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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칼럼] ‘대통령기’ 아래 빠진 국가의 상징…대한파크골프협회의 자기모순

지이코노미 강영자 기자 | 경상남도 양산시 황산파크골프장에서 열린 ‘제2회 대통령기 전국 파크골프대회’는 전국 17개 시도를 대표하는 700여 명의 선수들과 300여 명의 관계자가 참여해 5월 23일부터 이틀간 성대하게 열렸다. 양산시는 이를 계기로 ‘K-파크골프의 성지’라는 타이틀을 공고히 하고, ‘2026 양산 방문의 해’를 향한 기대감도 높였다.

 

그러나 개회식에서 벌어진 한 장면은 이 모든 성과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애국가 제창 등 국민의례가 생략된 것이다. 대회 명칭에 ‘대통령기’라는 국가적 상징이 붙은 만큼, 개회식은 단지 형식을 갖춘 자리가 아니라, 공동체로서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확인하는 순간이어야 했다. 그 상징이 빠졌다는 사실은 곧 행사의 품격을 스스로 깎아내린 셈이다.

 

행사를 주최한 (사)대한파크골프협회는 이 중대한 상징 절차의 누락에 대해 아무런 설명도 내놓지 않았다. 운영의 간소화나 시간 효율을 이유로 들 수 있겠지만, ‘대통령기 전국대회’라는 명칭과 규모에 비춰볼 때 이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대회에 참가한 한 선수는 이렇게 말했다. “대통령기가 붙은 공식 대회인데, 애국가는커녕 ‘국기에 대한 경례’도 없더군요. 시합도 중요하지만, 이런 기본적인 의례는 지켜야 하는 거 아닙니까? 솔직히 좀 황당했습니다.”

 

참가자들이 개회식에서 느낀 당혹감과 아쉬움을 그대로 대변하는 말이다. 국가기록원은 국민의례를 ‘국민이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하고, 국가에 대한 충성과 애국심을 다짐하는 의식’이라 정의한다. 단지 하나의 의식이 아니라, 공동체로서의 일체감을 확인하는 국가 상징인 셈이다.

 

더욱이 이번 사례는 고립된 실수가 아니다. 일부 공공행사에서 국민의례가 생략되는 사례들이 점점 늘어나며 사회적으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적 행사의 주최 기관들이 ‘형식’이라는 이유로 이러한 의례를 축소하거나 생략한다면, 그것은 단지 절차의 생략이 아니라 국가의 가치 체계에 대한 무관심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물론 이번 대회가 파크골프의 저변 확대와 지역 경제에 기여한 측면은 크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국가 대표 스포츠 행사’로서의 기본을 지켜야 했고, 그 상징성과 책임은 행사 운영 전반에 반영되었어야 한다.

 

대한파크골프협회는 단순한 경기 운영 단체가 아니다. 이제는 명실상부한 국가 규모 체육행사를 주최하는 기구로서, 그에 걸맞은 공공성과 상징성을 인식하고 행동해야 한다. 진정한 스포츠의 품격은 기록이나 참가자 수가 아닌, 그 안에 담긴 정신과 공동체에 대한 예우에서 비롯된다. 다시는 대한파크골프협회의 이런 자기모순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강영자 지이코노미·월간 파크골프가이드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