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많음동두천 27.7℃
  • 흐림강릉 29.4℃
  • 구름조금서울 29.1℃
  • 구름조금대전 30.2℃
  • 맑음대구 32.3℃
  • 연무울산 29.4℃
  • 맑음광주 31.6℃
  • 구름조금부산 26.6℃
  • 구름조금고창 32.1℃
  • 맑음제주 29.6℃
  • 흐림강화 26.9℃
  • 구름많음보은 28.2℃
  • 구름조금금산 30.3℃
  • 구름많음강진군 30.8℃
  • 구름조금경주시 32.9℃
  • 구름조금거제 28.1℃
기상청 제공

[뉴스룸 시선] 네오플, 던파는 흥했지만 노사는 무너졌다!

성과는 나눴지만 기준은 몰랐다
대화는 열려 있다지만 신뢰는 없다
책임은 회피하고 지시는 일방적
게임은 끝났지만 갈등은 남았다

'던전앤파이터’는 흥행했다. 하지만 그 성공의 이면에서 네오플 노사는 심각한 균열을 겪고 있다. 게임은 중국에서 흥했고, 매출은 1조 원을 넘겼다. 그러나 그 성과를 만든 개발자들은 정작 배제됐다고 느끼고 있다. 성과를 공유하되, 권한은 공유하지 않는 구조. 지금 네오플에서 벌어지는 갈등은 단순한 성과급 분쟁이 아니라, 한국 게임 산업의 노동 질서를 흔드는 심각한 조짐이다.

 

 

갈등은 지난 3일과 11일, 제주 네오플 본사와 넥슨 판교 본사 앞에서 열린 노조의 기자회견으로 표면화됐다.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넥슨지회 네오플분회는 △노동위원회 조정안 무시 △노조 전임자 임금 삭감 △파업 기간 중 연차 사용자에 대한 사생활 침해성 서류 요구 △쟁의 기간 중 업무 외주화 시도 등 네 가지 쟁점을 공개하며 회사에 책임 있는 대응을 촉구했다. 그러나 회사는 “교섭 창구는 열려 있다”, “절차상 정당했다”, “외주화는 사실무근”이라며 기존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표면적 쟁점은 다양하지만, 갈등의 본질은 결국 ‘성과의 해석권’을 둘러싼 힘겨루기다. 네오플 노조는 신작 ‘던파M’이 중국에서 낸 막대한 이익에 비해 성과급(GI)이 제대로 배분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지난해 네오플은 던파M을 통해 연매출 1조3783억 원, 영업이익 9824억 원을 기록했지만, 지급된 GI는 과거 지급액의 3분의 2 수준에 그쳤다는 것이다. 회사는 “중국 순이익의 20%를 추가로 지급했다”고 반박하지만, 문제는 방식이다. 성과 배분 과정에 당사자인 직원들의 목소리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 핵심이다.

 

노조는 넥슨 본사의 책임 있는 개입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넥슨은 “법인별 개별 교섭이 원칙”이라며 거리를 두고 있다. 문제는, 네오플이 넥슨의 100% 자회사이자 그룹 수익의 핵심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성과는 그룹 전체로 통합해 관리하면서도 갈등은 자회사로만 환원시키는 넥슨의 분할 구조는, 책임 회피의 전형으로 비춰질 수 있다. 다른 계열사들과의 교섭은 이미 마무리됐다는 주장도, 네오플 구성원들이 겪는 실질적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갈등의 방식 또한 협상보다는 압박에 가깝다. 파업 예고만으로 노조 전임자의 급여가 삭감되고, 연차를 쓴 직원에게는 진료 영수증이나 숙박 내역을 제출하라는 요구가 내려졌다. 회사는 “선택적 근로시간제 하에서는 불가피한 조치”라고 항변했지만, 이는 사실상 파업 참여 여부를 사생활 자료로 판단하려 한 셈이다. 신뢰에 기반한 협상 대신, '입증하라'는 통보는 조직 내 신뢰를 무너뜨리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외주화 논란도 불씨를 키웠다. 노조는 텐센트 등 외부 인력이 파업 중인 시점에 투입됐다는 제보를 근거로 노동조합법 위반 가능성을 제기했다. 회사는 “사전 계약된 업무일 뿐 파업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했지만, 핵심 개발 인력이 빠진 상황에서 외부 작업이 병행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의혹은 사그라들지 않는다. 특히 개발 업무는 대체 가능성이 낮은 전문직종이기에, 이 사안은 법적 분쟁으로 확전될 여지도 크다.

 

결국 이 모든 갈등은 성과의 기준과 권한을 둘러싼 문제로 귀결된다. 회사는 성과에 따라 보상을 했다고 주장하지만, 그 성과가 어떻게 산정되고 누구의 기준에 따라 결정됐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는다. 노조는 수익배분금 제도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회사는 여전히 일회성 보너스나 스팟 인센티브로 문제를 봉합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게임 개발이라는 창의노동의 특수성을 고려한다면, 이런 방식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

 

‘던파’의 영광은 누구의 것인가. 게임이 세계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는 동안, 그 뒤편에서 성과를 만든 이들은 점점 더 소외되고 있다. 룰을 만든 이들이 룰의 적용에서는 배제되고 있다. 성과는 남았지만, 신뢰는 무너졌다. 상생의 토대 없이 이룬 영광은 오래가지 못한다.

 

이번 갈등은 단지 하나의 기업 파업이 아니다. 이는 한국 게임산업이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지를 가늠하는 중대한 분기점이다. 단기 성과에 집착하는 경영의 구조, 성과는 그룹이 나누되 책임은 법인이 떠안는 구조, 대화 없는 일방적 통보. 이대로라면 네오플뿐 아니라, 넥슨 전체가 장기적으로 신뢰를 잃을 수 있다.

 

던파는 흥했다. 그러나 그 뒤에서 무너진 건 게임이 아니라 노사 관계다. 게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플레이어는 여전히 현장에 있다. 그리고 이제는, 그 룰을 함께 다시 써야 할 때다.

 

문채형 뉴스룸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