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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임’에 막힌 통상 협상…美에 손 내밀 준비됐나

8월 1일 상호관세 유예 종료 시한 앞두고 통상당국 협상안 조율 분주
농축산물·디지털 규제·에너지 수입 등 주요 현안, 부처 간 이견 여전
‘최종 위임’ 얻기 위한 대외경제장관회의·국회 보고 등 변수로 작용
협상 시한 압박 속 방미 일정 조율…이르면 7월 22일 구윤철 부총리 출국
정부 “실리 잃지 않겠다”…무리한 양보는 없을 것 시사

지이코노미 강매화 기자 | 상호관세 유예 종료 시한이 임박하며 정부의 통상 협상 준비가 분주해졌다. 8월 1일 미국의 유예 조치가 끝나기 전에 협상안을 마련해야 하지만, 국내 부처 간 이견과 여론 부담으로 ‘위임’ 과정에서 진통이 이어지고 있다. 이르면 이번 주, 고위급 대표단이 방미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번 협상의 핵심 쟁점은 농축산물 시장 개방과 디지털 규제 완화, 미국산 에너지 수입 확대 등이다. 미국은 자국 무역장벽보고서(NTE)를 통해 한국 측에 △30개월령 이상 소고기 수입 허용 △과일류 검역 완화 △쌀 시장 개방 △유전자변형식물(LMO) 규제 완화 등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이들 사안 대부분이 법적, 제도적, 정서적으로 쉽지 않은 과제다.

 

특히 소고기 월령 제한 해제는 가축전염병예방법과 국회 심의를 거쳐야 하고, 국민 반감도 만만치 않다. 쌀 시장 개방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포함되지 않은 품목으로, 개정을 위해선 국회 비준이 필요하다. 과일 검역은 비교적 절차 단축 여지가 있으나, 미국산 사과조차 수입 절차 8단계 중 2단계에 머물러 있어 협상 여지가 제한적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디지털 규제 역시 협상의 민감한 축으로 떠올랐다. 미국은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등 한국의 입법이 구글·애플 등 자국 빅테크 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해당 법안은 국회를 통과하지 않았지만, 여당은 공정화법만이라도 우선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구글의 고정밀 지도 반출 문제는 안보 및 외교 사안과도 연결돼 국토부, 외교부, 국가정보원 등 복수 기관의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에너지 분야에선 알래스카산 액화천연가스(LNG) 구매 약속이 쟁점이다. 산업부 내에서도 추가 구매 여부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산 에너지 수입 확대는 협상의 당근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국내 산업의 수급과 경쟁력 측면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한미 제조업 르네상스 파트너십’ 구상도 병행해 추진 중이다.

 

이러한 쟁점들을 테이블에 올리기 위해선 대외경제장관회의 또는 국회 보고를 통한 ‘최종 위임(mandate)’ 절차가 선행돼야 한다. 아무리 협상안이 마련돼도 위임이 없으면 실제 협상에 나서기 어렵다는 게 통상 당국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실무적 조율뿐 아니라 국내 정치 일정과 여론 수렴 과정이 협상 일정의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는 이르면 7월 22일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중심으로 방미 일정을 추진 중이다. 이번 방미에서는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등과의 고위급 회담이 추진되고 있으며, 김정관 산업부 장관 후보자의 동행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방미 시점과 협상 내용은 최종 위임 여부에 따라 유동적으로 조정될 수 있다.

 

한편, 일부 통상 전문가는 미국 내부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실제로 강행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협상 상대국들도 눈치 싸움에 나선 상황이라 한국 정부로서도 무리한 합의를 서두르기보다 실리를 지키는 협상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최상의 결과를 만들기 위해 최선의 경주를 하겠지만, 시간 때문에 실리를 희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어느 수준의 협상안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이번 주가 향후 한미 통상 질서에 중대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