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더 트리니티 앳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열리는 배준성 작가의 개인전 'The Art Room : The Costume of Painter'는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던 ‘미술 감상’의 틀을 과감히 깨는 시각적 실험이다. 오는 28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오르세 미술관, 에르미타주,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 같은 세계적인 명소들의 전시실을 배준성 작가만의 독창적인 회화적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작가는 고전 회화와 현대적 시선을 교차시키며 ‘보는 행위’ 자체를 해체하고 재조립하는 데 집중해왔다. 그림을 감상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관람자가 작품 속에서 직접 움직이고 시선을 바꾸는 순간마다 작품은 새롭게 호흡하고 변화한다.
렌티큘러라는 특별한 매체를 활용해 고전 명화의 표면 아래 현대 여성의 이미지와 몸짓을 겹쳐 넣으며, 관람자의 위치와 동작이 곧 작품의 중요한 일부가 되는 것이다. 이처럼 관람자의 ‘움직임’과 ‘응시’는 작품과 긴밀히 연결되어, 기존에 고정되어 있던 ‘누가 보고 누가 보여지는가’라는 시선의 권력을 역전시킨다.

전시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작품은 에두아르 마네의 '올랭피아'를 재해석한 시리즈다. 19세기 프랑스 살롱전을 뒤흔든 이 작품은 르네상스의 이상화된 누드와 달리 현실적인 여성의 시선을 통해 관람자와의 관계를 재정립했다.
배준성 작가는 이 작품 옆에 렌티큘러로 만든 동양 여성의 이미지를 나란히 배치함으로써, 시대를 넘나드는 시선의 교차를 보여준다. 관람자의 움직임에 따라 이 이미지들은 다층적인 시각 레이어를 형성하며, 전통적인 감상의 틀을 재구성하고 그 안에 긴장감 넘치는 새로운 해석을 불어넣는다.
박소정 더 트리니티 갤러리 대표는 “이번 전시는 고전과 현대, 정적인 회화와 움직임이 어우러지는 시각적 실험”이라며 “관람자가 직접 무대 위를 걷는 듯한 경험을 하며 작품과 호흡할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THE TRINITY at Grand Hyatt Seoul’ 갤러리는 국내외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조성된 공간으로, 이번 배준성 개인전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