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순천 웃장 골목은 이른 시간부터 활기를 띠었다. 25일 오전, 낡은 간판 아래 반찬을 정리하는 할머니, 따뜻한 국밥을 준비하는 식당 주인, 생선 좌판을 손질하는 상인들까지, 골목의 일상은 여느 때처럼 이어졌지만, 그 속을 걷는 정치인들의 표정은 무거웠다. 더불어민주당 김문수 의원(순천‧광양‧곡성‧구례(갑) 선거대책위원회 총괄선대위원장)과 신정훈 의원(중앙선대위 조직본부장)은 민심의 온도를 확인하기 위해 ‘골목 경청 투어’에 나섰다.
이날 두 사람은 대규모 유세차나 피켓 대신 시장 상인들과의 짧은 대화를 택했다. 한 손에는 전통시장 홍보용 에코백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상인들의 거친 손을 맞잡았다. 눈높이는 낮추고, 귀는 열었다. 특히 웃장 내 국밥골목에서는 시민들과 함께 앉아 따끈한 한 끼를 나누며, 생활 밀착형 정책에 대한 논의도 자연스럽게 오갔다.
신정훈 의원은 “지금 국민들이 가장 원하는 건 거창한 공약이 아니라 당장 체감할 수 있는 변화”라며,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지역생활상품권법, 양곡관리법, 민생회복지원금법 등 3대 민생법안을 우선 처리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위기 속에서 이재명은 검증된 민생 전문가”라고 강조하며, “이재명 후보의 정책은 현장의 절박함을 이해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김문수 의원도 "윤석열 정권은 재벌 특혜와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의 삼중고 속에서도 서민을 외면했다"며 “이재명 후보만이 무너진 민생과 골목경제를 회복할 유일한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과 눈을 마주하지 않는 정치는 결국 무너진다. 우리가 오늘 시장에 나온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순천 웃장은 전남 동부권에서 가장 활발한 상권 중 하나로, 하루 평균 3,000명 이상의 유동인구가 오가는 살아 있는 생활경제 현장이다. 코로나19 이후 상권이 위축되고, 온라인 유통 확대와 고물가로 고전하는 상인들이 많아졌다.
김 의원과 신 의원은 이런 변화의 현장을 직접 걸으며, “시장 지원은 구호가 아니라 구조”라고 말했다. 특히 김 의원은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로 인한 관광객 유입이 웃장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현실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며 “민생은 관광의 끝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시작에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장 곳곳을 돌며 이어진 대화는 형식적인 일정 소화가 아니었다. 한 상인은 “신용카드 수수료 부담이 여전히 크고, 지역사랑상품권 정책도 매번 변경돼 혼란스럽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신 의원은 “지역화폐 제도의 일관성과 확대 필요성에 공감한다”며 “지방정부와 협력해 법제화를 통해 안정시킬 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답했다.

또한, 전날(24일)에는 지역 주요 단체들의 이재명 후보 지지 선언이 줄줄이 이어졌다. ▲순천시 체육회 ▲한국임업후계자협회 순천지회 ▲한국부인회 순천지회 ▲한국열관리시공협회 순천지회 등은 생활체육, 산림자원, 여성권익, 기술인력 양성 등 분야별 정책 기대감을 공식화했다. 이들은 “이재명 후보는 기존 정치권이 소홀히 했던 현실의 문제들을 주목하고 있다”며 “이제는 ‘살아있는 공약’이 필요한 때”라고 밝혔다.
김문수 의원은 "선거가 끝나고도 유권자의 삶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정치가 실패한 것"이라며 "민주당은 남은 기간 동안 시장, 마을, 골목을 누비며 한 명 한 명의 목소리를 기록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선거는 무능한 정권을 심판하는 동시에, 민생을 되찾는 기회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최근 전국 단위로 ‘골목 경청 투어’를 본격화하고 있다. 광양과 여수, 순천을 중심으로 한 전남 동부권은 호남에서도 정치적 바람이 자주 바뀌는 곳으로, 여론 추이의 바로미터로 여겨진다. 이번 투어 역시 이벤트성 방문이 아니라, 순천민심을 시작으로 광양‧여수 등으로 이어지는 골목밀착형 유세의 출발점이란 평가가 나온다.
한편, 이날 웃장 국밥집에서 함께 식사한 한 시민은 “언제부턴가 정치인들은 방송에서만 보였지, 우리 옆에 없었다”며 “오늘처럼 눈을 맞추고, 말없이 앉아 있는 모습이 더 신뢰 간다”고 말했다. 그는 “국밥값은 그대로인데 손님은 줄었다”며 “정책은 여기까지 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밥 한 그릇, 땀이 배인 손 한 번, 그리고 귀 기울인 시간. 민주당이 찾은 건 표가 아니라, ‘정치가 잃어버린 자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