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강매화 기자 | 미국 주요 기술기업들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에서 벗어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며 향후 업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3일(현지시간) 경제전문 매체 CNBC에 따르면 백악관은 엔비디아와 AMD의 중국 내 인공지능(AI) 칩 판매를 허용하는 대신 미국 정부가 이 기업들의 중국 내 매출에서 15%를 가져가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앞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향후 4년간 미국 내 투자 규모를 6000억달러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조치가 주요 기술기업들에게 관세 면제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PP포어사이트의 파올로 페스카토레 기술 애널리스트는 "최근 기술업체들의 잇단 거래는 관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크고 작은 형태로 모든 빅테크 기업들이 관세의 부정적 영향을 받아왔다"며 "최근 분기 실적에서도 드러났듯 이들은 수익을 더 갉아먹는 수백만달러의 추가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페스카토레는 세부 내용이 관건이겠지만 애플이 미국 투자를 조기에 확대하는 것이 업계 전반에 '도미노 효과'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애플은 오랫동안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갈등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빅테크 기업 중 하나로 평가된다.
이달 초 트럼프 대통령은 수입 반도체와 칩에 대해 100%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지만 미국에서 생산하는 기업은 면제된다. 애플은 수백 개의 칩에 의존하며 2분기에만 관세로 8억달러의 비용을 부담했다고 밝혔는데 최근 투자 발표로 관세를 면제받게 됐다.
엔비디아와 AMD가 백악관과 맺은 합의에 대해서는 향후 양사 사업에 미칠 영향과 함께 미 정부가 다른 기업들에 유사한 합의를 추진할지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수출세와 다름없다며 헌법 위반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전날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엔비디아와 AMD와 맺은 합의에 대한 합법성과 구체적 실행 방안을 "아직 조율 중"이라고 말하고 향후 다른 기업들로 확대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레이 왕 컨스텔레이션리서치 설립자는 이 합의가 "이상하다"고 표현했다. 그는 엔비디아와 AMD의 AI 칩들이 국가안보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면 "정부가 그냥 수익 일부를 가져가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엔비디아의 젠슨 황과 AMD의 리사 수 최고경영자(CEO) 모두 이렇게 하면 중국 시장에 칩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며 어쩌면 좋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투자자들은 이번 합의로 양사 모두 중국 시장에 제품을 다시 판매할 수 있게 돼서 긍정적인 것으로 해석했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여전히 우려가 제기된다.
나일스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 창립자인 댄 나일스는 트럼프 행정부가 사기업에 직접 개입하는 접근법이 미국 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여부가 투자자들에게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기업마다 상황은 다르다"며 "중요한 건 정책의 안정성 여부"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