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강매화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금리 정책을 좌우할 수 있는 연방준비제도(Fed) 이사 리사 쿡을 전격 해임하면서 중앙은행 독립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역대 대통령이 연준 이사를 해임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어 사실상 초유의 사태라는 평가가 나온다.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는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쿡 이사가 주택담보대출 신청 과정에서 거주지를 중복 기재해 이득을 취했다는 의혹을 이유로 즉각 해임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쿡은 기소된 적도, 직무태만이 입증된 것도 없어 법적 근거가 희박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쿡은 “트럼프에겐 해임 권한이 없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트럼프는 최근 경기부양을 위해 연준에 금리 인하를 지속적으로 압박해왔다. 쿡이 물러나면 연준 이사회 7명 중 4명을 트럼프가 지명하게 돼 금리정책에 대한 통제력이 강화될 수 있다. 실제로 트럼프가 임명한 미셸 보먼과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는 지난달 회의에서 유일하게 금리 인하를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연준 독립성 훼손에 따른 파장을 경고한다. 피터 콘티-브라운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는 “대통령의 변덕에 통화정책이 좌우된다면 연준 독립성은 사실상 끝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의 데이비드 윌콕스 역시 “오늘은 미국 중앙은행 역사에서 어두운 날”이라며 글로벌 금융시장에도 충격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의 이번 조치는 관세 정책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우려되는 민감한 시점에 나온 만큼, 금리 결정 과정과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더욱 키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