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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옥 칼럼] 전세 계약할 때 주의할 점은?

 

 

전세금은 임차인의 전 재산인 경우가 많다. 전세 계약 한번 잘못해서 보증금을 잃게 된다면 재기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사회에 대한 적개심과 불신으로 정신적 고통까지 겪게 되는 후유증도 따른다. 전세 계약을 피할 수 없다면 전세 사고를 예방하여 안전한 계약을 체결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전세 사기의 유형은 다양하나 전세 계약의 기본 원칙만 지킨다면 피할 수 있는 사고가 대부분이다. 사기를 당하고 나서 법적 조치와 강제 집행을 한다해도 한계가 있다. 임대인이 전세금을 이미 빼돌렸거나 탕진한 후 무능력 상태가 되면 그를 상대로 전세금을 온전히 돌려받는 것은 기대난이다.

 

1. 전셋집에 대한 객관적 권리 분석은 임차인 스스로 해야 한다. 공인중개사가 소개한다고 다 그대로 믿어선 안된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중개사는 집을 소개하는 사람이지, 권리 분석까지 하고 그에 따라 책임지는 사람이 아니다. 따라서 본인이 전셋집에 대해 권리 분석을 해 확신이 서기 전에는 전세 계약서에 서명을 하면 안된다.

임차인이 권리 분석하기 어려우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도록 한다. 객관적으로 안전하다고 판단이 된 주택만 계약해야 한다.

 

2. 부동산 등기부는 계약 체결하는 날에도 꼭 떼어 보자. 자신이 등기부를 확인한 이후 계약을 체결하는 날까지 며칠이라도 기간이 있다면 그 사이에 어떤 권리 변동이 있을지 알 수 없다.

등기부 등본 발급에 ‘요약 사항’도 같이 발급받으면 말소된 등기를 제외하고 현재 유효한 권리 관계와 소유자를 확인하기가 훨씬 쉽다. 전세 계약은 주택의 최종 소유자와 체결하는 것이 기본이다.

간혹 ‘신탁’으로 소유권이 넘어간 뒤에도 전(前)소유자인 위탁자가 “내가 계속 이 집을 관리해 왔고 담보 대출 때문에 잠시 신탁한 것”이라며 계약을 종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절대 응해선 안된다. 이럴 때는 “현재 소유자는 신탁회사이니 신탁회사와 3자간 계약하겠습니다.”라고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 위탁자와 전세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무권리자와 전세 계약한 격이다. 추후 임차인은 불법 점유자로 취급받아 신탁회사로부터 명도 소송을 당할 수 있다. 

 

3. 전세 대출을 받아 전세 계약을 할 때 대출 승인이 나지 않으면 계약을 무효로 한다는 특약을 넣을 필요가 있다. 전세 대출이 임대인이나 임차인의 귀책 사유로 승인이 나지 않는다면 잔금을 치를 수 없다. 특약으로 미리 전세 계약은 무효로 하고 계약금은 반환한다고 분명하게 적어놓아야 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4. 전세 보증보험은 잔금을 치르기 전에 반드시 가입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전셋집에 많은 선순위 담보 설정 등의 원인으로 보증보험 가입을 못한다면 임차인이 잔금까지 치르고 난 후 아무리 계약서 특약에 보증보험 미가입 때 보증금을 반환한다는 약정이 있더라도 이미 무능력 상태의 임대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는 데는 시간이 걸리거나 아예 못 받을 수도 있다.

 

5. 등기부상 근저당, 가압류, 가처분, 가등기, 임차권, 전세권, 지상권, 신탁 등기, 세금 체납의 압류, 경매개시결정 등기가 있으면 일단 그런 주택은 피하는 게 상책이다.

임차인은 이러한 권리 설정 이후 후순위가 되어 보호를 못받기 때문이다. 임대인이 임차인의 전세금을 받아 이를 전부 말소한다고 하면 임차인이 직접 변제하여 말소를 동시 진행하여 등기부상 깨끗한 상태의 주택에 전세를 들어가야 한다.

전세 계약을 체결할 때 '만약 임대인이 계약 종료되었음에도 보증금을 주지 않으면 이 주택을 경매시켜서 경매 낙찰 대금에서 임차인이 최선(最先)순위로 배당받아 전세금을 회수한다'는 생각으로 권리 분석하고 계약 체결하여야 한다.

 

6. 전세 잔금일 다음날까지 소유자 변경, 근저당 설정, 기타 권리 변동을 하지 않는다는 특약을 한다. 임차인은 전세 잔금을 치르고 입주를 하자마자 전입 신고와 확정 일자를 받는다.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대항력은 입주와 전입 신고한 다음날 0시부터 대항력이 생기기 때문에 만약 입주와 전입신고일과 같은 날 근저당 설정등기가 등기소에 접수되면 임차인은 대항력이 없는 임차인이 되고 근저당보다 후순위가 되어 경매때 배당을 못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7. 전세 계약 체결 전이나 적어도 잔금 지급 전에 임대인이 국세나 지방세의 체납 사실이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중개사를 통한 전세 계약일 경우 중개사에게 임대인이 세금 체납 사실이 없다는 납세증명원을 제출할 것을 요구한다. 세금 체납이 있을 경우 완납하지 않으면 계약은 무효로 한다는 특약을 한다. 다가구 주택의 경우 이미 입주해 있는 다른 임차인의 임대보증금액수 등 임차내역도 제출을 요구한다. 전세 계약때 여러 요구를 하는 것이 혹 야박한 것이 아닌지 마음이 약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일단 전세금을 임대인에게 주고 나면 임차인은 을의 지위가 된다는 것을 명심하자.

