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전라남도와 영광군이 손을 맞잡고 지역의 미래를 향한 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29일 영광군청에서 열린 ‘전라남도 정책비전투어’는 행사 그 이상의 상징성과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이날 자리는 전남도정과 기초지자체가 어떻게 상생 협력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실천의 무대였으며, 동시에 영광이 지향하는 미래 방향을 명확하게 드러낸 비전 제시의 장이었다.
장세일 영광군수는 환영사에서 김영록 전라남도지사의 방문을 ‘군민 전체의 기쁨’이라고 표현하며,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로 나아가는 전남행복시대의 중심에서 영광이 중요한 축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정책비전투어가 지역을 둘러보는 일정에 그치지 않고, 전남과 영광이 함께 그려갈 공동 비전의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날 장 군수는 김 지사의 도정 성과를 조목조목 언급하며 깊은 신뢰를 표했다. 에너지·첨단전략산업 육성과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확대, 농어촌 고령화 대응 정책, 도민 기본소득 시범 운영 등이 지역에 어떤 실질적 변화를 가져왔는지 짚었다. 특히 “영광군을 전남형 기본소득 시범도시로 신속히 지정한 결단은 지역의 복지 실험을 현실로 만든 전환점이었다”며 도정에 대한 감사를 거듭 전했다.
정책 설명은 이내 ‘영광군의 미래’로 이어졌다. 장 군수는 지역의 강점을 집요하게 분석하며, 영광이 에너지 대전환 시대의 거점 도시로 우뚝 설 수 있는 조건을 하나하나 풀어냈다. 태양광과 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 자원이 풍부하고, 이미 관련 산업 인프라와 기술 기반이 어느 정도 축적돼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강점이다.
이에 발맞춰 영광군은 전 군민을 대상으로 1인당 50만 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에너지 기본소득 도시’ 모델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단편적인 현금 지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서 생산된 청정에너지의 수익을 군민과 공유하고, 이를 통해 삶의 질을 높이며 인구 정착과 복지 확대를 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와 함께 해상풍력 산업 클러스터 조성과 청정수소 경제벨트 구축도 추진된다. 이는 남해안과 서해안을 아우르는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 흐름과도 맞닿아 있어, 국비 확보와 산업 연계 측면에서 상당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관광 산업 역시 놓치지 않았다. 장 군수는 “백수해안도로와 노을전망대를 중심으로 한 백수노을 관광지를 2030년까지 체류형 관광지로 전환하겠다”며, 숙박·체험·문화 인프라 확충 계획을 발표했다.
더불어 불갑사, 원불교 영산성지, 영광읍성, 성당 유적지 등 4대 종교문화 성지를 연계한 힐링관광 자원도 적극 개발할 방침이다. 이밖에도 상사화 축제, 칠산바다 생태관광, 섬 관광 등 지역 고유의 자연·문화 자원을 관광 콘텐츠로 재탄생시키는 작업이 착착 진행되고 있다.
장세일 군수의 환영사는 잔잔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날 행사에서 가장 주목받은 장면 역시 그의 인사말이었다. 말 한마디 한마디에 의례적인 인사의 틀을 넘는 진정성이 묻어났다. 김영록 지사의 이름을 여러 차례 언급하며 도정 성과를 강조했고, “지사님의 배려와 전략적 판단이 없었다면 오늘 영광의 변화도 없었을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과장되지 않으면서도 진심이 전해졌다는 반응이 많았다.
통상 이런 자리에서는 형식적인 발언이 중심을 이루기 마련이지만, 장 군수의 환영사는 달랐다. 진심 어린 표현이 곳곳에 배어 있었고, 듣는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행사장을 찾은 군민과 도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정책이 단지 도청에서 내려오는 게 아니라, 실제 군정과 지역주민 삶에 어떻게 녹아드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자리였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실제로 이날 장 군수의 발언 중 상당 부분은 중앙부처와 전남도청, 그리고 군청 간의 유기적 협력 과정을 설명하는 데 할애됐다.
이날 발표된 영광군의 정책 방향은 슬로건이나 청사진에 머무르지 않는다. 탄소중립 시대의 흐름 속에서 지방이 어떻게 지속가능한 에너지 모델을 창출할 수 있는지를 실험하고 실현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글로벌 e-모빌리티 산업 거점화, 스마트 농업 단지 조성, 친환경 축산 기술 도입 등을 통해 기존 농축산업과 신산업의 융합도 함께 도모하고 있다.
환영사의 끝자락에서 장 군수는 이렇게 말했다. “전남도와 영광군이 함께 성장의 새 물꼬를 트는 이 순간, 우리는 전환의 시기에 서 있습니다. 도지사님의 전폭적인 지원, 그리고 군민들의 신뢰와 응원이 있다면 영광은 반드시 도약할 것입니다.”
짧은 인사였지만, 마치 한 편의 ‘정책 연설’처럼 들렸다. 이 자리는 과거를 돌아보는 자리가 아니었다. 오히려 미래를 이야기하는 자리였고, 지역이 중심이 되는 자치와 분권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도청과 군청 관계자를 비롯해 지역 단체장, 주민 등 300여 명이 참석해, 정책 설명회와 지역현안 토론, 비전 공유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함께했다. 현장에서는 영광군의 재생에너지 정책 홍보 전시도 함께 마련돼 참석자들의 관심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