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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군, 요양병원부터 육아·정책까지…사람을 위한 행정이 바꾸는 일상

- ‘잠깐 머무는 섬’에서 ‘머물고 싶은 곳’으로…신안군, 일상에 닿는 행정에 속도 낸다

 

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전남 신안군이 ‘사람 중심 행정’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요양병원 안전점검, 육아맘 자조모임, 그리고 생활인구 확대를 위한 정책 보고회까지,언뜻 전혀 다른 분야처럼 보이는 이 세 가지 사업은 사실 하나의 방향을 가리킨다. “지금, 여기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안전하고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것.”

 

신안군은 지난 6월 4일, 관내 요양병원 두 곳을 대상으로 민·관 합동 안전점검을 진행했다. 건축, 전기, 소방, 보건 등 각 분야 민간 전문가와 공무원 총 14명이 참여해 화재나 감염 등 사고 위험이 높은 시설을 꼼꼼히 들여다봤다.

 

요양병원은 대부분의 입원환자가 고령이거나 거동이 불편한 상황이라, 화재나 정전과 같은 재난 발생 시 대피가 어렵다. 신안군보건소 관계자는 “기존의 서류 점검이 아니라, 실제 동선과 이용환경을 중심으로 사전 위험요소를 발굴하고 있다”며 “점검 이후에도 개선사항을 끝까지 확인해 어르신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신안군 가족센터 육아공동나눔터에서는 또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한 손에는 아기를 안고, 다른 손에는 이유식 재료를 쥔 엄마들. 이들은 ‘엄마모임’에 참여 중이다. 생애초기 건강관리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5월 22일부터 운영된 이 프로그램은, 단순한 교육을 넘어 정서적 공동체 형성을 목표로 한다.

 

모임은 총 5회로 구성돼 ▲아이 이해하기 ▲베이비 마사지 ▲이유식 만들기 ▲영유아 심폐소생술 ▲아기 오감 놀이 등 실제 육아에 밀접한 주제를 다뤘다. 한 참여자는 “초보 엄마들에게 혼자라는 불안감을 덜어주고, 직접 몸으로 배울 수 있는 기회”라며 “단순한 지원을 넘은 경험 그 자체”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신안군이 주민들의 생활 속에 한 걸음 가까이 다가서고 있는 가운데, 지난 5월 29일에는 ‘생활인구 활성화 시책 발굴 보고회’가 열렸다. 김대인 부군수 주재로 진행된 이번 회의에서는 30개 부서에서 발굴한 50여 건의 정책이 소개됐다.

 

‘생활인구’란 일정 기간 지역에 머무르며 활동하는 사람들을 뜻하는 말이다. 관광객은 물론, 귀촌을 준비하는 청년, 체험형 장기 거주자 등 모두가 대상이다. 이날 보고된 시책은 ▲관광객 교통 운임 지원 ▲섬마을 축제와 연계한 문화기반 확충 ▲청년 유입 프로그램 ▲농촌 체류형 쉼터 운영 등 다양했다.

 

특히 ‘일시적 방문을 지속적 생활로, 생활을 정착으로 이어가자’는 방향이 눈길을 끌었다. 신안군이 그동안 축제, 문화, 관광 등 단편적 접근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생활 여건 개선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한 셈이다.

 

김대인 부군수는 “사람이 머물고 싶게 만들려면 교통 하나, 집 하나, 아기 하나, 어르신 한 분까지 전부 들여다봐야 한다”며 “정책은 통계가 아니라, 사람의 온기와 움직임을 따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신안군은 도서지역 특성상 교통, 의료, 돌봄의 접근성이 제한된 만큼, ‘생활 기반 확충’이 지역의 미래를 좌우하는 중요한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요양병원의 안전이 강화되고, 엄마들의 양육이 덜 외로워지며, 섬에 머무는 사람들이 ‘더 있고 싶은’ 이유를 갖게 되는 것. 이것이 지금 신안군이 만들어가고 있는 변화다.

 

결국 정책은 숫자가 아니다. 병실에서 비상구까지 걸음을 옮기는 노인의 속도, 이유식을 만들며 웃는 엄마들의 마음, 낯선 섬에서 정착을 고민하는 청년의 망설임. 그 ‘작은 온도’들이 모여 지금 신안의 미래를 다시 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