에 참여하는 분들까지 그야말로 ‘제2의 인생학교’가 펼쳐지고 있다.

 

과거에는 ‘노년’ 하면 은퇴와 여가, 혹은 휴식의 시간으로만 여겨지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노인세대는 다르다. 배움과 일, 나눔을 통해 인생의 후반부를 다시 설계하고 있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바로 노인복지관의 평생학습 프로그램이 있다.

 

여기서는 단순히 지식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새롭게 발견하고 세상과 연결되는 경험을 한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 활용교실’은 손자와의 소통을 넘어 사회 참여의 문을 열어준다. ‘인문학 교실’은 삶을 돌아보고 관계를 성찰하게 하며, ‘노인일자리 사전교육’은 새로운 역할로 나아가는 용기를 준다.

 

‘노인일자리’ 참여하는 것도 경쟁률이 상당히 높다. 어느 분야를 지원하느냐에 따라서 13:1도 있었고, 4년 재수 사례도 있다. 나만의 루틴을 만들기 위해 억지로라도 움직이고자 하는 분들이 많아진 풍경이다. ‘노인일자리’ 참여로 소중한 경험들과 지금의 일들이 잘 어우러지게 하는 것도 스스로 만들어 나가야 할 과제다.

 

한평생 가족을 위해 헌신했던 어르신들이 이제는 ‘나를 위한 시간’을 다시 배워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평생학습의 의미다. 어떤 분은 70세에 그림을 시작해 지역 미술대전에 입상했고, 봉사활동을 통해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로 산다”는 어떤 분은 우울증과 자존감을 되찾았다. 배움은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 오히려 노년의 배움은 젊은 시절보다 더 간절하고, 그 성취감은 깊다.

 

특히 주목할 점은 노인일자리 사업과의 연계다. 복지관에서는 카페 바리스타, 지역 환경지킴이, 행정지원 등 다양한 일자리가 제공된다. 단순히 소득을 얻는 차원을 넘어, 사회와의 연결을 유지하고 삶의 리듬을 되찾는 효과가 크다. “일이 있으니 하루가 즐겁다”는 말은 단순한 소감이 아니라, 존재의 의미를 다시 확인하는 고백이다.

 

이제 복지관은 ‘노년의 삶을 재구성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 안에는 배움의 기쁨, 일의 보람, 그리고 사람과의 관계가 어우러져 있다. 이런 변화 속에서 우리는 인생 후반이 결코 ‘마침표’가 아니라 ‘새로운 종이에 시작되는 첫 문장’으로 깨닫게 된다.

 

공자는 “배우고 때로 익히면 즐겁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 했다. 오늘의 노년세대는 이 구절을 현실 속에서 증명하고 있다. 나이가 들어서 배우는 즐거움, 일하며 나누는 보람은 인생의 후반부를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

 

복지관에서 인문학을 강의하면서 열심히 듣고 쓰고 자료까지 요청(?)하는 분들을 만났다. 고전의 매력에 심취하는 모습에서 인생의 동반자를 만난 기분에 서로가 한껏 신이 났다. 참 보람 있고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감사함이 절로 차곡차곡 쌓인다.

 

복지관의 북적임은 살아가는 생동감이다. 다시 배우는 인생, 무력한 노인에서 벗어나 지혜롭게 살아가고 있음을 확인한다. 노년의 삶이란 멈춤이 아니다. 그냥 무심하게 시간을 보내며 인생을 지루하게 사는 것이 아니다. 배우고 나누기에 관심을 가지는 모습들이 바로, 오늘의 노인복지관이다.

 

오늘도 교육 현장에서 만나신 어르신들께 약속했다. 우리 선생님들의 열정을 꼭 알리는 전도사가 되겠다고. 약속 지켰습니다.

 

 

강윤정

마중물교육파트너스 대표

평생교육 석사

시니어 TV 특강강사

인문학 맛있는 고전 진행자

웰라이프 및 웰다잉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