 

8. 전세 계약 때 주택의 하자 정도를 미리 사진 찍어 두거나 임대인에게 알려 놓으면 계약 종료때 전세 물건의 파손 여부나 책임 소재를 가리는 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분쟁을 예방할 수도 있다.

 

9. 깡통 전세는 매매 시세보다 전세가가 더 높은 전세를 말한다. 임차인보다 빠른 선순위 담보 설정 등기 등이 없다면 임차인은 전세금을 받기 위해 경매 절차에서든 일반 매매 형태로든 집을 인수해야 하는 경우가 있으니 매매가 대비 전세가율을 적절히 파악해야 한다.

 

10. 원룸, 투룸의 오피스텔의 경우 부동산 등기부상 공동근저당등기를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집합건물일 경우 호수별로 따로 매매와 근저당설정도 가능하다. 각 호수의 소유자가 같다면 여러 호실을 공동으로 묶어 금융기관에 담보를 잡아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의 담보 대출이 나가기도 한다.

각 호실은 각 등기부상 설정된 공동담보액(채권최고액)을 연대하여 부담한다. 오피스텔 각 호실의 갯수대로 할당된 담보채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즉 채권자는 전부가 아닌 일부 호실만 경매시킬 수도 있고 일부만 경매에 부치더라도 채권 전액을 받을 때까지 모두 배당을 받을 수도 있다. (실무에서는 배당의 편의상 오피스텔 호실 전부를 동시 경매시키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임대인이나 중개사가 “이 건물의 오피스텔 호실이 몇 개인데 수십억 원 근저당은 약과지, 건물의 시가가 얼만데” 하면서 혼란을 주더라도 각 호실이 각각 공동담보액 전부를 부담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11. 전세 계약 체결 때 임대인에게 전세권 설정등기를 해줄 것을 요구한다. 당사자 합의에 의한 설정등기이므로 나중에 임차인이 요청해도 임대인이 거절하면 못한다. 전세권 설정등기가 되어 있으면 전세 종료 후 재판 절차 없이 경매 신청이 가능하여 전세금을 회수하는데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전세권 등기가 최선순위로 되어 있으면 그 뒤에 (소유권이전청구권) 가등기가 경료되어도 경매 낙찰때 가등기는 직권말소된다. 이에 비하여 채권적 전세(전세권등기 아닌 전세를 말함)경우 부동산 등기부상 가등기가 먼저 되어 있으면 비록 임차인이 가등기보다 먼저 입주, 전입하였다 하더라도 임차인은 가등기가 말소되지 않는 한 이 주택을 경매 신청할 수도 없다.

 

12. 전세 계약 기간 중에 임대인이 소유권을 제3자에게 이전하면 임차주택의 양수인은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것으로 본다. 그러나 양수인이 무능력자라면 보증금 회수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임차인은 승계를 원치 않는다면 임대인의 임차주택의 양도 사실을 안 때로부터 상당한 기간 내 이의 제기하여 임대차를 해지할 수 있다. 이 경우 전소유자에게 보증금을 반환 청구할 수 있다.

 

13. 전세 종료 시기가 다가오면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두고 해지 통보나 계약갱신 청구를 문서로써 의사 표시할 필요가 있다. 전세금을 반환하는 임대인에게도 미리 준비할 기간을 주고 이사 계획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대비한다. 전세 종료때 전세금을 못 받았을 때는 법원에 주택임차권 등기를 하는 등 임차인의 대항력, 우선변제권이 박탈되지 않도록 한다.

 

14.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의 효력을 잘 알아두자. 최선순위 대항력(점유,전입신고) 있는 임차인은 전세금 전부를 받을때까지 명도거절 할 수 있다. 점유, 전입신고, 확정일자까지 받은 임차인은 경매에서 배당순서에 따라 배당받을 수 있다(우선변제권). 

이 두 권리는  동시에 행사가능하다. 즉 배당을 일부만 받아도 대항력 있는 임차인은 집을 안 비워줘도 된다.

 

필자는 여러 유형의 전세 사고를 접하거나 상담했다. 임대인의 무리한 투자, 사기 행태는 얼마든지 비난을 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임차인의 법적 무지로 전세 사기를 당해 좌절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안타까웠다. 

거듭 강조하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를 해선 안된다. 전세 계약을 하기 전에 무엇을 주의해야 할 것인지 꼼꼼히 점검해 봐야 한다. 그래야 낭패를 막을 수 있다.

한편으로 금융기관에서 전세 계약과 관련한 대출 심사때 위험한 전세 물건이라고 판단이 되면 그 사실을 임차인에게 미리 고지해 주도록 하는 법적 장치가 마련되기를 바란다. 누가 봐도 신탁 사기가 분명한데도 임대 권한이 없는 위탁자(전세계약서상 임대인)에게 금융기관이 전세대출금을 송금해주는 사례도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

 

 

 

이영옥 프로필

 

한국외국어대학교 스페인어과 졸업

현 법무사, 공인중개사

화성시 주민지원기금 심의위원

경기도청 법률상담위원

대한법무사협회 대의원

경기도 전세사기피해 법률상담위원

(전)화성시 공유재산 심의위원

경인일보에 법률 칼럼 게재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