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이코노미 이창희 기자 | 전북 완주군 신흥계곡 환경보호를 명분으로 활동해 온 '완주자연지킴이연대(이하 완자킴)'가 보조금을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내부 고발이 나왔다.
완자킴의 前 회원 유 씨는 최근 사실확인서를 통해 조직의 불법 행위를 구체적으로 폭로하며 파문이 일고 있다.
이는 완자킴이 사찰과의 갈등으로 벌인 소송에서 최종 패소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라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대표 농장 증축에 지원금 사용"...구체적인 유용 정황
유 씨가 작성한 사실확인서에 따르면, 보조금 유용 의혹의 중심에는 '오래된미래'라는 단체가 있다. '오래된미래'는 완자킴의 소모임으로, 완주도시문화지원센터가 운영하는 '메이드 인 공공' 지원사업에 3년간 선정돼 보조금을 받아왔다.
유 씨는 2023년 4월, 당시 사실혼 관계였던 신 씨의 부탁으로 '꼬리명주나비 복원 프로젝트'에 필요한 44만 원 상당의 자재 구매 영수증을 발행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당 자재는 실제로는 반출되지 않았고, 예치된 금액은 석 달 뒤 '오래된미래' 박 대표가 운영하는 농업법인 '모심'의 2층 다락 증축 공사 자재 구매비로 사용되었다는 것이다.
유 씨는 "보조금 정산을 위해 내가 가진 개인 자재로 쥐방울넝쿨 하우스를 대신 지어주며 허위 증빙에 협조했다"고 고백했다.
이는 완자킴 → 오래된미래(소모임/보조금 수령) → 모심(대표 개인 농업법인)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통해 지원금이 사적으로 유용되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가정 파탄이 부른 폭로…"활동 자제 요청 묵살당했다"
유 씨가 내부 고발을 결심한 배경에는 극심한 가정 불화가 있었다. 신 씨와 함께 건설업체를 운영하며 완자킴 활동에 깊이 관여했던 그는 "신 씨가 잦은 회의와 활동으로 가정을 돌보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교통사고를 당하거나 자녀의 생일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갈등은 극에 달했다.
그는 완자킴 정주하 대표에게 "가정이 파탄 날 지경이니 활동을 자제해 달라"고 수차례 호소했지만, 대표는 이를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유 씨는 관계가 파탄에 이른 후에야 완자킴의 내부 비리를 세상에 알리기로 마음먹었다.
▶"투쟁으로 변질된 환경운동"...외부 단체도 비판
외부 환경 단체 역시 완자킴의 활동 방식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강우 푸른환경실천협의회 대표는 "완자킴은 '연대'라는 명칭과 달리 완주 지역의 다른 환경 단체와 교류나 연대한 사실이 없다"며 단체의 정체성부터 비판했다.
이 대표는 "환경단체가 사유지에 무단으로 들어가 마찰을 빚고 고소·고발을 당하는 것은 정당한 활동이라 보기 어렵다"며 "초심과 달리 환경보호가 아닌 '투쟁'으로 변질됐다"고 지적했다.
또한 완자킴이 반대하는 신흥계곡 오수관로 설치 공사에 대해서도 "오히려 계곡의 수질 보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사업"이라며, "무조건적인 반대는 전문성이 결여된 주장일 수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