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이라는 삼중고에 지친 민생을 회복시키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대규모 소비진작 프로젝트를 추진한 가운데, 전라남도가 그 중심에서 빠르게 성과를 내고 있다.
전라남도는 6일,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업에서 도내 지급률이 93.9%에 이르렀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8월 5일 오후 6시 기준으로, 총 177만 3,355명의 지급 대상자 중 166만 4,674명이 실제로 쿠폰을 수령했다는 뜻이다.
도에 따르면 이번 사업은 생계지원이나 일회성 복지에 그치지 않고, 지역 내 자영업자·소상공인의 매출 회복과 소비 기반 경제 회복을 목표로 기획됐다. 중앙정부와 전남도가 협력해 총 5,391억 원 규모의 재정을 투입했으며, 국비 90% 외에 도비와 시군비가 각각 5.5%씩 분담했다. 전체 지급 규모는 1차(3,668억 원)와 2차(1,723억 원)로 나뉘어 순차적으로 진행됐다.
주목할 점은 지급 대상자 구성이다. 일반 시민은 물론,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한부모 가정 등 저소득 취약계층이 폭넓게 포함됐다. 도는 특히 전남 인구 대비 95% 이상이 지원 대상에 포함됐다는 점을 강조하며, “정책의 보편성과 형평성을 모두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상위 10% 고소득층 일부도 지급 대상에 포함됐는데, 이는 소득에 따라 다르게 소비하는 계층을 포괄해 소비층 자체를 확대하자는 정책적 고려가 반영된 것이다.
소비쿠폰은 사용 편의성과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신용·체크카드 ▲선불카드 ▲모바일·지류형 카드 ▲지역사랑상품권 등 4가지 수단으로 제공됐다.
신용·체크카드는 77만 4,130명, 전체 지급 대상의 43.9%가 수령했으며, 지급액은 1,502억 원이다. 선불카드는 51만 6,198명(33.6%)이 수령했고, 지급액은 1,150억 원이다. 모바일 및 지류형 카드는 20만 9,462명(13.0%)이 받았으며, 지급액은 445억 원이다. 지역사랑상품권은 16만 4,884명(9.5%)이 수령했으며, 지급액은 326억 원에 이른다.
전남도는 각 수단별 수령 가능 안내를 사전에 문자, SNS, 읍면동 행정복지센터를 통해 상세히 안내해 시행 초기의 혼선을 최소화했으며, 특히 고령층 대상 마을 단위 설명회도 병행했다.
이 같은 수단 다양화는 편의성 확보를 넘어서, 소비 유입 구조를 지역 내 상권으로 집중시켜주는 유도 장치 역할을 했다. 실제로 일부 시군에서는 전통시장과 중소형마트를 중심으로 쿠폰 결제가 증가하면서 주간 매출이 15~20%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도는 설명했다.
이번 소비쿠폰 사업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유기적 협력 속에서 정책 유연성이 점차 강화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행정안전부는 최근, 군 장병들이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부대 인근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공식 검토 중이다. 이는 지난 8월 1일 개최된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강원도가 건의한 사항으로, 국방부와 협의를 거쳐 구체적 실행 여부가 논의되고 있다.
전남도는 “군 장병들도 지역 내 소비 주체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사용처 확대는 군부대 인근 상권에도 활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처럼 제도의 유연화는 전국적으로 지역 소비를 더욱 넓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급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한 이의신청은 총 5,337건이었다. 온라인(561건), 오프라인(4,776건)을 통해 접수되었으며, 이 중 423건은 인용돼 추가 지급 조치가 이루어졌고, 4,664건은 기각 처리됐다. 나머지 250건은 현재 심사 중이다.
전남도는 이의신청 대응에 별도 전담팀을 운영해 접수부터 결정까지 평균 일주일 내 처리를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일부 읍면동에서는 직접 가정을 방문해 수급 상황을 확인하는 등 현장 중심의 행정이 병행됐다.
도 관계자는 “행정의 목표는 한 명도 억울함 없이, 정확한 기준에 따라 지급하는 것”이라며 “불필요한 서류 요구나 중복 절차는 최대한 생략했다”고 밝혔다.
이번 소비쿠폰 사업은 정부의 물가 안정 대책과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전라남도에 따르면, 정부는 8월 한 달 동안 가공식품과 농축수산물의 할인 정책을 대대적으로 추진 중이다.
라면, 과자 등 인기 가공식품은 전국 대형마트와 온라인 쇼핑몰에서 지속 할인 행사, 쌀(20kg 기준)은 3,000원 할인 쿠폰 제공, 배추는 정부 비축물량 방출을 7월 대비 두 배 확대, 한우는 명절 수요 증가를 대비해 공급량을 평상시 대비 30% 확대, 수산물은 8월 21일까지 최대 50% 할인행사가 진행 중이다
이와 같은 병행 정책은 소비 여건 조성에 그치지 않고, 실제 소비를 촉진할 수 있는 구체적인 환경 마련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남도는 농산물 할인 지원도 자체 재원을 활용해 병행 중이며, 시군별 지역마트와 농협 하나로마트 등과도 협약을 추진 중이다.
전남도는 이번 소비쿠폰 사업의 남은 6%에 해당하는 미지급 대상자에 대해 집중 안내와 추가 신청 기회를 제공해 지급률 100%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정책 체감도를 높이기 위한 추가 방안도 검토 중이다. 예를 들어, 쿠폰 사용처 확대, 지역축제 연계 소비 유도, 취약계층을 위한 ‘추가 포인트 지급’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내부 논의 중에 있다.
도 관계자는 “이번 소비쿠폰 사업은 단기적 소비 촉진을 넘어, 장기적인 지역경제 회복의 기반을 다지는 계기가 되고 있다”며 “지급 종료 이후에도 그 효과가 이어질 수 있도록 지속적인 정책 보완과 후속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