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도시와 섬이 만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목포시가 추진 중인 ‘도농상생교류 운동’은 그 질문에 실감 나는 답을 보여주고 있다. 행정구역만 달랐을 뿐, 마음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현장에서 증명하는 중이다.
도시의 자원과 인프라, 섬의 공동체성과 자연이 서로에게 다가가는 과정. 이 연결은 겉치레나 형식적인 방문에 머무르지 않는다. 자발성과 호혜의 정신이 깔려 있어, 더 진정성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먼저 지난 6월 10일, 북항동 주민자치위원 20여 명이 신안군 장산면을 찾았다. 농번기를 맞은 장산 들녘은 일손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 북항동 주민들은 장화를 신고 논두렁을 누비며 모내기와 밭일에 나섰다.
어색한 웃음은 곧 진짜 웃음으로 바뀌었다. 마을 어르신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논에서 흙을 밟은 이들은 “이렇게 직접 해보니, 농촌이 겪는 현실이 더 가깝게 다가온다”고 입을 모았다.
한 주민은 “우리도 해봤자 하루지만, 주민들에겐 큰 도움이 되더라고요”라며 오히려 자신들이 더 많은 것을 배우고 간다고 말했다.
하루의 수고로 끝나지 않았다. 일손 돕기를 마친 이들은 장산면 주민들과 식사를 함께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도시의 일상과 섬의 생활이 겹쳐지는 순간, 진짜 교류가 시작된 것이다.
그로부터 열흘 뒤인 21일, 이번엔 도시가 섬 주민을 초대했다. 만호동 주민들이 하의면 이장단 10명을 ‘건맥’s 토야호 축제’에 정성껏 초청했다. 이 축제는 목포 원도심 일대에서 열리는 도심형 여름 행사로, 맥주와 음악, 청년 상인들이 어우러지는 축제 분위기로 지역민과 관광객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하의에서는 이런 도시 축제가 생소했는데, 같이 웃고 즐기니 어색함이 싹 사라졌어요.”
하의면 이장단의 한 사람은 짧지만 인상 깊은 이 한마디로, 도농 간 정서적 간극을 축제가 얼마나 잘 메워주는지를 보여줬다.
당일 많은 비가 내려 행사가 무산될까 걱정도 있었지만, 하의면 주민들은 주저하지 않았다.
박인희 하의면장도 자리를 함께하며 “비가 와도 이 교류의 자리는 소중하다. 도시 주민의 환대에 감사하고, 이 만남이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거리엔 물기가 번졌지만, 사람들 사이엔 따뜻한 기운이 퍼졌다. 이날 만남은 도시와 섬 주민 간의 상호 존중과 이해를 바탕으로 한 교류의 실천이었다.
오는 26일, 대성동 주민자치위원 10명이 도초면 수국축제를 방문할 예정이다. 도초면은 매년 6~7월이면 해풍을 맞으며 활짝 핀 수국꽃길로 관광객들의 발길을 모은다. 도시 주민들은 이번 방문을 통해 섬의 자연과 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도초면 주민들과 교류할 기회를 갖게 된다. 관광이 아니다. 대성동과 도초면은 이전에도 환경정화 활동과 특산물 직거래 등의 실질적인 협력을 이어온 바 있다. 이번 방문은 그러한 관계 위에 쌓이는 신뢰의 다음 걸음이다.
목포시가 추진 중인 ‘큰목포기획단’은 목포를 중심으로 인근 신안군 섬들과의 상생 거버넌스를 구축하기 위해 출범한 조직이다. 도시 중심의 행정과 인프라를 넘어서, 도시와 섬이 생활 공동체로 연결되는 비전을 현실화하는 중이다.
기존에는 섬이 ‘지원 대상’으로만 인식되기 쉬웠지만, 이제는 도시가 배우고 감동받는 상생의 주체로 섬을 바라보게 됐다. 문화, 노동, 축제, 농사… 이 모든 것이 매개가 되어 도시와 섬이 서로를 ‘이웃’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이 시작된 것이다.
도시에서 흘러간 손길은 섬에서 꽃이 되었고, 섬의 시간이 도시에 초대되어 축제가 됐다.
물리적 거리는 멀어도, 마음의 거리는 가까워지고 있다. 목포는 지금, ‘큰목포’라는 이름에 걸맞은 변화를 차근차근 만들어가고 있다.
목포시 관계자는 “도농 상생교류는 단지 방문이나 행사에 그치지 않고, 서로의 삶을 이해하고 지역 공동체를 강화하는 중요한 과정이다”며“앞으로도 도시와 섬이 상호 보완하며 지속가능한 협력 모델을 만들어 가기 위해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