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8개홀 연속 버디 기록을 세우며 ‘버디 사냥꾼’으로 거듭난 조윤지(24·하이원리조트)가 무려 5년 만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2승째를 거뒀다. 조윤지는 19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골프장 하늘코스(파72·6642야드)에서 열린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총상금 12억원)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코스 레코드인 9언더파 63타를 쳤다. 최종합계 18언더파 270타로 김민선(20·CJ오쇼핑)을 2타차로 따돌리며 감격의 우승컵을 안았다.
지난 2009년 KLPGA 드림투어(2부투어) 상금왕 자격으로 정규투어 풀시드를 획득했다. 2010년 신인왕에 오른 조윤지는 같은해 볼빅 라일앤스코트 여자오픈에서 정상에 오른 후에는 우승 소식을 전하지 못했다. 올해도 이 대회 전까지 상금 순위 13위을 기록, 상위권 성적을 냈지만 우승까지는 맛보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 우승으로 조윤지는 무려 4년 11개월 13일 만에 승수를 추가했다. 우승상금 3억원인 이번 대회에서 우승한 조윤지는 상금랭킹도 기존의 13위에서 4위(4억3952만원)로 껑충 뛰어올랐다. 조윤지는 대회 타이틀 스폰서 BMW 코리아가 챔피언 부상으로 내놓은 9660만원짜리 고급 스포츠유틸리티차량 BMW X5까지 받았고, 코스레코드 상금 300만원까지 부상으로 받아 기쁨이 더했다.
스포츠 패밀리 조윤지, 그녀는 누구인가?
조윤지는 스포츠 가족으로 유명하다. 아버지는 1997년 프로야구 삼성 감독 대행을 지낸 조창수씨고, 어머니(조혜정)는 여자프로배구 GS칼텍스 배구 감독을 지냈다. 언니 조윤희(33)는 프로골퍼 출신으로 지금은 KLPGA 이사로 활동 중이다. 언니 조윤희(33)씨는 KLPGA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부모님의 화려한 이름 뒤에서 남모를 가슴앓이가 있었을 것이다. 조윤지는 이에 대해 "부모님이 훌륭한 선수였기에 많은 사람들이 내가 못하면 실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부모님은 항상 내게 행복을 강조했다. 어머니가 '우승을 하는 선수보단 행복한 선수가 되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조윤지는 "부모님은 나에겐 정말 좋은 운동선배다"라고 대답했다.
대회 마지막 날, 연속 버디 행진
마지막 날 코스는 오전에 비가 내려 그린이 볼을 잘 받아준 데다 바람도 없었다. 강우예보에 따라 대회 조직위는 핀을 공략하기 쉬운 위치에 꽂았고 많은 선수들이 타수를 줄일 수 있었다. 70명 중 62명이 언더파 스코어를 기록할 정도였다. 공동 3위로 출발한 조윤지는 1, 2번홀 연속 버디에 이어 6∼8번홀에서 3연속 버디로 전반에만 5타를 줄이며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다. 후반 15번홀까지 또다시 3타를 줄이는 동안 김민선이 1타차로 추격전을 벌였다. 그러나 조윤지는 징크스로 남을 뻔했던 17번홀(파4)을 극복한 후 미소를 지었다. 조윤지는 지난 1라운드 17번홀에서 트리플 보기를 잡았고, 마지막 라운드에서는 17번홀에서 15m 버디퍼트 성공으로 승부를 결정지었다. 조윤지는 1, 2라운드에서는 선두권에 자주 올랐다가 중반이후 뒷심 부족으로 정상 일보직전에서 무너지곤 했었다. 올해 롯데칸타타 대회와 E1 채리티 오픈에서 각각 3위, 비씨카드 한경 레이디스컵에서 6위에 오르는 등 톱10에 5차례나 들었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드라이버와 아이언샷은 물론 롱퍼트까지 모든 게 완벽했다. "이 코스에서 가장 큰 걱정거리로 생각했던게 17번홀이었다"고 밝힌 조윤지는 "루키 때도 이 홀에서 트리플 보기를 범한 기억이 있다. 그리고 오늘 버디를 잡은후 캐디에게 '17번홀 끝났다'고 말하며 웃었다.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지 못하게 한 홀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선 "아직까지 시즌 목표를 세우진 않았다. 우승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그래도 목표를 정하자면 우승 횟수를 늘리는게 목표다. 우승을 많이 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전날 10언더파 206타로 2위였던 신인 김민선(20·CJ오쇼핑)은 6타를 줄이며 시즌 2승을 노렸지만 조윤지의 기세를 꺾지는 못했다. 최종합계 16언더파 272타로 2타차 2위에 만족해야 했다. 3라운드까지 단독 선두를 지키며 데뷔 첫 승을 기대했던 배선우(21·삼천리)는 이날 1언더파에 그쳤고 최종합계 12언더파 276타로 공동 6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미국프로골프(LPGA) 메이저대회인 US여자오픈을 우승하고 돌아온 전인지(21·하이트진로)는 결국 강행군을 버티지 못하고 이날 기권했다.
