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지방에 강의 갔다가 올해 여든 살의 외사촌 오빠를 만났다. 늘 카톡방을 통해서 오빠의 일상을 보고는 있었지만, 얼굴을 맞대고 밥 한 끼 먹기는 쉽지 않은 일이라 반가운 마음이 앞섰다. 팔순을 맞이한 오빠는 요즘 올케언니와 파크골프로 여가를 보내며 한참 재미에 빠져 계신 듯했다. 며칠 전에는 ‘홀인원이 쏟아진 날’이라는 제목으로 영상을 만들어 유튜브에 올려 카톡방에 공유했다.
요즘 대세인 파크골프는 연회비가 5만 원이라 부담 없이 하루 종일 시간 보내기 좋다고 하셨다. 나이 들어서 부부가 이렇게 같은 취미를 즐기며 운동하고 건강을 관리하는 모습은 늘 귀감이 된다. 오빠의 하루는 운동에서 끝나지 않는다. 교회 봉사 활동도 꾸준히 이어간다. 그날도 교회에서 일정이 있는데 잠시 왔다며 식사 후 다시 교회로 향했다. 팔순이 되어도 저렇게 바쁘게 사는 모습에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교회에 가서 누군가를 돕기 위해 몸을 움직이고, 말을 건네고, 귀를 기울인다.
봄이 되면 텃밭 일을 시작으로 농사와 가을배추를 추수하는 일상을 유튜브에 올린다. 특별한 편집도, 거창한 말도 없다. 영상으로 찍어서 자막과 음악을 넣고, 짧은 소감을 일기 쓰듯이 매일매일 한편씩 만들어 카톡방에 올려 우리가 일상을 알 수 있도록 남겨 놓는다. 늘 배우는 것을 좋아해 영어 그것도 필사체로 성경 한 권을 다 필사할 정도로 학습적인 일들을 좋아한다.
새해가 되면 흔히 사람들의 계획부터 떠올린다. 새로운 공부, 새로운 도전, 새로운 목표.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나이 든 사람들의 새해는 너무 쉽게 단정 지어진다. 이제는 쉬어도 되고, 이제는 몸만 챙기면 되고, 더 배우지 않아도 된다는 말들이다.
공자는 배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학이불염(學而不厭), 배움을 싫어하지 말라. 이 말에는 나이의 조건도, 시간의 제한도 없다. 배우려는 마음을 내려놓지 않는 한, 삶은 계속 자라고 깊어진다는 뜻일 것이다. 여든의 나이에 새로운 운동을 익히고, 일상을 기록하며, 공동체를 위해 봉사하는 오빠의 모습은 이 짧은 네 글자를 그대로 실천하고 있다. 조용히 하루하루의 루틴으로 생활하고 있다.
우리는 흔히 노년을 ‘지켜야 할 시간’이라고 말한다. 건강을 지켜야 하고, 사고를 조심해야 하며, 무리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그 말속에는 어느새 멈추라는 신호가 함께 섞여 들어간다. 더 배우지 않아도 되고, 새로 시작하지 않아도 되며, 도전은 젊은 사람의 몫이라고 하는 암묵적인 전제가 깔려 있다. 그런데 오빠의 삶을 보면 지금도 배울 수 있고, 익숙하지 않아도 시도할 수 있으며, 오늘을 기록할 이유는 충분하다는 사실을 몸으로 보여준다.
새해를 맞으며 우리는 종종 거창한 계획을 세우려 한다. 하지만 노년의 새해 다짐은 조금 달라도 괜찮다. 파크골프처럼 몸에 무리가 되지 않는 운동 하나, 스마트폰 기능 하나 배우기, 글쓰기나 기록, 신앙 공부, 동네 모임 참여도 모두 충분하다. 중요한 것은 결과가 아니라 계속 배우고 있다는 감각, 여전히 삶에 참여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새해에는 우리 모두에게 작은 ‘처음’이 하나씩 생기기를 바란다. 노년이라서 늦은 것이 아니라, 오늘이기에 가능한 시작이 분명히 있다. 공자가 말한 학이불염(學而不厭)처럼, 배움을 싫어하지 않는 마음 하나만 지켜낼 수 있다면, 노년은 충분하게 건강하고,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

강윤정
마중물교육파트너스 대표
평생교육 석사
시니어 TV 특강강사
인문학 맛있는 고전 진행자
웰라이프 및 웰다잉 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