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탄소중립 한다더니, 265억 예산은 손도 못 댔다.” 전남도의 전기차·수소차 보급 사업이 뚜렷한 실적 없이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다. 핵심 사업 예산 수백억 원이 불용 처리된 가운데, 보여주기식 ‘탄소중립’이라는 비판이 도의회에서 강하게 제기됐다.
전남도의회 차영수 의원(더불어민주당·강진)은 지난 10일 열린 2024회계연도 결산 심사에서 “계획은 거창했지만 실행은 따라오지 않았다”며 “전기차와 수소차 예산 265억 원이 사실상 방치됐다”고 지적했다.
이날 공개된 환경산림국 결산 자료에 따르면, 올해 전기차·수소차 보급 예산은 총 1,118억 원. 이 중 265억 원이 집행되지 못한 채 고스란히 불용됐다. 전기차 95억 원, 수소차는 무려 170억 원 규모다.
전남도는 “국비 미교부로 인한 집행 차질”이라고 해명했지만, 차 의원은 이를 단순한 행정 미스가 아닌 ‘정책 설계 실패’로 봤다. “애초에 국비 확보 가능성이나 수요 분석 없이 예산만 짜놓은 것”이라며 “내년에도 같은 방식이라면, 도민은 전기차도 탄소중립도 체감하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문제는 반복성이다. 전기·수소차 사업은 정부 그린뉴딜 정책과 맞물려 매년 확대되고 있지만, 전남도의 집행률은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다. 사업 타당성 검토와 수요조사, 정부와의 협의 등 기본적인 준비가 부족하다는 평가다.
차 의원은 “불용률이 20%에 달하는데도, 전남도는 책임 있는 설명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중앙정부에 모든 걸 기대는 방식으로는 지역 맞춤형 탄소중립 전략을 절대 실행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기차와 수소차는 도민 일상에 직결된 정책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서류상 계획에만 머물고 있다는 점에서, 전남도의 탄소중립 구호는 현장에서 ‘공염불’로 들릴 수밖에 없다.
박종필 전남도 환경산림국장은 이에 대해 “국비 보조금이 미교부된 사업이 많았던 것이 원인”이라며 “앞으로는 사전 협의를 강화하고, 정부 대응도 보다 전략적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실행되지 않는 정책은 존재하지 않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전남도가 진정으로 탄소중립을 이야기하려면, 265억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을 준비부터 먼저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