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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산업, EB 발행 중단…트러스톤 제동에 ‘신사업 로드맵’ 흔들

지배구조 갈등 속 신사업 투자 차질 불가피…애경 인수전도 빨간불

지이코노미 강매화 기자 | 태광산업이 추진해온 300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 발행 계획이 중단됐다. 2대 주주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이사회 결의 효력 정지를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면서, 자금조달 절차가 사실상 멈춰섰다. 이에 따라 태광이 구상 중인 애경산업 인수 및 1조원 규모의 신사업 확장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태광산업은 2일 “법원의 판단이 나올 때까지 EB 발행과 관련된 후속 절차를 전면 보류한다”고 밝혔다. 앞서 트러스톤은 지난달 30일 서울중앙지법에 이사회 결의 중단을 요구하는 가처분을 신청했다. 트러스톤은 이번 EB 발행이 사실상 제3자 배정 유상증자와 유사한 효과를 가져와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태광은 지난 6월 27일 보유 자기주식 24.41%를 담보로 3186억원 규모의 EB를 발행하겠다고 공시했다. 조달 자금은 화장품, 에너지, 석유화학, 부동산 등 비화학 분야로의 사업 다각화에 쓰일 예정이었다. 그러나 내부 이사회에서도 이견이 표출됐다. 트러스톤이 추천한 김우진 사외이사는 “기존 주주의 권익 침해 우려가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며 반대표를 던졌다. 반면 같은 트러스톤 추천 사외이사인 안효성과 내부 인사들은 찬성표를 던지며 내부 균열을 노출했다.

 

절차적 흠결도 논란을 키웠다. 당초 공시에서 EB 발행의 핵심인 ‘매각 상대방’이 누락되며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정정 명령을 받은 것이다. 이후 태광은 급히 이사회를 열어 상대방을 한국투자증권으로 명시하고, 자금 용도도 ▲뷰티 신사업 2000억원 ▲고기능 섬유(PAR) 400억원 ▲석유화학 사업 768억원 등으로 세분화했다.

 

하지만 이미 시장의 신뢰는 흔들렸다. 이번 EB는 태광이 향후 2년간 1조5000억원을 투자해 신사업을 확장하겠다는 청사진의 첫 관문이었다. 특히 올해 안에 1조원을 집행할 계획이었으며, EB 자금은 애경산업 인수 등 핵심 전략에 활용될 예정이었다.

 

일각에서는 “현금성 자산 1조9000억원 보유”라는 태광의 재무 여력에 주목하지만, 실제 사용 가능한 유동성은 1조원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다. 기존 석유화학·섬유사업 유지비용과 5000억원 이상 규모의 공정 운영 자금, 경기둔화에 대비한 약 5600억원의 예비비 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주요 생산설비들의 가동 중단도 변수다. 울산 석유화학 제2공장과 저융점섬유(LMF) 라인은 이미 가동이 중단됐으며, 중국 스판덱스와 나일론 생산설비도 순차적 철수가 예정돼 있어 후속 처리 비용 부담도 상당하다.

 

금융시장에서는 이번 사태를 단순한 자금조달 실패가 아닌, 지배구조 내 분열과 주주 간 신뢰 붕괴의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 EB 발행이 재추진되더라도, 내부 균열이 남긴 여진은 이사회 운영과 대외 투자자 소통(IR)에 지속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