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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산업이 아니다”…기초예술계, 보조금법 개정 촉구

보조금법 개정 추진위, 7월 22일 국회 기자회견 개최
“기초예술 외면한 행정, 창작 현장 왜곡…법 개정 시급”
극작가협회 벌금 확정 사례 언급하며 “현행법은 예술인 올가미”

지이코노미 강매화 기자 ㅣ연극계를 중심으로 결성된 '보조금법 개정 및 예술인을 위한 지원금법 제정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조금법의 전면 개정과 예술인을 위한 별도 법 제정을 강력히 촉구했다.

 

 

추진위는 지난 7월 1일 공식 출범해 현재까지 1,400명 이상의 예술인이 연대 서명에 참여했으며, 이날 기준 연서명 인원은 총 1,426명에 달한다.

 

이날 기자회견은 박정의 서울연극협회 회장, 박혜선 극단 사개탐사 대표, 선명주 극단 뱃속의 나비 대표, 선욱현 극작가 등이 대표 발언자로 나섰고, 예술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은 발표가 이어졌다.

 

“창작과는 무관한 규제, 예술인을 회계공무원 만들어”

 

현장에선 현행 보조금법이 예술 창작의 특성과 전혀 맞지 않는다는 점이 핵심적으로 지적됐다.

선명주 대표는 “시급 단가, 출퇴근 명부, 고용·산재보험 등 형식적 행정요건에 매여 창작 자체보다 행정 대응에 에너지를 쏟고 있다”며 “예산 집행 항목의 경직성과 현실성 부족이 오히려 창작의 본질을 훼손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보조금 항목의 필수 집행 비율을 맞추기 위해 창작 무대, 의상, 소품까지 기성품을 구매하는 방식이 강제되며, 창작이 왜곡된다”고 덧붙였다.

 

박정의 회장은 “기초예술은 문화강국 대한민국의 기반이며, 위기 상황일수록 가장 먼저 배제되는 분야이기에 더더욱 섬세하고 현실적인 정책 접근이 필요하다”며 “보조금법은 단순한 회계 규정이 아닌 예술 정책의 뿌리이기에, 지금 반드시 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극작가협회, 자발적 기부도 보조금 유용…창작단체 사형선고”

 

특히 이날 발표에서는 한국극작가협회에 대한 보조금법 위반 판결 사례가 집중 조명됐다.

극작가 선욱현 씨는 “협회는 출판사업으로 지급된 원고료 중 일부를 편집위원들이 자발적으로 기부해 인쇄비를 충당했지만, 법원은 이를 ‘보조금 유용’으로 판단했다”며 “배임, 횡령도 없고 사업도 완료했는데도 2심에서 유죄가 확정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는 예술인들이 무급으로 봉사하고 자비를 보태 활동해도, 행정 해석 하나로 전과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예술가에겐 벌금형도 사형선고와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협회는 환수금과 구상권 청구 위기까지 마주하고 있다”며 정부 차원의 구제를 호소했다.

 

추진위는 현행 보조금법이 창작 현실을 무시한 채 예술인을 잠재적 범법자로 규정하는 구조로 작동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창작 현장의 자율성과 생태계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초예술 외면하는 장관 후보자, 현장 우려 커져”

 

기초예술계는 최근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지명에 대해서도 강한 우려를 표했다.

박혜선 대표는 “기초예술에 대한 경험과 이해가 부족한 인사를 문체부 수장으로 지명한 것은, 현장의 위기감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며 “예술을 산업과 동일 선상에 놓는 정책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기초예술인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행정의 효율성과 투명성도 중요하지만, 그 기준이 창작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면 창작을 압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보조금법의 대대적인 개정과 더불어 예술인을 위한 별도 지원금법 제정을 요구했다.

 

추진위는 조만간 문체부와 국회에 정식 요구안을 전달하고, 서명 운동 및 예술계 간담회를 이어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