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여수국가산업단지(이하 여수산단)의 석유화학 업계가 그야말로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2024년,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소비 위축, 공급 과잉이 맞물리며 여수산단 석유화학 기업들이 하나둘씩 ‘적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롯데케미칼, LG화학, 한화솔루션… 주요 기업들이 손실을 보고 있는 상황에서, 여수지역 경제의 한 축이 흔들리고 있다. 과연 이 위기는 단순한 경제적 난관일까, 아니면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을까?
여수산단을 대표하는 석유화학 기업들은 지금 심각한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만 해도 9천억 원에 가까운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석유화학 ‘빅4’ 중 가장 큰 적자 규모를 기록했으며, LG화학과 한화솔루션 역시 손실을 피할 수 없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세계적인 공급과잉과, 주요 수출국인 중국의 자급률 증가로 수출에 어려움이 따르면서, 글로벌 경제의 둔화와 고유가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었다. 또한, NCC(나프타분해시설) 공장의 가동률이 낮아지고, 원가 경쟁력에서 밀리면서 상황은 더 악화되었다.
그러나 위기의 본질은 석유화학 산업에만 그치지 않는다. 여수산단의 석유화학 기업들이 위기에 처하면서, 지역 경제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수시는 2024년 징수된 법인 지방소득세가 2020년에서 2023년까지의 평균 징수액 대비 66%가 감소했다고 밝혔다. 그로 인해 여수지역의 경제가 침체되고, 소상공인들의 폐업도 증가했다. 특히, 음식점의 폐업 수가 코로나 시기보다 더 많아지고 있으며, 가계 대출액도 급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수시와 전라남도는 정부의 지원책을 요청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있다.
기업들은 자구책을 마련하려 애쓰고 있다. LG화학은 NCC2공장의 가동 중단과 지분 매각을 검토 중이며, 롯데케미칼은 여수PET공장의 가동 중단을 단행하고, MMA공장 생산 중단을 논의하고 있다. 한편, 여천NCC는 생산량과 재고량에 맞춰 공장 가동을 중단하거나 재개하는 식으로 탄력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이러한 조치들이 위기의 본질을 해결하기에는 부족하다. 결국 석유화학 산업의 침체는 여수시의 경제에도 직격탄을 날리고 있으며, 지역 상권은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와 정치권의 역할도 중요하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국회 연설에서 여수와 울산을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으로 지정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전라남도와 여수시도 지원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전라남도는 석유화학 산업 위기 대응을 위한 ‘위기대응추진단’을 신설하고,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정부에 건의하는 등 전방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여수시와 여수상공회의소는 전기요금 인상 철회와 함께 산업용 전력비용을 낮추는 방안도 요청하며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위기의 시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과연 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전략이다. 여수산단은 과거 산업성장의 큰 중심지였지만, 현재는 고유가, 공급 과잉, 그리고 경기 침체라는 복합적인 요소로 인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여수시와 전남도는 이번 위기를 단순히 ‘극복해야 할 난관’이 아닌 ‘새로운 성장 기회를 위한 전환점’으로 보고 있다. 석유화학 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전라남도는 친환경 고부가 제품 개발과 스마트 산업화 등을 통해 여수의 산업 구조를 다각화하고 있다.
그러므로 지금은 과거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산업을 준비하는 시점이다. 여수는 석유화학 산업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과정에서 중요한 시험대에 올라 있다. 이 위기를 잘 극복한다면, 여수는 단순히 산업도시를 넘어 ‘지속 가능한 미래 산업의 중심지’로 거듭날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한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한 여수산단의 도전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