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양하영 기자 | 모든 산업의 시작점이자 ‘기계를 만드는 기계’, 공작기계가 인공지능(AI)이라는 두뇌를 얻어 거대한 진화를 시작했다. 13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KINTEX)에서 막을 올린 ‘SIMTOS 2026(서울국제생산제조기술전)’은 대한민국 제조 산업의 찬란한 미래상을 보여주는 동시에, 그 미래를 지탱할 ‘인재’라는 핵심 과제를 화두로 던졌다.
■ 모든 산업의 뿌리, ‘Physical AI’ 시대를 선포하다
올해로 40주년을 맞이한 SIMTOS 2026은 세계 4대 전시회라는 위상에 걸맞게 킨텍스 전관(10만㎡)을 1,300여 개 기업의 혁신 기술로 가득 채웠다. 자동차, 반도체부터 우주항공에 이르기까지 국가 핵심 전략 산업의 근간이 되는 공작기계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이날 기자간담회에 나선 한국공작기계산업협회 김원종 회장(DN솔루션즈 대표이사)은 공작기계의 역할을 새롭게 정의했다. 김 회장은 “기계 산업은 이제 디지털 전환(DX)을 넘어 인공지능 전환(AX) 단계로 진입했다”며, “미래의 공작기계는 AI의 판단이 물리적으로 구현되는 실행 플랫폼, 즉 ‘Physical AI Execution Platform’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계는 몸체(Body)가 되고 AI는 두뇌(Brain)가 되어 스스로 판단하고 적응하는 자율 제조 시대의 서막을 알린 것이다.
■ 찬란한 비전 뒤의 그림자, ‘지방 인재 블랙홀’
하지만 전시장을 수놓은 화려한 자동화 장비들의 향연 뒤편에는 제조 현장의 무거운 고민이 서려 있다. 비전은 ‘지능화’를 향해 달리고 있지만, 정작 그 기계를 만들고 운영할 ‘사람’이 부족한 역설적인 상황 때문이다.
실제로 현장에서 만난 로봇암 연구원은 “기술 개발을 완료하고 제품을 출시해도 지방 공장에서 일할 연구 인력을 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모든 인적 자원을 빨아들이는 ‘서울 블랙홀’ 현상과 숙련공의 고령화, 청년층의 기술직 기피 및 세대 간 기술 전수 단절이 맞물리면서 기술 주권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보루인 ‘지방 제조 거점’이 인력 공급망 단절로 무너질 위기에 처해 있다는 지적이다. 아무리 똑똑한 AI 플랫폼이라도 현장의 실핏줄 역할을 할 인재가 없다면 사상누각에 불과하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 협회의 응답 ‘인재 젖줄’ 복원한다
지난 2월 취임한 김원종 회장은 이러한 현장의 목소리를 취임 초기부터 핵심 경영 과제로 삼았다. 김 회장은 “현장을 출발점으로 삼아 산업 생태계를 강화하겠다”는 약속을 이번 SIMTOS를 통해 실천적인 액션 플랜으로 보여주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인재 양성을 향한 전폭적인 투자다. 협회는 산업통상자원부와 함께 총 사업비 62억 원 규모의 ‘첨단제조 정밀기계 부품장비 전문인력양성사업(2025~2030)’을 가동했다. 아주대, 강원대, 서울과기대 등 주요 대학과 연계해 석·박사급 R&D 인력을 육성하며, 학생 1인당 평균 32백만원 지원, 박사과정의 경우 1억원 이상 지원의 장학금을 지원하는 파격적인 혜택을 내걸었다.
특히 이번 전시회에서는 단순히 장비를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커리어커넥트 in SIMTOS’ 채용박람회를 통해 35개 우수 기업과 구직자를 직접 매칭한다. 또한 ‘애로기술 상담회’를 운영하며 기업의 기술 갈증을 대학의 연구 인력이 비용 부담 없이 해결해 주는 산학협력의 모델을 제시했다. 인재를 직접 키워내(육성) 현장과 즉시 연결하는(채용) ‘인재 공급망’의 전 과정을 협회가 함께하겠다는 의지다.
■ 기술 주권의 완성은 ‘인재 주권’으로부터
대한민국 공작기계 산업은 이제 변화에 대응하는 단계를 넘어 미래를 선도하는 시점에 서 있다. 김원종 회장이 이끄는 제20대 협회는 수치에 치우친 단순한 세(勢) 부풀리기가 아닌, 산업의 근간이자 뿌리인 ‘인재’부터 돌보는 내실 경영에 집중하고 있다.
기계는 AI라는 똑똑한 두뇌를 얻었지만, 그 심장을 뛰게 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AX라는 거대한 조류 속에서 기술 주권의 완성을 위해 ‘인재 주권’ 확보에 나선 김원종 회장의 행보에 제조업계의 기대가 모이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