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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선 칼럼] 성 생활은 최고의 홈트레이닝일까?

“운동 대신 섹스를 하면 몸짱이 될 수 있나요?”

 

요즘 영어권에서는 헬스장 대신 침실로 향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그들은 이런 실내 운동을 ‘섹서사이즈(Sexercise)’라 부르며, 섹스를 하나의 피트니스 루틴처럼 즐기고 있다. 즉, 땀 흘리고 숨 헐떡이며 사랑을 나누면서 동시에 칼로리를 태우고 심장을 튼튼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전혀 근거 없는 말도 아니다.

섹스를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심박수는 치솟고, 피부는 달아 오르며, 평소 안 쓰던 근육들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한다. 끝나고 나면 다리는 후들거리고, ‘이거 운동 맞네?’라는 혼잣말이 절로 나온다. 체감 운동량은 어지간한 요가 수업 못지않다. 여기에 “섹스를 자주 하면 뱃살이 줄고 활력이 생긴다”는 속설까지 더해지면, 진지하게 헬스장 회원권을 끊을지, 침실 운동을 택할지 고민하는 이들도 생겨날 수있다.

 

그렇다면 진짜 섹스는 러닝머신 30분보다 낫고, 스쿼트 100개보다 효율적인 운동일까? 그냥 땀 흘리는 낭만일까, 아니면 과학적 근거가 있는 진짜 홈트레이닝일까?지금부터 침대 위 ‘운동장’에서 벌어지는 섹서 사이즈의 진실을 파헤쳐보자.


섹스의 칼로리 소모는 얼마나 될까? 실제로 섹스를 하면 일정 수준의 칼로리가 소모된다. 하지만 흔히 말하는 것처럼 '한 번의 섹스로 삼겹살 두 줄이 사라진다'는 표현은 다소 과장이다. 실제로 10분 정도의 성행위로 소모되는 칼로리는 평균 약 50㎈로, 이는 계단을 오르내릴 때의 에너지 소비와 비슷한 수준이다. 만약 섹스를 1시간 동안 지속한다면 최대 300㎈까지도 가능하겠지만, 현실에서는 다소 무리가 있는 수치다.

 

다시 말해 섹스를 통해 다이어트 효과를 얻으려면 하루에 다섯 번 이상 규칙적으로 해야 한다는 말인데,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거의 마라톤 훈련에 가까운 일이다. 심폐기능엔 유산소 효과, 근육엔 스트레칭 수준 섹스는 기본적으로 유산소 운동에 가까운 작용을 한다. 행위 도중 심박수가 증가하고 호흡이 빨라지면서 심장과 폐가 활발히 작동하게 된다.

 

실제로 규칙적인 성생활을 하는 사람들 가운데 심혈관 질환의 발병률이 낮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러나 그 효과가 달리기나 수영, 자전거 타기처럼 전문적인 심폐 운동을 완전히 대체할 수준은 아니다. 근육 사용 면에서도 섹스는 여러 부위를 고르게 사용하는 복합적인 활동이다. 복부, 엉덩이, 허벅지, 어깨 등 다양한 부위의 근육이 동원되긴 하지만, 고강도 근력 운동처럼 근육량을 늘리거나 강한 자극을 주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오히려 운동 전후의 스트레칭이나 가벼운 맨몸 운동 정도에 가까운 강도로 이해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피부·호르몬·스트레스 해소엔 운동보다 강하다.섹스의 가장 큰 장점은 운동 못지않은 부가적인 건강 효과에 있다. 섹스를 하면 엔도르핀과 옥시토신 같은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이는 스트레스를 줄이고 기분을 안정시키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또한 테스토스테론과 에스트로젠이 촉진되어 뼈와 근육의 건강을 유지하고 성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이외에도 피부에 광택을 더하고, 면역력을 높이며, 전신의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만드는 작용도 있다. 특히 오르가슴에 도달하면 자율신경계와 호르몬 체계가 활발히 작동해 일종의 전신 회복 효과를 유도하는데, 이는 운동 후의 쾌감과 유사하면서도 보다 즉각적이고 집중적이다. 이러한 요소들이결합하여 섹스는 단순한 쾌락 이상의 치유와 회복의 기능을 함께 수행한다.

 

운동 효과를 높이는 섹스 체위는?

 

<측면 가위 자세>

이 자세는 남성과 여성이 옆으로 누워 다리를 교차 시키는 형태로 진행되며, 주로 하체와 허리 근육이 활성화된다. 남성은 골반을 지그시 밀어 넣는 동작을 반복하면서 허리의 회전력과 지속적인 긴장을 유지해야 하므로 복부와 허리 근육의 지구력이 요구된다. 여성은 엉덩이와 허벅지를 활용해 자세를 유지하며 피로를 견디게 된다. 이 자세는 체위 변경이 잦지 않아 지속적인 근육 자극이 가능하고, 부드러운 리듬을 유지하는 데 유리하다.

 

<여성 상위 스쿼트>

여성이 위에서 앉거나 무릎을 굽힌 자세로 상체를 곧게 세우고 남성 위에 올라가는 체위다. 이때 여성은 하체 근육, 특히 허벅지와 엉덩이 근육을 반복적으로 사용하게 되어 자연스러운 스쿼트 운동과 유사한 효과를 얻는다. 동시에 코어 근육의 균형 감각과 안정성을 요구하므로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남성은 복근과 허리 근육으로 몸을 지탱하며 여성의 움직임을 서포트하게 된다. 파트너 모두에게 체력 소모가 분산되며 상호 협

력적인 움직임이 강조된다.

 

<후배위 무릎 버티기>

남성이 무릎을 꿇은 상태에서 뒤에서 삽입하는 체위로, 엉덩이와 허벅지의 버티는 힘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팔과 어깨, 상체 근육을 사용해 균형을 유지해야 하며, 지속적인 피스톤 운동으로 코어 근육과 둔근이 크게 활성화된다.

 

특히 남성은 무릎을 들어 올리지 않고 바닥에 붙인 상태에서 체중을 유지하기 때문에 하체의 등척성 근력이 크게 요구된다. 여성 역시 팔꿈치나 상체로 체중을 분산시켜야 하므로 유연성과 근지구력이 중요한 체위이다. 결론적으로, 이 세 가지 체위 모두 단순한 성적 체험을 넘어 상호 신체 사용과 협동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유산소와 근력 요소가 적절히 결합한 '커플 운동'에 가깝다.

 

 

결국 중요한 것은 ‘운동이 되느냐’보다 ‘서로 얼마나 즐겁게 땀 흘릴 수 있느냐’는 점이다. 섹스를 운동처럼 하겠다는 생각보다, 운동을 열심히 해서 섹스를 더 잘하겠다는 마음가짐이 더 현실적이다.

 

섹스는 건강의 지표이자 사랑의 언어, 때로는 가장 행복한 유산소 운동이다. 운동화 끈을 조이듯 마음도 준비하고, 파트너와 함께 가볍게 숨찬 그 시간. 그게 바로 우리의 '홈트'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