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지방소멸은 더 이상 미래의 경고가 아니다. 이미 상당수 지역에서 현재형 과제로 자리 잡았다. 출산율 하락과 고령화, 청년 유출이 겹치며 인구 구조의 균열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영암군 역시 이런 흐름 한가운데에 있다. 다만 접근 방식은 다르다. 위기를 과장하기보다, 수치를 먼저 읽고 정책의 방향을 정했다. 영암군이 인구정책의 출발점으로 ‘실사구시’를 내세운 이유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영암군 등록인구는 5만69명이다. 2021년 5만2,937명과 비교하면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영암군은 이 수치를 결과로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인구 규모보다 구성과 이동, 체류 방식에 시선을 옮기며 정책의 초점을 다시 맞췄다.
눈에 띄는 대목은 외국인 등록인구다. 지난해 기준 1만425명으로 전체 인구의 17.2%를 차지한다. 조선업을 중심으로 한 지역 산업 현장에서 일하는 외국인주민은 이미 영암의 생활권 안에서 일상과 소비를 함께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 영암군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생활인구’로 옮겨간다.
2024년 영암군의 누적 생활인구는 329만4484명, 월평균 27만4540명으로 집계됐다. 등록인구의 약 4.5배 규모다. 산업단지 노동자, 통근 인구, 관광객 등 다양한 관계 인구가 영암을 오가며 일과 휴식을 이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특히 15일 이상 체류한 통근형 인구는 약 3만3480명으로, 전체 체류 인구의 16%, 등록인구 대비 54% 수준이다. 재방문율은 47%에 이른다. 카드 소비 데이터에서도 이들의 영향은 확인된다. 영암에서 이들 1인당 월평균 카드 소비액은 15만3670원으로 나타났다. 생활인구가 지역경제의 주변부가 아니라 중심부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의미다.
이 같은 실사를 바탕으로 영암군은 등록인구와 생활인구를 나누는 대신, 두 집단이 함께 머물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 정책의 방향을 맞췄다. 주소 이전을 전제로 하기보다, 먼저 살 수 있는 조건을 갖추는 방식이다.
주거 정책이 그 출발선이다. 영암군은 2023~2024년 사이 공공주택 92호를 공급했고, 2028년까지 200호 확충을 목표로 하고 있다. LH와 협업한 지역 맞춤형 주택 공급으로 청년과 신혼부부의 주거 안정에 무게를 뒀다.
생활 안정 정책도 이어진다. 신혼부부와 다자녀가정을 위한 주택 대출이자 지원을 비롯해 청년문화수당, 문화복지카드, 결혼장려금, 자격증 응시료 지원, 주거비 지원 등이 운영 중이다. 대학생 전입장려금과 초·중·고 입학축하금은 인구 유입과 정착을 동시에 겨냥한 장치다.
문화·체육 인프라 확충도 병행되고 있다. 삼호어울림문화체육센터는 씨름단 훈련장과 작은도서관, 커뮤니티 공간을 갖춘 복합시설로 개관을 앞두고 있다. 학산권역 파크골프장과 반다비체육센터도 운영 준비가 진행 중이다. 정주 여건을 생활의 문제로 풀어가겠다는 방향이 읽힌다.
인구정책은 생애주기 전반으로 확장됐다. 영암군은 유아기부터 아동·청소년기, 청년기, 장·노년기, 전 생애, 결혼, 임신·출산, 귀농·귀촌까지 8개 분야 106개 사업을 묶어 추진하고 있다. 정책을 나열하기보다, 단계별로 이어 붙이는 데 초점을 둔 구조다.
귀농·귀촌 정책 역시 체험과 정착을 구분해 설계했다. ‘영암살래’ 프로그램을 통해 일정 기간 마을에 머물며 생활을 경험하도록 하고, 서울농장·기찬텃밭·만원 세컨하우스 등과 연계해 초기 진입 장벽을 낮췄다. 이후 귀농정착금, 농업창업자금, 주택정비 지원으로 정착 단계로 연결한다. 최근 5년간 전입자의 37%가 귀농·귀촌인으로 집계됐다.
외국인주민 정책도 함께 움직인다. 지역특화형 비자사업으로 265명이 지역 산업 현장에 연계됐고, 삼호읍 외국인주민지원센터에서는 통번역, 자녀 돌봄, 사회통합교육, 법률상담 등이 이뤄지고 있다. 대불산단 주변 보행 환경과 거리 경관 개선도 정주 여건과 지역 상권 활성화를 함께 겨냥한다.
정책의 기반을 다지는 움직임도 이어졌다. 영암군은 27일 세한대 영암캠퍼스에서 지자체·기업·대학이 참여한 영암지역공헌위원회를 열고, 지역혁신 중심 대학지원사업(RISE) 성과와 협력 과제를 공유했다. 통합돌봄 체계 구축과 지역산업 맞춤 전공 프로젝트 등 지·산·학 협력 모델을 점검했다.
같은 시기, 군은 지적기준점 9529점에 대한 전면 점검과 정비에도 들어갔다. 노후·훼손·망실된 기준점을 정비해 지적측량의 정확성과 신뢰성을 높이고, 토지소유자 재산권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영암군은 인구 구조 변화에 대응해 등록인구와 생활인구를 아우르는 인구정책을 추진하며, 정주 여건 개선과 지역 활력 제고를 위한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