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춘천, 일상의 회색 풍경이 익숙한 후평일반산업단지 한가운데서 예상치 못한 감각의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강원디자인진흥원이 개최한 전시 《RE:RULE – 감각의 규칙을 다시 그리다》는 관객을 단지 ‘보는 이’가 아닌, 예술의 ‘창조자’로 초대하며 지역을 넘어 전국의 예술계와 문화 애호가들이 주목해야 할 전시로 부상하고 있다.
“관객이 직접 규칙을 다시 쓰는 전시”
전시는 관객이 참여하지 않으면 완성되지 않는다. 작품은 관람객의 움직임과 개입을 통해 형태를 바꾸고, 전시장은 감각의 실험실이자 질서의 재구성 공간으로 변모한다. 기획자이자 예술공공 대표인 조민서 작가는
“작품 앞에 선 순간, 관객은 더 이상 감상자가 아닙니다. 움직이고 개입하며 규칙을 다시 쓰는 창조자가 되죠.”라고 설명한다. 그녀의 말처럼 《RE:RULE》은 예술의 권력을 작가에서 관객으로 전이시키는 시도를 통해, 예술과 일상, 감상과 참여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스포츠, 감정, 예술의 경계 없는 실험
조민서 작가는 스포츠와 예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으로 주목받아왔다. 탁구의 규칙을 해체한 《너와 나, 핑퐁》, 감정의 진폭을 공의 움직임으로 시각화한 《차원을 넘나드는 공》 등은 ‘규칙’이라는 개념을 예술적 재료로 끌어들인 실험이었다. 《RE:RULE》에서는 이 실험이 더욱 구조화되고,‘시선’, ‘움직임’, ‘공간’이라는 개념을 통해 관객은 신체적 감각으로 예술과 소통하게 된다. 이는 단지 설치미술이나 인터랙티브 아트의 영역을 넘어, 예술이 어떻게 사회적 질서를 비판하고 다시 구성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진지한 질문이기도 하다.
산업단지가 문화 실험의 현장이 되다
전시의 무대는 서울의 대형 미술관도, 전통적인 문화공간도 아니다. 춘천 후평산단이라는 생산 중심의 산업 공간이다. 바로 이 점에서 《RE:RULE》은 주목할 만하다. 산업단지라는 일상적 공간에 예술을 들여오는 시도는,문화 격차 해소를 넘어 예술의 사회적 확장 가능성을 실험하는 일이기도 하다. 매주 수요일 점심시간에는 ‘수요 런치 콘서트’와 디자인 특강이 함께 열려,문화 향유의 일상이 직장 내로 스며드는 계기를 만든다.
강원도 춘천이라는 지리적 한계는 이 전시의 가치 앞에서 무의미하다. 《RE:RULE》은 예술의 형식을 재정의하고, 관객의 역할을 혁신하며, 전시 공간의 개념까지 흔드는 실험적 전시다. 문화의 수도권 집중이 여전히 지속되는 가운데, 지역에서 출발한 이 실험은 전국적 주목을 받을 자격이 있다.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이 전시를 경험하기 위해 춘천을 방문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예술은 화려한 겉모습이 아니라, 감각을 일깨우고, 일상을 재해석하게 하는 힘이다.
《RE:RULE》은 그 가능성을 현실로 보여주는 공간이다. 그 힘을 직접 마주하고 싶은 이들에게, 이 전시는 반드시 ‘가야 할 곳’이다.
■ 전시 정보 ▷전시명: RE:RULE – 감각의 규칙을 다시 그리다 ▷기간: 2025년 8월 ~ 10월 9일 ▷장소: 강원디자인진흥원 (춘천 후평일반산업단지 내) ▷입장료: 무료 ▷주최: 강원디자인진흥원, 한국산업단지공단 춘천지사 ▷부대행사: 수요 런치 콘서트, 디자인 특강 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