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대출 규모 6조3000억원, 부실 우려
은행들이 수익성 악화로 경영난에 봉착한 골프장에 대한 대출 심사와 건전성 분류를 강화할 방침이다. 골프장 대출 규모가 전체 대출의 1% 미만에 불과하지만, 향후 업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부실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한다는 취지에서다.
7월 31일 금융당국과 은행권에 따르면 17개 시중은행의 골프장 대출 규모(올 3월말 기준)는 6조3000억원으로 전체 원화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6% 수준이다. 이 중 골프장을 담보로 은행들이 돈을 빌려준 금액은 5조7000억원, 골프장 회원권을 담보로 대출해 준 규모는 6000억원에 달한다.
은행들은 골프장의 대출 규모가 큰 편은 아니지만 골프장의 채무상환능력이 떨어진 만큼 엄격한 여신심사를 통해 건전성 분류를 강화키로 한 것.
골프장 대출 연체율은 2.5% 수준으로 기업대출 연체율(1.32%)의 두배에 가깝다. 또 골프장 수 증가와 골프인구 정체에 더해 장기화된 경기 침체로 회원제 골프장의 매출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현재 은행 대출이 있는 골프장 350곳 중 절반이 지난해 적자를 냈다. 골프 회원권 가격이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곳도 수두룩하다.
국내 회원제 골프장 중 가장 가격이 비싼 남부CC의 회원권 가격은 현재 9억원대로 4년 전 23억원일 때보다 61% 가량 하락했다. 가평베네스트 회원권은 6억원대로 4년전 19억원일 때보다 3분의 2가량 가격이 떨어졌다. 5년후 꼭 돌려줘야 할 보증금인 입회금 반환을 해결하지 못하고 금융권으로부터의 자금 차입 어려움까지 겹친 골프장도 많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은행들이 잡고있는 담보물(골프장, 회원권) 가치가 대출보다 작아지는 경우까지 나오고 있다. 가령 A골프장 회원권의 경우 은행이 담보로 잡았을 때만 해도 10억원이어서 6억원을 빌려줬는데, 지금은 가격이 5억원으로 하락해 대출로 나간 돈이 담보물 가격보다 더 높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규 골프장의 경우 부실인 곳도 있지만 나머지 골프장은 대손충당금을 많이 쌓아놔서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며 “그러나 골프장 가격이 크게 하락해 신규 대출은 축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소순명 기자 ssm66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