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광주 메디뷰티산업전이 올해도 조용하지만 묵직한 여운을 남겼다. 표면적인 규모나 화려함보다, 지역 기업들이 스스로 성장 가능성을 확인하고 ‘시장 속에서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쌓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행사장을 찾은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크지 않아도 알맹이는 꽉 찼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였다.
이번 산업전은 10월 30일부터 11월 1일까지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펼쳐졌다. 의료·헬스케어, 뷰티 제조와 서비스 등 115개 기업·기관이 294개의 부스를 마련해 기술과 제품을 비교적 소박하지만 알차게 선보였다. 제품 판매보다 바이어와의 ‘첫 만남’을 만들고, 생생한 시장 반응을 듣는 자리가 됐다는 점에서 참가 기업들의 만족도도 높았다.
특히 수출상담회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 국내 18명, 해외 6명 등 총 24명의 바이어가 참여해 47개 기업과 상담했는데, 건수만 142건, 상담액은 약 65억 원 규모다. 이 중 12억 9,500만 원 상당의 계약이 실질적으로 추진되고 있어, 작은 지역 행사라고 보기 어려운 결과를 남겼다. “광주의 기업들이 생각보다 탄탄하다”는 바이어들의 반응도 이어졌다.
행사의 분위기를 한층 부드럽게 만든 건 시민 체험 프로그램이었다. 메이크업 시연, 피부 진단, 향수·핸드크림 만들기, 헬스·다이어트 조언 등이 마련돼 체험 부스마다 긴 줄이 늘어섰다. 관람객들은 단순 구경이 아니라 직접 얼굴과 피부를 들여다보고, 몸 상태를 점검하는 시간을 보내며 “전시회가 아니라 생활 속 뷰티·건강 페어 같다”는 소감을 남기기도 했다.
지역대학과 창업기업이 함께 꾸린 체험 부스도 주목을 받았다. 남부대·동강대 학생들이 참여한 네일아트·페이스페인팅과 두피 진단 코너는 젊은 감각이 더해져 활기가 넘쳤다. 현장에서 학생들이 실습을 하고, 시민과 소통하며 배움의 현장을 자연스럽게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참가자들 사이에 ‘하나의 콜라보 모델’이라는 평가도 흘러나왔다.
광주 5개 자치구가 협력해 마련한 ‘K-헬스 공동관’은 행사장의 중심축 역할을 했다. 피부건강측정기, 자동전자혈압계, 비침습 혈당측정기, 이동형 체형분석기 등 다양한 장비가 도입돼, 시민들은 자신의 건강 수치를 즉석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헬스케어는 어렵다”는 인식을 깨고, 누구나 접근 가능한 생활형 건강 콘텐츠라는 면모를 보여준 대목이다.
광주시는 이번 산업전을 ‘한 번 열고 끝’이 아닌, 지역 기업을 키우는 디딤돌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제품 경쟁력 강화, 해외 판로 확대, 기업 애로 해소, 전문 인력 양성 등 산업 생태계를 두텁게 만드는 후속 지원을 잇따라 마련할 계획이다. 산업전이 지역 기업의 무대가 아니라, 기업을 키우는 발판이 되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김영문 문화경제부시장은 이번 행사를 “광주 메디·뷰티 산업이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는지 힌트를 준 자리”라며, 기술 개발 지원과 판로 확대, 인력 양성 체계를 촘촘히 다듬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겉보기엔 소박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알토란 같은 성과를 챙긴 광주 메디뷰티산업전. 광주가 K-뷰티와 헬스케어 융합 산업의 새로운 무대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