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골프’를 두고 이런저런 말이 나온다. 누구는 골프 대중화가 진정으로 이뤄졌다느니, 혹자는 “골프 인기는 거품이었다. 이제 그 거품이 꺼졌다”는 등 여러 전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미국에서 골프 라운드 수가 총 5억 3,100만여 라운드로 역대 최대를 경신한 것으로 조사됐다. 잘못 본 게 아니다. 무려 5억회나 돌파한 것이다. 이 ‘5억’이란 숫자는 의미하는 바는 매우 크다.
EDITOR 방제일
미국골프재단(NGF)이 지난 2월 발표한 지난해 미국 골프 라운드 수 자료를 보면 온-오프라인에서 젊은 골퍼의 증가, 좋은 경제 상황, 따뜻한 날씨의 영향으로 종전 최대치인 2021년의 5억 2,900만여 라운드를 경신했다. 미국에서 골프 라운드 수가 5억회 이상을 연속 기록한 것은 지난 1999~2001년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가 전성기를 누리던 ‘타이거 붐’ 시절 이래 두 번째다. 2001년 한 해 5억1800만여 라운드까지 올라갔으나 이후 5억회 주변을 오가다 2008년의 미국 금융 위기 이후로 골프 열기가 하락했다. 2019년은 4억4100만여 라운드로 급락하며 골프 인기는 이제 끝났다는 말까지 나오기도 했다.
미국의 골프 증가 이유도 역시 코로나19 때문?
코로나19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골프에 대한 인식과 여건을 바꿨다. 2020년 초반 코로나19 감염 급증에 얼어붙었던 골프 경기는 여름을 기점으로 ‘전염병에서 가장 안전한 레저 활동’으로 인식되면서 ‘골프’를 배우는 인기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20년 한 해만 6,100만여 명이 더 늘어 5억 200만여 명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NGF가 발표한 바에 의하면, 필드에서 라운드를 즐기는 이들은 코로나19 기간에 2001년 이후 가장 큰 폭의 순증가세를 기록했다. 거리두기, 비대면 등의 팬데믹 관련 일상생활의 변화를 통해 많은 이들이 근무 시간과 근무지를 유연하게 조정하면서 주중 라운드가 높아진 것이 미국 내 골프 인구 증가에 한몫했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사실은 34세 미만의 젊은이를 중심으로 골프 인구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NGF의 지난해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2022년 골프 인구는 4,110만 명으로 2016년 3,200만 명과 비교해 대폭 증가했다. 스크린 골프를 비롯한 실내 골프장 증가도 인구 증가의 큰 요인이었다. 온-오프 골프 참여자의 48%는 6~34세였다.
지구 온난화, 골프 치기에 오히려 좋아?
골프 라운드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건 날씨다. 미국 국립환경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는 미국에서 역대 4번째로 따뜻한 해로 측정됐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것이다. 통상적으로 날씨와 관련된 라운드 변동 폭은 매년 3% 정도의 편차를 보여왔다. 팬데믹 기간에는 역대급 습한 날씨로 기록된 2018~19년보다 훨씬 좋았다. 특히, 지난해는 미국 32개 주에서 전체 강수량이 평균 이하였디.
35개 주에서 1870년대 이후 가장 따뜻한 해였다. 이런 날씨가 이어진 30개 주는 인구밀도가 높고 골프 인구가 많은 동부에 모여 있었다는 것 또한 골프 인구 견인에 큰 역할을 했다. 북동부와 중서부의 주들도 골프 시즌을 더 길게 보낸 것이 라운드 수 증가로 이어졌다. 여기에 미국프로골프(PGA)투어와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는 매년 역대급 상금을 걸고 대회를 내거는 것도 한몫한다.
매년 새로운 광고주들이 투어를 통해 새로운 스폰서가 참여하는 그 이면에는 미국의 골프붐이 있다. 이런 미국의 골프 붐은 국내 골프 관련 기업에도 큰 기회다. 물론 국내에서 젊은 층의 골프 인기가 사그라들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새롭게 유입되는 인구는 늘고 있다. 어쩌면 지금이 국내외 ‘골프 산업’에 찾아온 최고의 기회이자, ‘골프의 봄’이다. 이 골프의 봄을 ‘소탐대실’로 보내지 않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