BMW 대회 홀인원 기록까지 나와
한편, 이번대회 ‘신입생’ 서하경(22·대방건설)이 2억원짜리 홀인원의 주인공이 됐다. 서하경은 4라운드 12번홀(파3·177야드)에서 5번 아이언 티샷으로 홀인원을 작성했다. 이에 따라 서하경은 대회 타이틀 스폰서인 BMW그룹 코리아가 이 홀에 홀인원 부상으로 내건 스포츠카 ‘BMW i8’의 주인이 됐다. 이 차량의 국내 판매 가격은 1억 9990만원이다. 이 액수는 대회 우승 상금 3억원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올 시즌 어지간한 대ㄴ회 우승 상금의 2배에 가까운 거액이다. 한 주 전 초정탄산수-용평리조트 오픈에서 시즌 3승째를 올린 고진영(20·넵스)이 받은 우승 상금은 총상금(5억원)의 20%인 1억원이었다. 이는 또 올 시즌 투어에 데뷔한 ‘초년생’ 서하경이 이전 13개 대회에 참가해 벌어들인 상금(1948만원)의 무려 10배가 넘는 금액이다. 서하경은 “골프채를 잡은 지 12년 만에 처음 홀인원을 했다”면서 “워낙 차가 탐이 나서 1라운드 때 티잉 그라운드 뒤에 전시된 차 안에 한 번 앉아 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성황리에 끝난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올 해 신설된 KLPGA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이 국내 골프대회의 품격을 높이는 여러 조치들로 주목받았다. 세계적인 프리미엄자동차 브랜드인 BMW에서 개최하는 대회답게 출전선수와 갤러리들에게 파격적인 조건으로 대회를 개최했다.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은 신설 대회 임에도 불구하고 총상금 12억원을 내걸어 선수들의 승부욕을 자극했다. 우승자에겐 우승상금 3억원과 1억원 상당의 BMW X5 xDrive 30d를 부상으로 내걸어 첫 대회부터 꼭 우승하고 싶은 대회로 만들었다. 또한 컷오프로 상금을 받지 못하는 선수들을 위해 컷오프 머니(50만원)도 제공했다. 실질적으로 선수들의 마음을 파고든 전략으로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은 내년 대회를 기다리게 만드는 효과를 거뒀다. 이와는 별도로 국내 최초로 파3홀 두 곳에 자동차를 부상으로 거는 파격도 보였다. 대회장인 스카이72 골프&리조트 하늘코스의 파3홀인 12번홀(BMW I8)과 16번홀(BMW 750Ld xDrive)를 내걸었다. 몸이 생명인 선수들에게 안전하고 튼튼한 자동차는 필수. 홀인원이 걸린 파3홀에선 보다 공격적으로 플레이하는 선수들의 모습은 흥미진진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갤러리에 대한 서비스도 기존 대회와 달랐다. 우승자가 탄생하는 18번홀 그린 주변에 700석 규모의 해외 메이저 대회급의 갤러리 스탠드를 설치해 관전에 용의했다. 또한 갤러리 플라자에서 1만원 미만의 다양하고 저렴한 식음료를 판매해 이에 소홀했던 다른 대회들과 차별화를 시도했을 뿐 아니라 갤러리 티켓과 연계된 BMW 드라이빙 센터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 것도 호평을 받았다. 갤러리 경품 또한 풍성했다. 추첨을 통해 BMW 118d 자동차와 나이키 골프 풀세트, 하만카돈 스피커 등 경품을 내걸었다. 또한 입장권 사전 구매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전일권(5만원) 구매자에겐 10만원이상의 다양한 혜택을 제공했다. 전일권을 구매한 갤러리에겐 대회 기념우산 1개와 대회기념 볼마커 1개, 푸드코트 이용권 1장 에비앙 생수 2병을 증정했다. 이와는 별도로 BMW 고객을 위해 '오너스 클럽'도 운영했다. 자동차 키만 보여 주면 입장이 가능한 휴식공간으로 음료와 카나페 등이 제공됐다. 주말이었던 지난 18일과 19일에는 BMW 쥬니어 캠퍼스도 운영됐다. 주니어 캠퍼스는 과학, 기술, 공학, 예술 및 수학을 융합한 STEA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rt & Mathematics)에 기초한 초등학생 대상 과학 창의교육 프로그램으로 초등학교 1~6학년 어린이 고객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자신 만의 아이디어로 BMW와 MINI의 친환경 자동차를 직접 만들어 보며 재미있는 과학기술과 친환경 마인드를 배울 수 있었다. 그 뿐만 아니라 사회공헌 프로그램 역시 남달랐다. BMW 미래재단에서 채리티 존을 운영했는데 7번홀의 미래재단 채리티 존에 티샷을 안착시키거나 3,4라운드 때 이 홀에서 버디가 나올 경우 매칭 기부를 통해 선수 1명당 총 80만원의 기부금이 적립됐다. BMW그룹코리아는 골프대회에 새로운 매칭 기부 방식을 도입함으로써 선수와 기업이 함께 새로운 골프 문화를 만들어 간다는 의미를 부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 : KLPGA 공식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