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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급 갑질] 광신건설 이경노 회장, 협력사의 생존 편지에 책임 전가로 답하다

임금 체불은 산업재해 못지않은 중대범죄…대통령도 직격탄
하청업체 대표, 편지로 “살려달라” 호소했지만 메아리 없는 절규
광신건설 이경노 회장, 겉으론 협의 약속…뒤로는 내용증명
정부의 단호한 개입 없인 ‘을의 눈물’ 반복될 수밖에 없어

지이코노미 문채형 기자 | 호남의 중견 건설사 광신종합건설 이경노 회장을 상대로, 하도급사 대영건업 이대영 대표가 지난 4월 보낸 친필 편지가 공개됐다. 편지는 단순한 채권 문제를 넘어, 벼랑 끝에 몰린 하청업체 대표의 간절하고 애절한 호소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정중한 인사로 시작된 절규

 

편지는 계절과 건강을 묻는 인사로 시작된다. 그러나 이 인사의 이면에는 하청업체의 절박한 상황을 담담히 전하고자 하는 대표의 절절한 심경이 숨어 있다.

 

“변덕스러운 날씨 탓에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더니, 어느새 벚꽃잎이 흐드러지게 흩날리며 봄이 절정을 맞이한 듯합니다… 부디 건강에 각별히 유의하시고 늘 강녕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정중한 문장 뒤에는 곧 광신건설의 갑질로 인한 냉혹한 현실이 이어진다.

 

◇“회장님의 부탁, 가슴 깊이 새겼습니다”

 

이 대표는 시흥 조남동 오피스텔 공사 현장을 맡았던 일을 회상하며, 광신 측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책임감 있게 공사에 임했다고 강조한다.

 

“탑다운 공법에 대한 경험이 많은 만큼, 다소 미숙한 직원들과도 협업하여 현장을 잘 이끌어 달라 하셨습니다. 그 뜻을 가슴에 새기며 기준층 셋팅까지 현장에 상주하며 책임 있게 공사를 수행할 것을 약속드렸습니다.”

 

실제 그는 기후 악조건과 공정 지연에도 불구하고 야간작업까지 감내하며 준공 기한을 맞췄다.

 

◇“약속했던 대금은 왜 지급되지 않았습니까”

 

편지의 핵심은 정산 문제다. 이 대표는 광신이 최소한 계약금 지급을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끝내 이행되지 않았다고 적고 있다.

 

“2024년 3월에는 정산 관련 협의를 진행하였고, 최소한 계약금액에 대한 지급만이라도 부탁드렸습니다. 당시 6월 말까지 지급해주시기로 협의되었으나, 연말이 지나도록 정산이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이 대표는 광주 본사를 수차례 찾아가 간곡히 요청했지만, 결국 돌아온 것은 차일피일 미뤄진 말뿐이었다.

 

◇“저 또한 생존의 벼랑 끝에 서 있습니다”

 

편지는 단순한 금전 문제가 아니라 생존권 문제임을 호소한다.

 

“인건비 미지급, 소송, 급여 체불, 압류 등으로 극심한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습니다. 부디 계약금 잔액 중 3억6천만 원에 해당하는 인건비 부분만이라도 우선 정산해 주실 것을 간절히 요청드립니다.”

 

절박한 사정을 토로하는 대목에서는, 하청업체가 처한 냉혹한 현실이 그대로 드러난다.

 

◇“회장님의 아량만이 마지막 희망입니다”

 

편지는 끝내 간절한 약속과 호소로 마무리된다 “이번 한 번만이라도 인건비를 정산해 주신다면, 앞으로 어떤 공사든 제 일처럼 성공적으로 완수하겠습니다. 회장님의 넓고 깊으신 아량으로 선처해 주신다면 더없는 감사가 되겠습니다.”

 

그러나 이 간절한 호소에도 불구하고, 광신건설이 선택한 것은 협상이나 사과가 아닌 법적 소송이었다. 본지가 이미 보도했듯, 광신의 하도급 갑질은 우발이 아닌 철저히 계획된 구조적 행태였다.

 

◇편지 공개의 사회적 파장과 정부의 역할

 

이번 편지 공개는 단순한 원·하청 간 분쟁을 넘어,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한 건설업계의 불공정 구조를 드러내는 사건이다. 원청이 하청업체의 피와 땀을 외면한 채 대금을 볼모로 삼는 행태는 곧바로 하청 노동자들의 임금 체불과 생계 위기로 이어진다.

 

특히, 이 대표가 직접 쓴 편지는 “인건비 미지급만이라도 정산해 달라”는 절규로 요약된다. 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하청 노동자 전체의 생존권을 대변하는 상징적 사건이다.

 

정부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국토교통부는 원청 건설사의 ‘계획된 갑질’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로잡을 제도적 대책을 내놔야 한다. 또한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한 바와 같이, 임금 체불을 산업재해 수준의 중대범죄로 다루는 강력한 정책적 의지가 요구된다.

 

대영건업의 절규는 광신건설만의 문제가 아니다. 수많은 하청업체가 같은 현실에 놓여 있다. 이번 편지 공개가 제도 개선의 촉매제가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광신건설의 대응과 본지의 입장

 

한편 광신건설은 본지의 연속 보도에 대해 “광신건설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기사 중지를 요청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해 왔다. 그러나 본지가 취재를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이는 단순한 방어 차원이 아니라 철저히 계획된 ‘이중 행보’의 일환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경노 회장은 대영건업 이대영 대표와의 면담에서 “실무자들과 잘 협의해서 올려보라”며 마치 하청업체를 배려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이는 외형상 협의 제스처에 불과했고, 곧바로 내용증명을 통해 책임을 떠넘기며 법적 공세로 전환했다. 즉, 앞에서는 협상 의지를 내비치고 뒤에서는 하도급사를 압박하는 전형적 ‘이중 갑질’의 행태다.

 

광신건설이 진정으로 협력업체의 어려움에 공감했다면, 부도 직전 상황의 하청업체 대표를 굳이 광주 본사로 부를 것이 아니라 직접 인천으로 찾아가 상황을 확인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했어야 한다. 그러나 광신은 협상도, 사과도, 진정성 있는 해명도 택하지 않았다. 대신 법적 소송이라는 벽 뒤에 숨으며,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는 본지가 지난달 20일 보도한 「광신건설, 신박한 신상 모럴해저드…계획된 갑질 전모 드러나다」에서 이미 지적했듯, 철저히 설계된 구조적 갑질의 전형이다. 외형적으로는 합법적 절차를 내세우면서도, 실제로는 하청업체의 생존을 담보로 한 압박 수단을 교묘히 동원하는 방식이다.

 

본지는 광신건설 이경노 회장의 이러한 이중적 행태가 단순한 분쟁이 아니라, 대한민국 건설업계 전반에 만연한 하도급 갑질 구조의 민낯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 판단한다. 따라서 이번 사안을 끝까지 추적하며, 추가 취재를 통해 광신건설의 실체와 더불어 제도적 허점까지 파헤칠 것이다. 하도급 갑질이 뿌리 뽑히고, 협력업체가 더 이상 ‘을의 눈물’을 흘리지 않는 날까지 본지는 연속 보도를 이어갈 것을 분명히 한다.