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이코노미 유주언 기자 | 공정거래위원장 인사청문회를 앞둔 주병기 후보자가 고려아연의 해외계열사 활용 순환출자 구조에 대해 “편법적 지배력 확대 우려가 있다”며 위법 여부를 면밀히 따져 조속히 결론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공정위 조사와 국회 법 개정 논의가 동시에 진행되는 가운데, 이번 사안은 대기업 지배구조 규제의 새로운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주 후보자는 3일 국회에 제출한 서면질의 답변에서 “현행 규제는 국내 계열사 간 출자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해외계열사를 활용한 우회적 구조가 규제의 빈틈이 되고 있다”며 제도 개선 필요성에 공감을 표했다. 그는 “공정거래법상 순환출자 금지는 지배구조 왜곡과 경제력 집중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우회적 방식이 이를 회피한다면 근본 취지에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주 후보자는 고려아연 관련 순환출자 신고 사건이 현재 공정위에 접수돼 조사 중임을 언급했다. 그는 “사건 조사 결과와 규제 필요성 등을 종합해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답했지만, 동시에 “편법적 지배력 확장이 현실화될 경우 신속한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는 고려아연이 100% 자회사인 해외계열사 SMC를 동원해 지주사 영풍 지분을 매입한 사례와 직결되는 것으로,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국회에는 이미 해외계열사를 활용한 순환·상호출자까지 직접 규제할 수 있도록 범위를 넓히는 개정안이 다수 발의돼 있다. 공정위 역시 “해외계열사를 통한 변칙적 순환출자가 편법적 지배력 확장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며 정보 공개와 감시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청문회를 계기로 국회와 공정위가 제도 개선 논의에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고려아연 사례는 단순히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대기업 지배구조와 공정경제 질서 전반에 걸친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제도의 사각지대를 악용한 지배력 확대가 사실로 확인된다면, 이는 사회적 불신을 키우고 공정 경쟁의 토대를 무너뜨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주병기 후보자의 발언은 그만큼의 무게를 지니며, 이제 공정위와 국회의 선택은 재계와 시민 모두의 시선을 받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