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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소연, 의사에 '직접지급' 보험사 자문 수수료 연간 160억원

-연간 8만 건이 넘는 소견서...160억원 넘는 수수료
-20여개 민간의료자문업체...의료법 위배

보험회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부 혹은 삭감하기 위해 자문의사들에게 연간 160억원 이상 지불하며 불법 소견서를 발급받아 온 사실이 또 한번 수면위로 올랐다.

금융소비자연맹은 보험사가 불법적으로 대형병원 소속 의사 또는 민간 의료자문업체에게 연간 8만 건이 넘는 소견서를 발급받고 160억원이 넘는 수수료를 지급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7일 전했다.

보험사들의 ‘자문의 제도’는 의료법과 개인정보보호법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불법행위이다. 의료법 제17조(진단서등)에 의하면“환자를 직접 진찰한 의사가 아니면, 진단서ㆍ검안서ㆍ증명서를 작성하여 교부하지 못한다.”라고 되어 있다.

2019년 하반기 보험사 의료자문 현황을 분석한 결과, 보험사들은 연간 8만 건의 소견서를 보험사 자문의에게 의뢰했고 이들에게 의료자문료 명목으로 연간 160억 원 정도를 지급했다.

의료자문 건수가 가장 많은 병원은 한양대학교병원으로 모든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의 자문의 노릇을 했고 연간 7500여 건이 넘는 소견서를 발급해 15억 원의 자문료를 받았다. 2위는 인제대 상계백병원, 3위는 건국대학교 병원이었다.

가장 많이 의뢰한 보험사는 삼성화재로 연간 8915건으로 손보업계의 30.9%를 차지했으며 2위는 KB손보 3817건, 3위는 현대해상이 3512건이다. 생명보험사는 연간 4233건으로 업계 37.8%를 차지한 삼성생명이 가장 많은 건수를 의뢰했다. 뒤이어 2위 한화생명 2002건, 3위 교보생명 1297건이다.

보험사의 의료자문료는 대부분 보험회사가 원천세(기타소득세 3.3%)를 공제하고 자문 의사에게 직접 지급해 병원 수입으로 책정되지 않아 내역이 불투명한 부수입이다. 양측이 직접 거래해 ‘보험사의 의도대로’ 작성된 소견서는 환자를 대면 진료한 의사의 진단서 등을 부인하는 자료로 쓰였다.

 

한 사례로, 김모 씨(77년생, 남자, 43세)는 2007년과 2009년에 롯데손보에 보험에 가입했다. 2018년 09월 21일 경북 경주시에서 운전 중 교통사고로 뇌출혈 등의 중상을 당해 4개월 동안 영남대학병원 등에서 총 164일간 입원, 수술, 재활치료 등을 받았다. 후유장해로 장해율 56% 장해보험금을 청구하였으나 롯데손보 자사 자문의가 장해율 16%라며 장해보험금을 깎아 지급했다.

이후 3차 병원인 영남대학교 병원에서 장해율 40%로 후유장해보험금을 다시 청구하였으나 사측에서는 아무런 근거 없이 소비자가 선임한 손해사정사의 ‘손해사정서’를 부인했다. 회사는 환자를 일면식 보지도 않은 상계백병원의 유령 의사가 내놓은 회신문을 근거로 장해율 16%라며 보험금 지급을 재차 거부하고 있다.

또 한 사례로, 경상북도 포항에 거주하는 김 씨는 2014년 6월 25일 갑자기 쓰러져서 포항 ○○병원에 입원한 후 급성뇌경색(I639) 진단을 받았다. 이후 삼성화재와 삼성생명에 진단보험금을 신청해 삼성화재로부터 바로 보험금을 지급받았으나 삼성생명은 환자를 진료하지도 않은 자사 자문의에게 의견서를 받아 급성뇌경색이 아니고 열공성 뇌경색(I69)이라며 일방적으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

제17조 제2항에 의하면 개인정보처리자는 동의를 받을 때“개인정보를 제공받는 자, 개인정보를 제공받는 자의 개인정보 이용 목적, 제공하는 개인정보의 항목·개인정보를 제공받는 자의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 기간, 동의를 거부할 권리가 있다는 사실 및 동의 거부에 따른 불이익이 있는 경우에는 그 불이익의 내용을 정보주체에게 알려야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따라서 보험회사가 제3자인 자문의에게 소견서를 받으려면 환자에게 ‘어느 병원, 어느 의사에게 당신의 진료기록부를 제공하려는데 동의하느냐’며 구체적으로 제3자를 특정해 동의서를 별도로 다시 받아야 한다.

보험사 의료자문은 대형병원 이외에도 전체 자문 건수의 상당한 건수를 20여 개의 간호사 출신들로 이루어진 민간의료자문업체에도 의뢰하고 있다. 의료법 17조에 따르면 진단서 등의 발행은 의사가 아니면 발행할 수 없음에도 간호사가 의료자문업체를 차려 ‘의료자문’ 영업을 하는 것은 의료법을 위배한 것이며 보험협회의 공시자료에는 이 통계를 전부 누락시켰다.

배홍 금융소비자연맹 보험국장은 “보험사가 자문료를 주며 보험사 의도대로 소견서를 발행해 보험금을 깎는 불법적인 의료자문의 제도를 하루빨리 폐지해 보험회사의 보험금 부지급 횡포를 근절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