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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FIRST SLAM DUNK> 당신의 ‘영광의 시대’는 언제였나요?

추억은힘이세다.나이가든다는건그추억의힘을등에업고,앞으로나아가는것이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누군가는 힘이 세지기도 하고 누군가는 제풀에 지쳐 약해지기도 한다. 여기, 추억의 힘으로 돌아온 영화가 있다. 바로 <THE FIRST SLAM DUNK>다. <슬램덩크>는 7080세대에게는 추억이 가득 담긴 인생 만화다.


슬램덩크를 보면서 림 위로 공을 던졌고, 목표를 향해 몸을 던졌다. 20여 년이 훌쩍 흘러 첫사랑처럼 우리에게 온 <THE FIRST SLAM DUNK>는 우리에게도 ‘영광의 시대’가 있었음을 상기시킨다. 이 글은 그래서 이제는 ‘영광의 시대’가 한참 지나버린 슬램덩크 세대에 대한 위로이자, 그들에 대한 찬사다.

 

EDITOR 방제일

 

이노우에 다케히코란 이름을 농구팬들에게 각인시킨 희대 의 스포츠 만화 <슬램덩크>의 초기 설정은 소년만화였다. 그러다 이노우에는 농구 만화로도 충분히 인기를 끌 수 있 을 것이라 확신하곤 <슬램덩크>를 사쿠라기 하나미치(강 백호)가 농구를 통해 성장하는 성장 만화로 바꾸어 버린다. 이 선택은 탁월한 것이었다.

 

1990년 소년 점프 42호에 서 연재를 시작한 <슬램덩크>는 6년간 연재를 끝으로 누 계판매량1억부를훌쩍넘어버린전설의만화가된다.한 국에서는 토리야마 아키라의 <드래곤볼>과 함께 90년대 를 문화를 양분했던 거대 산맥이었다. 70, 80년대 태어난 남아 중 <슬램덩크>와 <드래곤볼>을 단 한 번도 접하지 않았다면, 분명 그것은 그것대로 이상한 일일 것이다. 마치 그것은 포르노를 한 번도 접해보지 못했다는 것과 등치 될 수 있을 만큼의 문화적 파급력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말 이다.

 

한국에서 <슬램덩크>는 챔프에서 연재하던 시절, 만화책 으로도 인기가 많았지만 더욱더 유명해진 것은 TV에서 방 영하고 난 이후부터다. 총 101화에 달하는 애니메이션 <슬 램덩크>를 나는 비디오로 먼저 접했다. 그 후 1998년 SBS 가 만화 왕국이라 자부하던 시절 저녁 황금 시간대 방영해 주면서 <슬램덩크>는 모든 남자아이들의 로망으로 자리 잡 는다. 당시 농구대잔치 시절의 인기와 합세한 <슬램덩크> 는농구를국민스포츠로만들어버렸다.야구는아버지세 대가 향유하던 스포츠였다면, 농구는 20대와 10대들에게 저항의 아이콘이었다.

 

특히 <슬램덩크>의 인기에 한몫했던 것은 단연 박상민의 OST였다. ‘너에게로 가는 길’은 지금도 근육맨의 OST인 ‘질풍가도’와더불어노래방에가면친구들이꼭빠지지않 고 부르는 곡이다. 한국어판 OST 들도 유명하나 Wands나 BAAD 등이 부른 일본어판의 OST도 그 면면이 대단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그토록 <슬램덩크>에 열광한 것일까. 대한민국 프로 스포츠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1982년 한 국 프로야구 원년을 시작으로 야구와 농구, 배구의 열기는 80, 90년대 큰 인기를 누렸다. 농구의 경우 농구대잔치란 이름으로 허재, 강동희, 허영만의 기아와 연세대, 고려대 등 어마어마한 팬덤을 자랑했다.

 

그 결과 <마지막 승부>라 는 드라마가 나오기도 했다. 한국에서 이런 농구대잔치의 열정에 불을 끼얹은 것이 바로 <슬램덩크>다. <슬램덩크> 이후 도심 곳곳에 농구 골대가 생기고, ‘영광의 시대’를 꿈 꾼 슬램덩크 세대들이 동네 농구장으로 몰려나왔다. 물론 농구장에는 덩크 키드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마이클 조던 에게 영감은 받은 ‘에어 아재’들도 곳곳에 보였다. 지금도 그시절 슬램덩크 세대들이 ‘에어 아재’가 되어 올림픽공 원, 반포동, 여의도 등지에서 ‘커리 키드’들을 박살 내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슬램덩크>가 끝날 무렵쯤 ‘농구대잔치’는 추억 속으로 사 라진다. 본격적으로 프로 농구의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프로농구 출범 당시 현대 걸리버의 맥도웰과 이상민 콤비를 위시해 ‘농구대잔치’의 인기를 이어가는 듯 했다. 외국인 용병들의 미칠듯한 활약은 놀라울 만큼 멋있었지만, 우리가 꿈꾸던 방식의 농구는 아니었다. 그래서일까. 프로 농구는 농구 대잔치의 인기를 이어가지 못하고 금방 사그라 들었다.

