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맑음대전 18.5℃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제주 21.3℃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보은 17.3℃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뉴스룸 시선] 2024년 한국 금융업계 결산, 격동의 한 해와 미래 방향성

지이코노미 문채형 기자 | 2024년 한국 금융권은 강달러, 폭증하는 가계부채, 내부통제 부실 등 구조적 문제와 함께 탄핵 정국으로 인한 정치적 혼란까지 겹치며 그야말로 격동의 한 해를 보냈다.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 금융 시스템의 취약성이 드러났고, 잇따른 금융사고는 금융사에 대한 신뢰를 크게 무너뜨렸다. 지이코노미는 올해 금융업계의 주요 이슈를 정리하고 향후 도약을 위한 방향성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 강달러 충격과 은행권의 외환 손실 확대

올해 금융권이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은 강달러 기조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긴축 정책이 지속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귀환 기대감으로 원·달러 환율은 연말 1430원대까지 치솟았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와 탄핵으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뢰를 흔들며 자본 유출을 촉발, 환율 상승을 더욱 부추겼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국내 4대 은행의 외환 손익은 3분기 기준 1,03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7.7% 급감했다. 강달러로 인해 외화부채 비중이 큰 은행들은 막대한 손실을 떠안게 되었으며, 환율의 급등은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더욱 키웠다. 외환당국의 개입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불확실성과 글로벌 경제 요인은 여전히 남아 있어 외환시장의 변동성은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 가계부채 폭증과 정책 혼선

올해 가계부채 문제는 금융권에 심각한 압박을 가했다. 3월까지 감소세를 보이던 가계대출은 4월부터 증가세로 돌아섰고, 8월에는 9조 3,000억 원이 증가하며 전월 대비 크게 확대됐다. 이는 3년 만에 최대 증가폭으로, 주로 수도권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주택담보대출의 급증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그러나 11월 들어 가계대출 증가세는 둔화돼 1조 9,000억 원 증가에 그쳤다.

 

금융당국의 정책 혼선은 문제를 더욱 심화시켰다. 당초 7월 시행 예정이었던 스트레스 DSR 2단계가 시행 일주일 전에 돌연 연기되며 대출 수요를 자극했고, 대출 금리 인상을 둘러싼 정부의 모순된 발언은 실수요자와 금융권 모두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이와 함께 2금융권의 대출 증가세가 가속화되며 풍선효과가 나타났다. 11월 2금융권 가계대출은 3조 2000억원 급증하며 40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가계대출 리스크가 1금융권을 넘어 전 금융권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 반복된 금융사고와 신뢰 추락

금융권의 내부통제 부실은 올해에도 고질적인 문제로 드러났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친인척에 대한 약 350억 원 규모의 부당대출 사건은 금융권 전반의 도덕적 해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더불어 홍콩 H지수에 연계된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우려가 겹치며 원금 손실이 현실화될 경우 금융사들의 대응 능력과 리스크 관리에 대한 의구심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주요 금융사들에서 대규모 배임과 횡령 사건이 잇따르며 금융권의 신뢰를 훼손하고 있다. 국민은행과 농협은행은 각각 100억원 이상의 배임사고와 횡령 사건이 발생해 내부통제 시스템의 허점을 드러냈다. 이런 반복적인 사고들은 금융당국이 내부통제 강화를 요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개선이 미흡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 정치적 불확실성과 금융시장

12. 3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와 탄핵 정국의 여파로 국내 금융시장은 극심한 불확실성에 휩싸였다. 국내외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며 외국인 투자자들은 대규모 자금을 회수했고,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연일 하락세를 이어갔다. KB금융은 계엄령 선포 이후 외국인 투자자 지분율이 약 1%포인트 감소하고 주가가 15.7% 급락하는 등 외국인 신뢰 하락이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로 인해 KB금융이 추진 중인 주주환원 정책과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반면,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시장은 활황세를 보이며 전통 금융시장 대체 투자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대금은 코스피와 코스닥의 합계 규모의 1.5배를 넘어섰고, 주요 거래소의 거래량은 100조원을 돌파했다. 이는 한국 증시의 구조적 문제와 외부 충격에 대한 취약성을 다시 한번 드러내고 있으며, 금융권이 신뢰를 회복하고 중장기 성장을 위해서는 금융 시스템의 취약성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금투세 폐지와 가상자산 과세 유예

금융권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와 가상자산 과세 유예라는 중요한 정책 변화를 맞았다. 금투세 폐지는 시장 유동성을 확대하고 개인 투자자의 세 부담을 줄이려는 취지로 시행되었으나, 정부와 국회 간의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정책 혼란을 초래했다. 이런 갈등은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가상자산 과세 유예는 디지털 자산 시장의 성장세를 뒷받침하며 거래량이 급증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과세 유예가 시장 과열을 초래하고 제도적 투명성 부족과 과세 준비 미비라는 문제를 드러내면서 장기적인 제도 개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 젊은 리더십의 등장과 디지털 전환

국내 주요 은행들은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통해 조직 혁신과 체질 개선에 나섰다. KB금융지주는 이환주 KB라이프생명 대표를, 하나금융지주는 이호성 하나카드 대표를, 우리금융그룹은 정진완 부행장을 각각 차기 은행장으로 내정하며 경영 쇄신과 효율화를 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금융권의 젊은 리더십을 보여주며 향후 경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AI 기술의 적극 도입 또한 금융권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금융권 생성형 AI 활용 지원 방안'을 발표하며 금융사의 AI 플랫폼 구축과 특화 데이터 제공, AI 가이드라인 개정을 주요 내용으로 제시했다. 신한은행은 'AI 투자메이트'를 통해 고객 상담의 정확도를 높이고 있으며, NH농협은행과 카카오뱅크는 AI 기반 상담 서비스를 도입해 디지털 소외 계층의 접근성을 강화할 계획이다.

 

◇ 카드업계의 고금리와 연체율 증가

고금리 기조는 카드업계에 자금 조달 비용 상승과 연체율 증가라는 이중고를 안겼다. 국내 8개 전업 카드사의 대출 잔액은 역사적 최대치를 기록하며, 이로 인해 카드사들은 대출 상품 중심의 수익성을 유지하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전략은 연체율 상승이라는 부작용을 동반하고 있어 리스크 관리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 증권업계의 IPO 시장 침체

국내 IPO 시장은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과 정치적 혼란의 여파로 침체를 겪고 있다. 3분기 신규 상장 기업 수는 27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7% 감소했다. 하반기에는 신규 상장 기업 44개 중 절반 이상이 상장 첫날 공모가를 밑돌며, 전반적인 투자 심리가 약화된 상태이다. 전문가들은 IPO 시장이 회복되기 위해서는 국내 증시의 반등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 결론 및 향후 전망

2024년 한국 금융업계는 격동의 한 해를 보내며 여러 도전 과제에 직면했다. 강달러와 가계부채 폭증, 반복되는 금융사고 등은 금융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냈고, 정치적 불확실성은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더욱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젊은 리더십의 등장과 디지털 혁신은 금융권의 미래를 밝힐 수 있는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금융권은 신뢰 회복과 중장기 성장을 위해 금융 시스템의 취약성을 개선하고,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또한, 정책적 일관성을 유지하고 금융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는 한편, 글로벌 금융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이런 변화가 이루어진다면 한국 금융권은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