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김윤중 기자 | ‘어머니는 십리를 걸어가 고구마밭에서 종일 일하고 천원을 받아오기도 하고 어떤 날은 삯 대신 고구마단을 들고 오기도 했습니다. 어두워지고 나서야 돌아오면 밥을 지어놓고 묵어라 한마디 해놓고는 등을 보인 채 모로 누워버리던 어머니.(중략) 조그만 딸아이를 교사로 키운 어머니는 작년 1월, 세상의 인연을 끝내고 하늘로 돌아가셨습니다. 평생 가난에 맞서 자식을 지켜내느라 쉴 틈이 없었던 어머니는 이제 겨우 삶의 수고를 놓고 쉬고 계실 것입니다. 그 안식을 위해 오늘도 생전에 좋아하셨던 작은 꽃 한 송이 들고 납골당을 찾아갑니다.’
진주기계공업고등학교 OOO 선생님의 편지 중에서-
경상남도교육청은 내면에 숨겨두었던 경험을 진솔하게 드러냄으로써 자신을 치유하고 성장하는 데 기여하는 ‘자기 고백’이 담긴 편지쓰기 공모 사업을 실시하였다.
편지쓰기 공모는 코로나19로 잊혀져 가는 사람 간의 그리운 정을 되살리고,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감성이 묻어나는 편지를 통해 온기를 확산하기 위한 목적이다.
지난 4월 1일부터 5월 31일까지 두 달 동안 진행된 공모는 경남교육청 소속 모든 교직원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편지 내용은 내면에 숨겨두었던 경험을 진솔하게 드러내 자신을 치유하고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되는 ‘자기 고백’에 중점을 두었다.
편지에 담긴 사연들은 다양하다. ▸현재 혹은 고인이 된 부모님께 전하지 못한 마음 ▸한때는 끈끈한 정을 나누었으나 갑자기 소원해진 친구에게 전하는 고백 ▸특별히 기억에 남는 제자에게 전하고 싶은 선생님의 편지 ▸나의 마음을 움직인 선생님께 보내는 제자의 늦은 감사 ▸함께 근무한 동료 교사, 교직원에게 보내는 편지 ▸아내 혹은 남편에게 배우자로서 전하고 싶은 마음 ▸자기 자신에게 보내는 격려, 위로, 성찰 등.
공모 결과 총 82편이 접수되었다. 초‧중‧고 교사, 교육행정직, 교육공무직, 교육전문직 등 경남교육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였다. 심사는 5인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이 온라인 개별 심사와 면대면 협력 심사를 병행하여 신뢰도와 타당도를 높였다. 고백적 글쓰기, 친근한 전달력, 공감, 성찰의 네 가지 심사기준에 따라 최종 40편을 선정했다. 선정작품은 책으로 출판할 예정이다.
공모에 참여한 용남초등학교 윤정숙 교사는 “특별히 힘들었던 2020년을 돌아보며 찬찬히 편지를 써보니 선정 여부를 떠나 마음이 후련해진다.”고 소감을 밝혔다.
안태환 창의인재과장은 “어려운 시기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은 결국 사랑이고, 자기 고백이 담긴 편지쓰기를 통해 이러한 사랑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사업의 취지와 목적을 구현할 수 있도록 편지쓰기를 지속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