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현장체험학습은 아이들에게 ‘교실 밖 배움’을 선물하는 소중한 시간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교사들이 감당해야 할 무거운 짐도 함께 따라온다. 수업 준비는 기본, 이동 중 안전, 현장 관리까지… 혼자서 세 가지 일을 동시에 해내야 하는 ‘교사 만능설’은 여전히 유효하다.
전라남도교육청이 이 부담을 나누기 위한 실질적인 해법을 내놨다. 바로 현장체험학습에 투입되는 ‘인솔 보조인력’이다. 전남교육청은 이들을 위한 안전교육을 5월 1일 나주를 시작으로, 2일에는 순천과 무안에서 실시하며, 총 45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 중이다.
이번 교육은 단순한 안내 역할을 넘어 실질적인 안전관리 능력을 키우는 데 중점을 뒀다. 심폐소생술을 포함한 응급처치 실습, 학교 안전교육 등 실제 상황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내용들이 포함됐다. 보조인력도 위기 대응의 일원이 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반영된 구성이다.
전남교육청은 앞서 지난 4월 공무원연금공단과 업무협약을 맺고, 체험학습 인솔 보조인력 모집에 나섰다. 모집부터 교육까지 빠르게 추진되면서, 학교 현장 투입을 위한 준비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전성아 진로교육과장은 “교사들이 수업, 안전, 학생 관리까지 혼자 감당하는 구조는 오래 지속될 수 없다”며 “이제는 학교와 교육청, 지역사회가 함께 책임지는 체험학습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교육을 시작으로 체계적인 인력풀 운영과 예산 지원을 병행해, 학생들은 더 안전하게, 교사는 더 여유롭게 체험학습을 운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번 정책은 단기 지원에 그치지 않는다. 전남교육청은 이를 중장기 정책 과제로 설정하고, 체험학습의 질과 안전을 동시에 높이기 위한 지원 체계를 지속적으로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교육을 이수한 인력은 체험학습 현장에서 교사를 보조하게 되며, 향후 현장 운영 결과를 바탕으로 적용 범위와 활용 방안도 다각도로 검토될 전망이다.
현장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나주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매년 체험학습은 부담 반, 걱정 반이었다. 올해부터 보조인력이 함께 간다고 하니 처음으로 ‘정말 아이들만 신경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웃고, 교사가 안심하고, 지역사회가 함께하는 체험학습. 작은 변화처럼 보이지만, 교육 현장에선 꽤 큰 울림이다. 이 조용한 혁신은 ‘혼자 감당하는 현장’에서 ‘함께 만드는 배움’으로 교육의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