 

밀레니엄 시대의 도래로 당시 문화를 주로 향유하는 계층인 10대, 20대의 시선은 '스타크래프트'라는 희대의 e-스포츠로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이 시기에도 프로 농구를 열렬히 시청하던 진성 농구팬들은 여전히 있었다.

한편, <슬램덩크>이후 이노우에 다케히코는 또 다른 단편 농구 만화 <버저비터>로 돌아온다. <버저비터>는 슬램덩 크만큼의 화제성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내용 자체가 우 주 농구리그를 다루고 있어 생경하기도 했고, <슬램덩크> 의 여운이 아직까지 가시지 않은 시기에 임팩트가 약했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이노우에 다케히코에게 <버 저비터>란, 마이클 조던에게 <스페이스 잼> 정도의 흑역사이지 않을까.

 

그 이후, 국내에서 농구 열기는 점차 사그러들기 시작한다. 반면 국내 농구팬들과 NBA 농구 팬에게는 새로운 전기가 시작된다.

 

대한민국에는 김승현이라는 걸출한 가드가 2001년 데뷔해 프로 농구의 재미를 더했고, NBA에는 마이클 조던 의 대를 이을 새로운 ‘킹’ 르브론 제임스가 2003년 등장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미디어가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았기에 르브론 제임스의 활약을 보는 것은 제한적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이 시기 <슬램덩크>를 이을 농구 만화가 국내 에 상륙했다. 바로 <소라의 날개>다. <소라의 날개>는 <슬 램덩크>와는 정반대의 위치에 있는 만화다. <슬램덩크>가 당시 고등학생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신체와 운동능력을 바탕으로 NBA 급 경기를 보여준다면, <소라의 날개>는 진 흙투성이 인간극장에 가까운 면모를 보인다. 몇몇 농구팬 들은 그래서 <슬램덩크>보다 다케시 히나타의 <소라의 날 개>를 농구 만화의 정점으로 꼽기도 한다. 물론 이것은 어 디까지나 개인의 취향일 뿐이다. 나의 경우, 이노우에 다케 히코의 <리얼>을 최고의 농구만화로 꼽는다.

 

나는 2007년 르브론 제임스의 디트로이트 침공을 보면서 르브론 제임스와 NBA의 팬이 됐다. 2000년 대가 어느덧 흐르고 2010년대가 되어선 본격적으로 ‘스마트폰’이 등장 하기 시작한다. ‘스마트폰’의 등장은 그야말로 농구팬들에 게 혁명이나 다름없었다. 마치 청동기 시대에서 철기 시대 로 넘어온 충격파 정도라면 비유가 적당할까.

 

새로운 철기 문화를 접한 이들은 국내 케이블 방송에서 해 주는 NBA 중계로 만족하지 못하고 ‘리그 패스’라는 신 문 물을 받아들이며 NBA를 즐긴다. 이 시기는 본격적으로 르 브론이 빌런이 되어 마이애미 히트로 이적한 시기이기도 하다. 디트로이트를 멋있게 침공했던 제임스가 코트 곳곳에 눈물을 뿌린다. 이내 그는 디시전쇼와 함께 ‘빌런’이 돼 코트로 돌아온다.

 

이 시기부터 본격적으로 NBA 팬덤층이 급격하게 확장하기 시작한다. 시기적으로 미묘하게 <쿠로 코의 농구>란 만화가 나오면서 <슬램덩크>에 목말라했던 이들에게 촉촉한 단비가 되기도 한다. 이윽고 시대는 흘러 조던 키드도 코비 키드도, 르브론 키드도 아니었던 이들에 게 새로운 ‘우상’이 등장한다.

 

그렇다. 바로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스테판 커리’다. <무한도전>에도 출연할 정도로 한국에서, 혹은 전 세계에 서현재가장인기가좋은스테판커리는소년만화에가장 적합한 외형을 자랑한다. 기존 ‘농구 아이돌’은 강력한 운동 능력과 신체를 바탕으로 강인한 매력을 뽐냈다. 커리는 이와는 완전히 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 화려한 드리블링을 바탕으로 ‘묻지 마 3점 슛’으로 코트를 지배한다.


“와 미친건가?” 라는 표현이 조던과 샤크, 코비와 르브론과 전혀 다른 의미의 탄성으로 다가오는 것도 커리가보여주는 그 슛들이 정말 인간의 그것이 아닌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제 각각의 ‘영광의 시대’는 스테판 커리로 인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는 <슬램덩크>와 마이클 조던의 플레이를 본 세대든, <소라의 날개>와 코비, 샤크, 르브론을 접한 세대든, 모두에게 흥미롭기는 매한가지이다. 그리고 앞선 선수들을 모르는 이들에게도 <슬램덩크>는 그 이름 자체만으로도 많은 이들에게 의미가 있다.

 

슬램덩크는 단순히 만화가 아닌, 우리의 영광의 시대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